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데 저 바뀔 수 있을까요?
이렇게 무거운 고민과 심각한 저의 상태를 이 공간에 올려도 되는지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은 이렇게라도 저의 이야기를 쏟아낼 공간이 필요한 것 같아 올립니다. 익명의 공간이 필요했어요.
저는 20대 중반입니다.이제 막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어요.
저는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고 당연히 대학을 가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늘 꿈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답하던 고정적인 진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졸업을 앞둔 지금 그 진로가 제가 진짜 원하던 것인지 의심이 많이 들었습니다. 대학교 4년을 다니면서 점점 적성에 맞는지도 의문이 들었고,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투성이었거든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저는 한 번도 목표를 세운 적이 없었어요. 실패의 허무함과 좌절을 느끼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늘 제가 생각하기에 절대 실패할 일이 없겠다고 생각하는 선에서만 도전을 했고, 불행함을 피하는 것에만 급급했습니다. 그러한 선택이 모여 만들어진 지금은 그 어느 것에도 자신감이 없고, 제가 하려는 모든 것이 실패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무력감에 빠져있습니다. 잘 할 수 있다고 느껴지는 것이 아무 것도 없고,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도 없습니다. 온 몸의 감각들도 다 무뎌져 계절이 바뀌어 가는 것도 잘 느껴지지 않고, 식욕도 없고, 저에개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취미도 없어요.
늘 아침에 눈을 뜨면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며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이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대학교 상담셈터에도 가보고, 무기력을 극복하는 방법들을 찾아보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그 공간을 벗어나려고 해보았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나름 괜찮아 지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도 그 부정적인 생각을 함께 가지고 가고 있고, 기분 전환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잠깐의 영화를 보는 것도, 산책을 하는 것도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저 이제는 운동도, 밥을 챙겨 먹는 것도, 취미를 가져보려는 것도 다 부질없게 느껴집니다. 물론 저의 노력이 부족했을 수 있갰지만 더는 노력할 힘이 없어요. 다 포기하고 싶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나도 죽고싶습니다.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으면 좋겠어요. 각각 살아야하는 수명이 존재한다면 제게 남은 수명을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습니다. 오늘 누군가 사고로 죽어야 한다면, 그게 저였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왜 나쁜 것인지 공감이 가지 않아요. 이토록 죽고 싶어야 하는 사람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지면서도, 왜 저같은 사람을 살리려고 노력하는지, 왜 도와주지 못해 슬퍼하는지 이해가 안 되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하루하루 버티는 이유는 아직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용기는 없고, 남겨진 가족들이 저의 죽음에 대해 자책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에요. 죽지 않을 핑계이지만 그런 이유로 죽을 수 없기에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어요. 이런 제가 하루를 죽지 못해 버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욕을 갖을 수 있을까요? 바뀔 수 있다면 저는 어떻게 해야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