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신과약을 끊었냐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우울증|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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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신과약을 끊었냐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nightpepe
·3년 전
7년간 먹던 우울증약을 왜 끊었냐면요 어느 순간 알겠더라구요. '아~ 나 약으로 못 낫는구나. 죽기 직전까지 먹겠구나.' '못 낫는 약을 돈내고 사먹을 필요가 있나?' 중환자한테 연명치료하는 거, 본인도 보호자도 이중고통이잖아요. 가망 없는데다 돈 쏟아붓는거. 연명치료 끊고, 여생에 자유라도 준 개념이죠. 그 전엔 2주마다 약이 동나가는지, 진료예약할 짬은 언제 낼지, 요새 용량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이번에 조절한 약은 부작용이 덜한지 어떤지, 비상 응급약은 핸드백마다 들어있는지, 주변에 보는 눈은 어떻게 피해서 투여할지 늘 종종거렸어요. 어느 순간부터 약이 전혀 효과를 못 내고, 용량 증가에도 증상이 요지부동 악화일로를 걷는데, 이것마저 놓으면 무슨 일 날까봐. 겁나서 정기내원에 집착했는데요. 효과는 1도 못 보면서 체중증가, 수면과다, 인지저하, 판단력둔화, 소화기불량 등 부작용과의 전쟁만 남았더라구요. 약의 종류와 용량의 변천사를 나중엔 따라가지도 못하고 헤맸어요. 하도 바꾸고바꾸고바꿔서. 2~3주 반짝 무탈하게만 살면 얼른 투약을 종결시켜버리려 해서 계속 용량 유지 및 느리고 신중한 종결을 번번이 요청드려야 했고. 그나마 온 시내와 인근을 뒤져 찾은 제일 망언 없는 의사여서 지쳐서 더 바꾸지도 못하고 계속 다니다가 결국 들은 말이, 입원의뢰서 들고 다른 병원 가보시라. 자살위험자는 여기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권유받은 병동에선 전기충격기 씨게 먹여주겠다는 농지거리와 껄렁거리는 추근거림만 듣고 나오는데. 이제 그만하자. 이쯤 하자. 아무 약도 아무 상담도 안 듣고. 오히려 시도에는 실패와 배신이 따라 마음속 핏물이 멈추질 않고. 이제 돈 그만 쓰자. 시간 그만 쓰자. 할 만큼 전부 했고, 오히려 쥐어짠 힘 이상의 것을 하지 않았나. 가불해서 땡겨쓴 생존의지, 이제 휴식을 주자. 7년 동안 17년어치 투입물을 몰빵했으므로. 약을 두 달동안 끊었어요. 신변정리가 정말 빠르게 이루어졌고, 작별만 고하면 되게끔 단촐하고 깔끔해졌어요. 미련이 사라지니, 무단결근 등으로 속썩이지도 않게 됐어요. 오늘만 일하고 죽어도 상관없으니. 주말이라는 건 왜 있는지 모르겠네요. 주중은 출근해줘야하니 생의 마감을 보류해야 했는데 주말은 보류할 사유가 없잖아요. 넘기는 침에서, 코에 드나드는 숨에서 죽음이 매분매초 생생하게 맛보아지고 맡아져요. 울음을 내려고 노력했더니 자꾸 미소와 웃음이 나요. 웃고 싶지 않은데 커다란 미소가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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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a55
· 3년 전
아....얼마나 고통스러울지...마음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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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e
· 3년 전
약끊을때 엄청 힘들지 않나요? 후유증 오래가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