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을 했는데도 여전히 힘듭니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스트레스|결핍|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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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을 했는데도 여전히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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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안녕하세요, 스물다섯살 여자입니다. 제 나름대로의 대처를 했는데도 정신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여기에 여쭤봅니다. 일단 제 상태를 설명드리자면 무기력과 우울감이 강한 상태입니다. 평소 지키던 생활루틴(운동,식단,잠 등)이 많이 무너졌고,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성취 욕구도 잘 들지 않습니다. 다 귀찮거나 의미가 없다 느껴지고 위험한 생각도 종종 듭니다. 관련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요즘들어 단어를 잊거나, 생각했던 걸 잊는 등 의식 사이에 공백도 많아진 느낌입니다. 소화불량이나 두통도 자주 있구요. 저희 가정은 물질적, 정신적으로 많이 결핍되어 있습니다. 제가 중학생일 때부터 가세가 기울고 부모님이 아프시기 시작하면서 그 강도가 점점 세지기만 하더라구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독립을 하게 됐었는데, 대학교 과정을 끝마치고 나니 다시 본가로 들어가게 되더군요. 고등학생 때까지는 싫어도 부대끼며 살다보니(선택지도 없었구요.) 어떻게든 살았던 것 같은데, 다시 본가로 들어오니 전에 없이 끔찍하더라구요. 어머니의 건강도 더욱 나빠져 있었고 집의 상황도 안좋다 보니 아버지는 저에게 기대려 하시고, 어머니는 아버지와 저를 원망하기 바빴습니다. 저는 그 모든 것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가족간의 화합이나 유대를 기대할 수 없다는 걸 어린시절부터 느꼈고, 스물하나,스물둘에 느끼던 연민과 애증도 많이 무뎌져 있었거든요. 제가 판단했을 때 저의 가족은 더이상 이어붙이기 힘들었고, 깨져있더라도 그대로 두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의 이런 마음이 말로는 안해도 충분히 행동으로 나왔는지 아버지는 종종 섭섭한 티를 내셨고, 어머니는 니 아빠와 똑같다며 경멸하셨습니다. 저에겐 그것들이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폭언이나 폭력 그 자체로도 문제였지만, 그냥 부모님과 붙어있다는 그 상황이 저에겐 압박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 마음속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원망,애증,연민을 지나 끝내야 포기하고 덮어둔 그 관계들을 굳이 헤집어 다시 상처를 주려하는 데에 너무 지쳤었습니다. 저는 그냥 다 덮어두고 싶었거든요. 정확히는 머리로만 이해하고 끝내고 싶었습니다. 그 당시의 일이 옳은 일이었던지, 나쁜 일이었던지를 떠나서 ‘그냥 그 사람 입장에선 그만큼 몰려있었겠구나’할 수 있었으니까요. 저도 그동안 어떻게든 붙여보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그건 부모님도 마찬가지이실겁니다. 그런데도 악화만 되고 있다면, 저는 그냥 그런 관계구나하고 인정하는 게 맞다고 느꼈습니다. 이 생각은 부모님이 바라는 그림과 무척이나 달랐고, 부모님 두 분 또한 서로 달랐습니다. 그걸 저한테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셨구요. 그 표현 방법이 옳지도 못했습니다. 폭력이나 폭언을 받은 횟수나 본가에서 지내는 일수가 거듭될수록 제 정신상태가 많이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집에 들어가는 길이 너무 끔찍했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정말 때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 자체에 헛구역질이 치밀기도 했구요. 정신도 그냥 죽고싶다,우울하다 이런느낌과는 결이 다른 공허한 느낌이었거든요. 사실 공허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도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저한테 가해지는 고통들이 뭔가 아득한 느낌이었거든요. 무슨 일을 저지르든 무섭지 않을 것 같고, 제 자신이 그냥 타인마냥 느껴지는 이상한 경험이었습니다. 감정도 무뎌지고, 저 조차도 현실감이 안느껴지다보니 이러다 내 몸에 손대든 무슨 일이 벌어지든 할 것 같았습니다. 저는 결국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물론 원인에 회사 내부의 문제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도피성으로 독립을 했습니다. 부모님께도 정확한 주거 위치를 말하지 않았고, 그냥 최대한 먼 지역으로 독립했습니다. 현재는 일을 하지 않고 모아둔 돈으로 생활중이고 독립한지는 두달정도 되었습니다. 슬슬 일하고,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게 많은 것을 아는 데도 여전히 현실감이 없고, 우울하거나 멍합니다. 의욕도 일지 않고, 내내 무기력하구요. 저는 제 나름대로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는 그 곳에서 빠져나왔고, 제가 원하는 만큼만 부모님과 연을 이어가면 됩니다. 그런데도 왜 우울감이나 무기력함에서 벗어나지 못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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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o0077
· 2년 전
그래도 대단하세요. 독립하시고 삶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이.. 그럼에도 우울하고 무기력한건 목적이 없어서 아닐까요? 대학을 졸업하셨으면 우선은 다시 회사에서 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눈에 보이는 한가지 문제부터 풀어나가보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게 맞다 생각합니다. 대댄하고 멋지세요.. 종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독교나 천주교시면 교회나 성당에 다니시고 무교시면 절에 한번씩 나가셔서 마음 위로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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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MSG
· 2년 전
어떤 문제가 되는 원인을 해결해도 감정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상담을 받아보시거나 병원에 가서 약을 좀 처방 받으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이 감정적인 아픔도 감기처럼 약을 먹어야 조금은 덜 고통스럽게 회복이 되어갈 수 있는거 같아요.. 제 지인도 그래서 도움을 받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혼자 계시면 더 위험할 수 있으니 꼭 병원가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