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문득 아빠에게 위로받고 싶었다. 전화를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결핍|배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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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verdelinia
·3년 전
출근길에 문득 아빠에게 위로받고 싶었다. 전화를 걸어 잠은 잘 잤는지, 출근은 잘 하고 있는지 서로의 안부를 물어본 후, 나는 대뜸 “아빠, 나 고생했다고 수고많았다고 해줘 .” 라고 얘기했고 동시에 파란불이 깜빡이는 건널목에서 주체할 수 없는 울음이 터져나왔다. 무슨 일 있냐는 물음에, 그와 헤어졌다고 처음에 그를 만나면서 느꼈던 뭔가 이상한 생각들이 맞았다고 얘기했다. “어느 순간부터 인가, 내 인생에 내가 없는 느낌이었어. 입사 초반에는 내 나름 소신대로 얘기도 하고 했었는데, 어느순간 짖으라면 짖고 조용히 하라고 하면 조용히 있는 개가 된 느낌이었어. 그와 헤어지고 나서 보니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하고 싶은지 조차도 모르겠더라고.” 그는 내 사수였기에, 매일 함께했었고 항상 그의 생각을 듣곤 했었다. 연애 초반,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 생각을 말했을때에 아주 교묘하게 내 의견들이 컷트 당하는 느낌이었는데, 어느순간부터인가 그의 생각이 오로지 맞고 다른 사람들은 나쁜놈이 되어있더라고. 구구절절, 얘기 하던중 (아빠를 너무 속상하게 하는 말들이었을 것이라.) 아빠는 조심히 말을 이어갔다. 그 친구는 어렸을적 인정받지 못했나 보다. 그 결핍때문에 그렇게 행동했던 것 같은데, 누구나 하나씩은 결핍이 있단다. 사람이기에.. (이상하리만치 아빠는 그의 과거를 꿰뚫어 보듯 얘길했고, 마치 아빠의 독백을 듣는 듯 했다. 누구나 결핍이 있다는 말에, 내 결핍으로 인해 그를 힘들게 하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아빠의 몇 마디를 듣고, 그에게 차올랐던 분노감과 배신감이 눈녹듯 사라지면서 측은지심의 마음이 들었다.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았다. 그날 아빠는 나에게 분노를 알려주지 않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인간으로서의 사랑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한 풀 가라앉았던 내 마음이, 오늘 그의 천연덕스러운 행동들과 그리고 헤어지기 직전의 전화통화(날 좋아하니 안좋아하니라고 처음으로 직설적으로 물었을때그의 대답은 옆에 엄마있어서 이따 연락할게 였었다.)가 자꾸만 머릿속에 떠다녀서 참 괴로운 하루였다. 시간이 해결 해 주려나. 혹은 삭히고 삭혔던 내 마음을 그에게 탈탈털어 얹어줘야 끝이 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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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MyMilkyWay
· 3년 전
그가 싼 똥을 거름으로 잘 걸러서 퇴비로 쓰시고 더욱 성숙하고 멋진 사람으로 거듭나시길 응원합니다^^ 멋진 아버지를 두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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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delinia (글쓴이)
· 3년 전
@OnMyMilkyWay 고맙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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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olive
· 3년 전
고생했어요. 수고 많았어요. 아버지께선 어떤 마음으로 말씀하셨을지 감히 예상하지 못하겠네요. 그래도 사랑하는 자식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씀을 해주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응원하는 사람으로서 저도 전하고싶은 말을 할래요. 시간이 지나면 해결 될거에요. 대신 그냥 시간만 보내진 말아요. 삭히고 삭혔던 본인 마음이 또 아프지 않게 자세히 들여다 보는건 어떨까요? 연애하면서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어떤 상황이 제일 싫었는지, 언제부터 내 의견이 컷 된건지, 나의 의지는 전달되었는지 등등 온전히 나를 사랑하는 관계였는가? 내가 상대방에게 필요한 존재였는가? 상대방은 내게 필요한 존재였는가? 상대방은 본인의 자존감을 위해 나를 이용했는가? 삭히고 삭혔던 본인 마음을 자세히 보다보면 굳이 상대방 때문에 힘들어할 일은 없을거라 생각해요. 괜찮아지면 아버지 꼭 안아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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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delinia (글쓴이)
· 3년 전
@blueolive 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차분히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응원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