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3년 전
아스퍼거증후군 아빠
저희 엄마는 30년 가까이 아빠 대신 가장 노릇을 하며 사셨어요. 최근에 심리에 관심이 생겨서 이것저것 찾다보니 아스퍼거증후군을 알았어요. 그런데 아빠의 행동 방식과 이 병의 증상이 소름돋을 정도로 흡사해요. 그동안 저희 가족은 보통의 가족들처럼, 가장 노릇을 하지 못하는 걸 제외하고도 아빠가 어딘가 이상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어요. 엄마는 아빠가 싸이코가 아닌가 싶었대요.
엄마는 저 포함 자녀 셋을 거의 혼자 키우다시피 하셨어요. 아빠가 저지른 크고 작은 잘못과 실수들은 엄마가 뒷 수습하기 바빴고 그 와중에 저희를 부양하셨어요. 과도한 스트레스와 선천적인 정신질환으로 생긴 우울증, adhd와도 끊임없이 싸우셨어요.
엄마는 결혼 생활 대부분을 힘들게 보내셨어요.남들에게 이해받기 힘든 괴로운 나날을 보내셨어요. 주변 사람들은 아빠의 장애로 인해 엄마가 겪은 고통을 몰라요.
아빠를 보고는 다 사람 좋다고 해요.
아빠를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그런 아빠가 너무 화가나고 싫었지만 이젠 그저 안타깝고 슬퍼요. 미리 알고 치료를 받았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나마 신앙심이 있고 도움을 받아서 버텼네요. 이것마저 없었다면 엄마는 지금 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몰라요.
가정에선 아빠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서, 그 공백이 채워지지 않은 만큼 많은 문제들이 흘러들어왔어요. 어려운 순간들이 참 많았죠.
그래도 이만하면 잘 살아왔구나 감사하고 만족하려구요. 지금은 전보다는 상황이 훨씬 좋아졌기도 하고요.
잘 버텨준 엄마에게 너무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엄마는 늘 최선을 다했는데 제가 받지 못한 것으로 인한 아픔에만 초점을 맞춰서 알게 모르게 상처를 줬던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안 힘들었던 건 아니지만요.
엄마가 자연스레 부양을 하게 된 순간부터 감정적인 지원이라던가 개인적인 관심을 못 받았어요. 그게 여전히 한스럽고 제게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물론 당시로써는 불가능했다는 걸 알지만.
아무튼 결혼 전에 배우자 양쪽 모두 신체 및 정신 검사를 의무화 시켜줬으면 좋겠어요.
그게 아니더라도 꼭 검사받으셨으면 합니다.
아주 심각한 문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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