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보면 이번 보육실습이 나의 첫 사회생활이라고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이별|사회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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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66Hope99
·3년 전
어찌보면 이번 보육실습이 나의 첫 사회생활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순간들도 많았지만, 처음에 낯가리다가 조금씩 다가와주며 날 좋아해주는 사랑스러운 영아들을 보며 견딜 수 있었고, 단체주문한 똑같은 앞치마를 입고서 지금 나와 같은 시간에 어딘가에서 실습하고 있을 우리 과 학생들을 떠올리며 나 혼자만의 힘듦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좀 더 기운을 낼 수 있었다. 코로나 4단계 공문(보육실습생은 외부인으로 분류되어 출입이 금지)으로 인해 한 달을 쉬다가 다시 실습을 이어서 하게 됐는데, 못 본 사이 영아들이 많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서 놀랍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다. 컵에 든 물을 교사가 숟가락으로 퍼줘야 마시던 영아들이 스스로 두 손으로 컵을 잡고 물을 마시는 모습, 영아끼리 손을 잡고 이동하는 모습 등 많이 달라진 모습에 신기함을 느꼈다. 영아들은 급격한 발달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만 0세 영아들을 맡아 실습하면서 관찰하다가 어느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 혼자 힘으로 물건을 집는 것조차 서툴던 내가 어느새 이렇게 성인이 되어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다는 것. 그 사실이 괜히 감동적으로 다가오더라. 큰 위안이 되기도 했다. 처음엔 만 0세반을 맡게 된 것에 대해 솔직히 불만이 있었는데(만 0세와는 대화로 소통할 수 없다는 점, 학과에서 유아 위주로 수업했어서 난감했던 점, 나의 선택권이 없이 배정받았다는 점 등의 이유로)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인간의 첫 순간을 이렇게 볼 수 있게 됐으니 나름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영아들과 이별하고 나면 나와 특히나 애착이 형성됐던 영아가 한동안 날 찾으며 버림받았다고 느낄 거라는 이야길 들었을 땐 가슴이 아팠다. 영아가 너무 어려서 이별에 대한 인지를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약간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영아가 나에게 애착이 형성됐듯이 나 역시도 영아들에게 애착이 형성되어 마음이 많이 가고 실습 마지막날 평소보다 눈을 더 자주 마주쳤다. 난 올해도 수많은 이별을 경험했으니 금방 마음이 정리가 되고 괜찮아졌지만, 그 영아 또한 너무 많이 아프지 않기를 바랐다. 주변에서는 보기 힘든, 사람의 진심을 보고 순수한 영아들을 보면서 난 치유받았다. 물론 실습을 하면서 오해를 받거나 억울한 일들도 많았고, 일관적이지 않고 불친절하며 기분이 태도가 되는 부당한 대우에 화가 나는 상황들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갑질과 인신공격을 당하든 한 귀로 듣고 흘릴 정도로 멘탈이 강해지기도 했다. 그 사람이 정의하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난 그러한 욕을 먹을 정도로 무가치한 사람이 아니고, 그 사람의 입이 험해질수록 자신의 인격만 드러나는 것이므로 내 자존감이 낮아질 이유가 없다고 여기며 타격감이 크게 줄어들었다. 열악한 환경인 가정 어린이집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일적인 부분에서는 서류가 적어서 편하다고 느꼈고, 이것도 경험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과거의 내가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나의 어린시절이 떠올라 먹먹해졌던 기억이 난다. 어찌보면 아이들을 어려워하고 어색해하던 내가 보육 관련 전공을 하게 되고 실습을 다니게 되면서 어린시절의 트라우마에서 조금은 벗어난 듯하다. 그러니 내가 아이들을 자주 접하고 공부하는 과를 선택한 것의 가장 큰 의미는 그것이다. 특히 이번 실습은 나에게 꽤나 채워진 부분이다. 더이상 아이들이 무섭지 않게 되었다. 이 전공을 선택하고 실습을 함으로써 내 어린시절도 되돌아보게 되고 아이들을 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 전체적으로 일도, 사람도, 사회도 많이 배울 수 있는 6주간의 긴 실습을 무사히 마친 뒤 내가 큰 경험을 해냈구나, 그리고 이겨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함과 성취감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학교에 제출할 파일 속의 수많은 서류들 중 보육실습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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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가 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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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phone
· 3년 전
완전 소감이 감동적이네요! 경험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이 크게 되는 사람 같아요! 근데 애들이 컵을 손으로 잡고 마실 수가 있단게 놀랍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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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Hope99 (글쓴이)
· 3년 전
@naphone 지도교사가 꾸준히 훈련(?)을 시킨 듯해요. 의외로 손에 힘은 세니까 잘 잡더라구요.ㅋㅋ 흘려도 괜찮을 정도의 물을 컵에 따라서 주면 두손으로 잡고 마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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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Hope99 (글쓴이)
· 3년 전
@!1c8fbe3c5aa5672111d ㅠㅠ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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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phone
· 3년 전
오 대단하네요 저는 한 만 3살은 되어야 물을 잘 마시는 줄 알았네요. 제가 넘 모르는게 많은 것 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