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하지 못한 상황들,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불안감을 크게 느껴요..
저는 언제나 밖을 나갈 때면 사람들을 주의깊게 봤었어요. 나와 다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떤 돌발행동을 할 지 모르니(예를 들어, 기절하거나 발작을 일으키던가, 토를 한다던가) 미리 피할 수 있으면 피하자는 마음으로 남들은 잘 못 보는 것까지도 주변에 일어나는, 혹은 일어날 상황을 예측하고 파악했어요. 그러다보니 보기 싫은 장면들(술 먹고 길에 자빠져 있다던지, 비틀거리던지, 토한다던지, 소리를 지른다던지, 노상방뇨를 한다던지, 담배 피고 가래를 뱉는다던지, 카페에서 크게 방귀를 뀐다던지)이 더 눈에 잘 들어오고 소리가 너무 잘 들리고 굳이 안 봐도 되는 장면까지도 다 신경이 가더니 그 장면들이, 그 소리들이 다 기억에 남고 머릿속이 터질 거 같았어요.
그런 장면들을 목격했을 때 머리와 몸이 차갑게 식어버리는 듯하고 표정관리가 안되고 그 장면을 내게 보여준 상대에게 화가 나서 죽여버리고 싶고 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할 거라면 내가 죽어버려야겠다 생각했고 자살시도도 했었어요. 대부분 사람들에게 더럽지만서도 유머 소재가 되는 구토가 저에겐 정말로 죽어버리고 싶은 대상이었기 때문에 이 세상 누구에게도 터놓고 말하기가 어려웠어요. 이해받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나는 왜 이딴 구토공포에 강박이 있을까 했죠. 첫 직장 퇴근을 하는 곳이 회식거리였기 때문에 술 주정 부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고 그 때문에 저는 늘 불안한 마음으로 퇴근을 했고 출근할 때도 그 전날의 흔적이 있을까 무서워서 바닥만 보고 다녔어요. 바닥에 흔적이 있진 않을까 보면서도 보기 싫고 봐도 두렵고 안 봐도 두렵고 미칠 거 같았어요. 그래서 첫 직장을 그만뒀어요. 출퇴근 때 대중교통에서 그런 걸 몇 번 보니 나는 왜 남들은 잘 보지 못했다는 장면들을 유독 내가 제일 싫어하는데 왜 이렇게 많이 겪지 하면서 날 왜 이렇게 세상이, 사람들이 괴롭힐까 생각했어요. 지금은 이 문제로 2년 정도 정신과를 다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sns, 영화, 책 속에 토라는 단어, 장면이 나오면 진짜 확 마음이 주저앉고 왜 굳이 이걸 넣었을까 싶으면서 피해버려요. 심장도 빨리 뛰고 머리는 차고 몸은 뜨겁고 뒷목은 딱딱해지고 이상한 상태에요. 물론 옆에 있는 사람이 눈치못채게 합니다. 이게 모르는 사람 뿐 아니라 아는 사람이 내 앞에서 그랬다던지, 그랬었다고 말하면 나는 그 행동이 너무나 싫기 때문에 잘 보살펴 줄 수가 없어서 정말 나를 자책하고 왜 이렇게 이기적일까 정말 죽고싶다고 생각했어요. 약국에서 누군가가 구토를 너무 많이 해서 약을 타가는 걸 보고 언제 어디서 들리고 볼 지 모르는 상황에 밖에 나오면 안되나 생각했고 핸드폰도, 책도, 티비도 들여다 볼 수 없나 생각했어요.
매번 생각을 바꾸고 그럴 수 있다 괜찮다 사람마다 예민한 부분은 다르고 나는 나다 별 생각을 다하며 맨날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네요.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까 더 잘하고 싶어서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발전을 고민하고 가치가 있는 생각을 하느라 우울해지는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저는 글쎄요, 왜 이런 쓰잘데기 없는 구토에 강박이 있어서 진짜 한심해요. 돈을 못 버는 것도 아니고 외모도 괜찮고 좋아해주는 사람들도 끊임없이 있는데 왜 이 인생을 즐기지 못할까 싶어요. 너무 안타까워요 내가.
답답해요. 보통은 과거에 내가 구토한 경험이 수치스러웠다던지 그래서 그렇다는데 저는 그런 경험이 없어서요. 내가 해보면 이해하지 않을까 고민했고 그래서 먹고 토하는 것도 해봤고 하지만 내가 억지로 손을 넣어서 한 거니까, 그리고 만족스럽지 않게 나왔으니까 이해가 안됐고 저는 점점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어요. 더욱 더 이기적인 거 같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사람.
내가 하는 행동은 괜찮고 남이 하는 건 안 괜찮은 건가 싶기도 했고 나는 남들 앞에 그런 실수한 적 없으니 나는 잘났다 생각했죠. 술을 많이 먹고 실수한 적도 없으니까요. 다 내 앞에서 다른 사람들이 실수를 했죠. 정말 싫었어요. 전 죽어도 남들 앞에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이렇게나 노력하고 배려하는데 왜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행동할까 하구요. 전 요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크게 느껴요. 내가 나와서 내 회사를 차릴 수 있을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또 나랑 결혼할 사람은 누굴까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가 돈을 잘 벌어야 결혼할텐데 계속 얘를 만날 수 있을까 하고요.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계속 갈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고 내 인생을 다 예측하고 싶나봐요. 다 알고싶고 이런 불안한 상황들이 다 무섭고 완벽하려는 제 자신이 정말 스스로 힘들고 또 전 완벽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자만심이 너무 강하고 미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인드카페에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댓글들도 잘 안달리는 거 같은데 이거 올려보고 전문가나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 아무도 없으면 이제 이 어플은 삭제하려고요. 어쩌면 바깥세상은 서로 힘든 걸 티를 잘 안내다보니까 나만 힘든가 외로울 때도 있고 그냥 죽어도 되겠다 하다가도 여기 들어오면 서로 다른 고민들이라 공감은 좀 안되더라도 힘든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한텐 위로가 됐거든요. 물론 이런 생각이 좋은 생각은 아니라 생각해요. 저는 모든지 계속 제가 하는 생각을 검열하고 나쁘다고 생각하면서 자책하는 것 같아요. 그게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 저는 원래 어릴때부터 생각이 많았고 2년정도를 정신과 다니면서 저에 대해서 잘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를 안다고 해서 이 강박과 집착, 완벽적성향 그리고 불안,우울이 낫는 건 아니고 살기 위해선 계속 정신승리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남들 모르게 늘 세상과 싸우며 살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