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Hope99·3년 전
나와 전혀 다른 과거를 살았던 친구가
나에게 했던 말이 아직도 종종 떠오른다.
너처럼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애는 처음 본다고..
찌들만큼 찌든 인생을 살았던 친구의 말이었다.
과연 지금 만나도 그렇게 느낄까 생각한다면,
지금도 그렇게 느낄 것 같다.
난 여기저기 사람들과 섞여보거나
걔처럼 방탕하게 산 사람은 아니니까...
그 친구는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온통 물들어있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 속
내 존재는 어떤 의미였을까.
근데 왜 나까지 물들이려 했을까.
뭐 이제는 상관없는 끝난 인연인 사람이지만,
사회생활에 최적화된 성격인 그 친구도
앞길이 순탄치는 않을 듯하다.
걔 인생도 눈물날 정도로 기구해서...
아무튼 좋아하는 피아노 계속 치면서
사회생활을 강조하는 집안대로
사람들 호감 얻으면서 남자들에게 꼬리치면서
여전히 그렇게 가식적으로 잘 살고 있으려나.
성인이 됐으니 더 더럽게 놀려나...
그래도 한때 나랑 하루종일 붙어있던 친구인데.
걔를 통해서 더 큰 세상을 봤었는데.
비뚤어진 교육을 받은 그 친구는 지식이 많고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는 법을 매우 잘 알았지만
인품에서 썩은내가 났고 결국 나를 배신했지.
멀어지길 잘했다 싶은 친구이긴 한데,
왠지 안쓰러운 구석이 많은 친구이기도 했다.
열등감에 찌들어 아등바등 살아서
자신의 친구마저 적으로 인식했으니 말이다.
아픈 자신의 쌍둥이 오빠에게 치여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차별받았으니 말이다.
걔의 환경을, 입장을 직접 보고 난 뒤에...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깨달았으니 말이다.
걔랑 멀어지고 몇년 뒤 걔가 치킨집 밖에서
또다른 친구들과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아마 고등학교 3학년때였을 것이다.
점점 망가져가는 인생을 자신도 견디지 못해
뿌연 연기로 자신을 채우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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