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심히 살았을 뿐인데 왕따가 되어있었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고민|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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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심히 살았을 뿐인데 왕따가 되어있었다.
커피콩_레벨_아이콘hugmeonce
·3년 전
우리 반에는 나와 맞는 사람이 없기도 했고, 나는 혼자 지내는게 더 편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혼자 지냈고, 전혀 불편하거나 무리에 끼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혼자야, 근데 뭐 어쩌라고. 나는 혼자이고 싶은데 세상은 혼자를 이상하거나 불쌍하게 바라본다. 혼자서 찌질하거나 소심하게 다닌 것도 아니었다. 선생님을 마주칠때마다 아는 선생님이든 아니든 눈을 반달 모양으로 접어 웃어가며 내가 낼 수있는 제일 예쁘고 맑은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수업 시간에는 잠오는 걸 최선을 다해서 참았고, 필기나 수행도 항상 최선을 다했고, 발표랑 질문도 최대한 많이 했다. 제비뽑기로 자리를 바꾸면, 다들 앉고 싶은 사람과 앉기 위해 제비를 교환할동안 나는 교탁 앞자리가 걸린 아이와 제비를 교환해서 매일 선생님과 눈을 맞추고 수업을 했다. 내 청소구역/역할은 급식당번이었지만 담당 학생이 하지 않는 분리수거도 내가 스스로 했고 청소 시간엔 할게 없어서 그냥 내 역할도 아니었지만 쓰레받기로 교실을 쓸었다. 복도에서는 단 한번도 뛰지 않았고 아무도 지키지 않는 우측 통행을 지켰다. 담임과 고교진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러 자주 교무실을 드나들었고 자연스럽게 다른 교과목 선생님들과도 친해졌다. 쉬는 시간에는 자리에서 책을 읽거나 다음시간 수업을 예습했고, 점심 시간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준비물이나 숙제를 도와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빌려줄 수 있으면 빌려주고 보여줄 수 있으면 보여줬다. 수행평가 일정과 시험범위와 준비물과 학교 일정과 와이파이 비밀번호와 각종 대회 등 학교에서 필요한 정보들은 따로 기록해 놓았고 필요로 히는 선생님이나 학생들에게 공유해 주었다. 스스로가 정한 원칙, "직접 보고 듣지 못한 것에는 말을 얹지 말자" 를 지키기 위해 뒷담도 올해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한번도 줄이거나 수선하지 않은 교복과 체육복을 입고 다녔고, 동그란 안경과 앞머리 있는 단발머리에 평범한 학생에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성적도 90점대 중반을 유지했다. 다만 흠이 있다면 내 동네에서 손꼽히게 좁은 아파트에 살고, 스마트폰도 오래된 기종을 3년째 쓰고 있다는 것뿐이었는데, 스스로 불편하지도 않았고 주위 시선을 신경쓰지 않으니 크게 문제로 여겨지진 않았다. 나름 만족스러운 삶이었다. 나는 또래를 필요없다고 생각했고 걔네도 날 필요할 때만 찾아서 오히려 내가 손해를 보면 보지 피해를 끼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또래와는 거의 섞이지 않으면서도 선생님들께는 사랑받았다. 높은 수행점수를 받기 위해서였지만 선생님들과 친해지니 스스로도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또래 친구들과 시선이 무서웠고 대인기피증이 있어서 1학기까지만 해도 위클래스와 지역상담복지센터를 드나들던 내가 드디어 나에게 맞는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어느새 왕따가 되어있었다. 모두가 날 어색하게 대했다. 체육 팀을 뽑을 때는 아무도 나를 데려가지 않았다.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듯 필요할 때가 아니면 아무도 대화를 걸지 않았다. 뭐 어때, 난 괜찮아, 편하잖아, 라고 여겼었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반 여자애들이 나를 까는 것을 들었다. 반장과 두세명정도가 나를 재수없다고 말했다. 가식, ***, 진지충, 나를 겨냥하는 몇몇 단어가 들렸다. 무서워졌다. 내가 없는 페북과 인스타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까고 있지 않을까. 열심히 사는 나의 행동이 단지 혼자라는 이유만으로 왕따 취급된다고? 혼자 등하교하고, 혼자 밥먹고, 혼자 화장실 가는게 왕따 취급받을 이유라고? 너무 어이가 없다. 나는 자발적으로 혼자 지내고 싶어했고, 스스로 만족하고 피해 끼치지도 않으며 열심히 살았는데 단지 혼자이기 때문에 왕따 취급을, 말도 안 돼. 위로 받기 위해서 읽은 책들조차도 마음에 안 들었다. 혼자라서 힘들어하던 청소년 소설 주인공들을 응원했는데, 생각해보니 그 소설들 모두 엔딩에서 결국 주인공이 새로운 무리에 끼거나 새로운 친구를 만나며 행복해지지 혼자인 상태를 받아들이며 끝이 나지는 않았다. 대인 관계 고민에 관한 책들도 사랑받는 방법이나 친구가 많아지는 방법, 말 잘하는 방법이나 가르쳐주지 혼자인 채로 빛나는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심지어 노래조차도 "혼자가 아니야" 가 대부분이지 "혼자여도 괜찮아" 라고 해주는 노래는 거의 없다. 나는 혼자가 편하고 혼자로 지내고 최소한의 인간관계만 유지하고 싶을 뿐인데 세상은 혼자를 이상하게 보면서 나를 사람들 속에 끼워넣으려고 한다. 끼지 못하면 무조건 겉돌고 왕따로 본다. 또래 중에는 아무도 내가 사는 방식을 존중하지 않는다. 열심히 살더라도 혼자기만 하면 재수없고 ***같고 이상하고 특이하고 불쌍한 존재가 되는것이다. 하나도 마음에 안 들어. 나는 내가 편해서 혼자인건데 왜 다들 가만히 못 둬서 안달이냐고. 나는 혼자야. 이게 편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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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V12
· 3년 전
걔네들은 걍 반애들 다 까는애들일걸요~ 신경쓰지 마세요 당신을 좋게 보는 사람이 더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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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ukill
· 3년 전
이상한 사람들 사이에서 정상임을 외쳐봐야 당신이 이상자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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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e3334
· 3년 전
안녕하세요.현재 저도 전교에서 혼자인 사람입니다.혼자인 게 편하구요.개인적으로 굉장히 공감됩니다.대부분 혼자 있는다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봐주지 않더군요.하지만 저는 혼자여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남이 있기 전에 내가 있는 법이거든요.글쓴이 분의 반 여자애들이 혼자를 존중해줄 수 있게 되기를.혼자 있어도 모두 이상하게 보지 않는 학교가 많아지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