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저는 친구도 많고 밝은 아이였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어색함과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약속이 생기거나 만나자고 연락이 오면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이 들고 연락을 피했어요. 그렇게 학교가 끝나면 집에만 있고 친구들을 거의 만나지 않았어요.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은채로 지내다가 대학을 가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저의 상태가 심해진 것 같았어요. 남들 앞에서 발표는 커녕 조별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제 의견을 말하는 상황 조차도 저는 왠지모를 창피함이 들어서 잘 말하지 못했고 극도의 불안감이 들었고 너무 힘들었어요. 출석을 부를 때 대답하는 것도 너무 신경쓰였어요. 그래서 듣고싶은 수업이 아니라 무조건 발표, 팀플이 없는 수업만 들었어요. 같이다니는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연락을 하거나 얘기해 본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요. 같이 다니는 친구들과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지만 제가 조금 이상하고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다같이 얘기를 할 때 저는 어떤 얘기를 해야하는지 어떤 반응을 해야하는지 친구들이랑 지내는 법을 까먹은 느낌이었고 그럴 때마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또 불편함을 느꼈어요. 할 얘기가 없으니 모든 친구들은 저랑만 단둘이 있게되면 어색해졌어요. 그 때부터 저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너무 힘들어서 길을 걸을 때도 화장실을 갈 때도 단 둘이 있는 상황을 극도로 피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남을 불편하게 하는 상황이 너무 괴롭고 제가 너무 싫고 이상한 사람 같았어요. 매일 등하교를 하면서 오늘은 제발 내가 탄 버스가 사고가 나서 죽기를 바랐어요. 그러다가 낯선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생겼어요. 이전까지는 그런 상황을 피해와서 몰랐는데 낯선 사람들 속에서 있는 건 진짜 지옥같이 힘들었어요. 저는 너무 낯가리고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들어서 속으로 입에도 담지 못할 말들로 저를 욕하고 자책했어요. 모두가 저를 쳐다보는 것 같이 느껴져서 제가 말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누가 보고 비웃을까 창피하고 몸도 편하게 움직일 수도 없었어요.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화가난 것 같고 이런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이 느껴졌어요. 집에 가서도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면서 제가 불편하게 했던 상황들과 나때문에 화가나고 지친 것 같은 사람들의 표정이 자꾸 떠올랐어요. 정말 제가 사회부적응자같이 느껴져서 정말로 죽고싶었어요. 저는 화목하지 못 한 가정에 대해서 콤플렉스도 있던 것 같고 제 스스로를 사랑받지 못하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사랑받은 티가 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이유는 잘 기억이나지 않지만 중고등학생 때부터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살면서 두렵거나 힘든 상황이 생기면 항상 습관처럼 죽고싶다는 생각이 떠오르고 죽으려고 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제 문제는 원인도 모르겠고 고칠 수 없을 것 같아서 항상 죽는 게 답이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현재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상황이 되면 불안하고, 혼자 있는 게 그나마 편해서 친구들과도 연락을 하지 않고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고 있어요. 지금은 엄청 우울하거나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거나 하지는 않고 그냥 공허하고 별로 살고싶지 않은 것 같아요. 최근에는 죽으면 다 끝낼 수 있고 죽는 것 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정말 죽으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저는 겁이 많아서 스스로는 죽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죽을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할텐데 나이는 먹어가고 사회생활도 해야 하는데 제가 사람들 속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돼요.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제 증상이랑 비슷한 것 같은 사회 불안장애, 회피성 성격 장애의 치료법에 대해서 검색도 해봤지만 과연 나아질 수 있을까 생각이 들어요. 제 문제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증상들이 나아질 수 있을까요? 정신과나 심리 상담센터를 가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