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홉시 반에 일어났다. 침대에 두 시간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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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오늘은 아홉시 반에 일어났다. 침대에 두 시간 동안 누워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된장찌개와 계란말이를 먹었다. 하늘이 우중충했다. 해야할 일을 하러 갔다가 오후 여섯시쯤에 천둥소리를 듣고 짐을 싸서 나왔다. 건물 문을 나서려는데 아까 만나 같이 일한 친구가 다시 이쪽으로 오는 게 보였다. 나가면 또 인사해야할 것 같아서 화장실에 들렀다가 나왔다. 그 친구는 가고 없었다. 가장 가까운 역에서 출발할 수도 있었지만 부러 두 정거장 더 걸어갔다. 열차를 타기 전에 그 쯤에 있는 공원에 갔다. 몇 개월 전 친구들 두어명과 함께 공원에 갔던 게 생각났다. 아까 전 흐렸던 하늘과 다르게 어느새 쾌청해져 있었다. 시덥잖은 이야기를 무척이나 재미있게 떠들던 그 친구들이 생각났다. 나는 항상 너무 바빠서 친구들이 부르는 게 적잖이 귀찮았다. 할 일을 할 시간도 모자른데 영양가 없는 대화를 하는 게 피곤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가끔은 꾸역꾸역 기어나와 강가 계단에 앉아 그들과 청승을 떨곤 했다. 해가 질 때까지, 강에 우두커니 서 있는 다리를 보면서 돌계단에 얹은 엉덩이 두 짝이 식어갈 때까지. 오늘은 혼자다. 나는 차가운 돌계단에 앉지 않았다. 그냥 그 앞에 서서 우리가 항상 보던 정면을 찍었다. 하늘은 파랗고 해는 지지 않았고 사람은 많았다. 세 시간이 넘게 앉아 떠드는 대신 삼십여분 동안 너희가 내 눈과 귓가에 머물렀다. 잘 지내냐며 사진과 함께 문자를 보냈다.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아무렇지 않아 보이고 싶다. 내일쯤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고 있을 너희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집에 돌아와 음료수를 마셨다. 아침에 먹고 남은 된장찌개를 끓였다. 카레도 만들었다. 노트북으로 동영상을 틀어놨다. 누군가가 떠든다. 저녁을 다 먹고 방금 설거지를 했다. 이제 삼십 분쯤 후에 세수를 하려 한다. 세 시간쯤 후에는 잠자리에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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