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허구의 독립을 한 장녀인 것 같아요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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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저는 허구의 독립을 한 장녀인 것 같아요
이렇게까지 솔직하고 진실된 제 모습을 마주한 적이 없어서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저는 꽤 여유있는 집안의 맞벌이 가정 장녀로 태어났습니다. 물질적으로 부족함을 느껴본 적이 없었고, 부모님의 사랑도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흔한 사춘기도 겪은 적이 없습니다. 엄마는 저를 너무나도 쉽게 키웠다 하십니다. 저도 엄마와 잘 맞아 순탄하게 컸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 또한 제가 원하는 곳 원하는 과에 무난하게 합격했습니다. 제가 바라던 제 모습을 달성했으니 전 앞으로 사는 것이 더 편하고 쉬워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더 어려워졌습니다. 저는 세상에서 저만큼 주체적이고 주도적인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제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때를 들여다보면 죄다 제가 모방할 "롤모델"을 찾기만 합니다. 진짜 제 모습은 관심이 없고 빨리 제가 뒤쫓아가야 할 완벽한 누군가를 밟고 그 사람의 인생을 따라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만 보면 마치 정체성 혼란으로만 보이지만, 제 생각에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최근에 느낍니다. 저는 오은영 박사님을 매우 존경하는데요, 요즘 본 프로그램에서 <허구의 독립>이라는 개념이 소개됐습니다. 매우 의젓하고 독립적인 장녀들에게 많이 보이는 양상이라고 합니다. 처음에 저는 "에이~ 나는 나이만 장녀지 콤플렉스같은 건 없어"라고 믿고 무시하였으나 생각할수록 이 개념만큼 제 상황을 진단하는 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당최 누군가에게 온 마음을 다해 의존해본 적이 없습니다. 의존하는 건 약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부모님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징징거려본 적은 기억이 전혀 안 나고, 음... 초등학교 5학년 때, 큰 이모가 돌아가신 날 엄마가 돈가스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자 제가 불평했더니 "넌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라는 날 선 대답을 들어서 그 이후로는 제가 진짜 원하는 걸 마음 놓고 요구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어릴 때부터 제가 무언가를 원할 때 논리적인 설득력이 없거나 받아들여질 만한 게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면 혼자서 해결하고자 했던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이 쌓여서 누군가에게 의존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욕구들이 결핍된 채로 성인이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연애를 해도 절대 심적으로 의지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면 지는 거고, 상처받을 일만 커지는 자승자박같은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어른의 연애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에게 정상적 퇴행이라는 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사람이 항상 발전하고 개선돼야지 왜 퇴행하는 게 정상적이라는 걸까요?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에게 징징거리고 무조건적인 의존을 바라는 것은 건강한 신호라는 말을 듣고는 머리 한 대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아주 가까운 친구도 100% 의존하지 못하거든요.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허구의 독립이 아니라 온전한 독립을 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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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답변 추천 5개, 공감 34개, 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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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민태 님의 전문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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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진정한 독립은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이 밑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온전한독립 #자신의한계를 #자각하고 #인정하고 #수용할수있는것
안녕하세요. 마인드 카페 상담사 천민태입니다.
[공개사연 고민요약]
마카님께서 온전한독립을 원하고 계셨군요. 온전한 독립을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은지 도움을 청하셨군요.
[고민과 관련된 원인 분석]
마카님께서 주체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모방할 '롤모델'이 필요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카님께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롤모델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자기 자신의 욕구, 감정으로 말미암은 선택에 확신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뜻일겁니다. 또 자신의 욕구나 감정으로 선택하고 그로인한 책임을 지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나만의 느낌, 나만의 욕구를 경험해보지 못했을 수 있겠습니다. 마카님은 어머님과 생각이 맞다 하셨고 그 흔한 사춘기 안 겪었다 하셨지만 엄마와 나는 온전히 다른 존재이기에 정말로 내 감정이나 욕구가 내 스스로에게 존중되었다면 어머님과 부딪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춘기의 진정한 의미는 부모의 자아로부터의 정서적 독립입니다. 그래서 사춘기를 다른 말로 표현 해보면 "나는 엄마와 생각이 다르고, 엄마는 이제 더 이상 나의 마음을 이해해줄 수 없다. 그러니 내가 원하는 대로 할 것이다." 하는 일종의 시위 입니다. 이럴 때 부모의 건강한 역할은 "너의 마음은 이해하고 존중한다. 그리고 네가 나와 생각이 다르지만 너는 여전히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부모로서 너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선택을 두고 볼 수는 없다. 우리 대화해보자" 라는 태도여야 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부모와 자녀의 입장의 차이, 그리고 감정의 차이,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가 부딪힐 수 밖에 없습니다. 청소년이 사춘기를 건강하게 겪는다면, 자기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 대한 확신과 부모와의 의견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음을 깨닫고,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의 의견을 참조하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확신을 갖고 성인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이 '자기 의견'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표출하게 되는데 더 어린시절 부모에게 의존의 경험이 있다면 이 시기에 부모님께 적극적으로 표출할 수 있을 것이고 더 어린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순종에 익숙했다면 이 시기에 자기 의견을 표출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모님의 의견에 동조했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순종과 의존은 심리학적인 용어는 아니고 윗 글에서 설명하기 쉽도록 적어놓은 단어입니다. 이 개념은 조금 헷갈릴 수 있는데, 여기서 말씀드리려는 의존은 부모에게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표현하거나 의견을 주장해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밑바탕 된 것이라 본다면 순종은 자신의 욕구나 감정이 받아들여지지 못할 거라 여기며, 부모의 욕구나 감정에 순응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마카님께서 성인이 되어서 다른 관계에서 의존할 수 없었다면, 그건 아마 내 욕구나 감정이 받아들여질 수 없을 거라는 불신이 밑바탕이 된 관계였을 것입니다. 마카님은 아마 대부분의 것을 혼자 고민하고 선택하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 방식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와 비슷한 양상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마카님은 말하지 않고 스스로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것이 어른의 연애라고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면 의문이 생깁니다. 다른 사람을 그냥 믿고 의존하면 되는건가? 사실,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정상적인 퇴행을 말씀하셨는데, 상대방에 대한 100% 신뢰와 100%의존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내가 내 감정과 욕구를 스스로 감당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에게 의존만을 추구하게 되면 그건 자신의 어린 시절 좌절된 의존욕구를 상대방에게 투사하는 것 밖에 안됩니다. 이 관계는 자기 원하는 걸 들어달라는 주장만 요구하기 떄문에 갈등이 생겨날 수 밖에 없고 관계가 파멸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관계가 진정으로 건강하려면, 스스로에 대한 감정과 욕구를 존중(책임)하는 것, 그리고 존중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밑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혼자서 해결 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자각이 있고 (스스로의 한계를 수용함) 그러고 난 뒤 상대에 대한 의존이 있습니다. 여기서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있으니 어린 시절의 결핍된 모습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애교를 피운다거나, 아기처럼 이해받고 싶다고 소리를 지르며 요구한다거나, 어리광 부리는 모습 등의 행동입니다. 하지만 이 행동조차도 굉장히 제한적이고, 자신의 결핍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퇴행 행동을 하고 있다는 자각이 있습니다. 그래야 퇴행으로 인한 갈등이 있을 때라 하더라도 자신의 결핍에 대해서 상대방에게 이해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의 한계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해결방안과 대처에 대한 방향 제시]
온전한 독립이란 결국 내적인 대상(현재의 엄마가 아닌 과거의 엄마)로부터의 독립입니다. 그래서 마카님이 고민하시는 것의 해결책은 제일 먼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져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내 감정, 내 욕구에 대한 관심과 그에 따른 자각(알아차림)이 우선입니다. 엄마가 내게 해 주지 못한 것을 내가 내게 하는 것입니다. (=자기 사랑) 매 순간 내 감정과 욕구를 자각하게(깨어있음, 알아차림)되면 순간 순간 감정과 욕구가 명확해지고 그 다음 단계는 그 느낌들을 내가 있는 그대로 공감하고 수용하게 되면,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이 생겨납니다. 내가 살아온 삶에서, 내 입장에서는 내 감정이 옳다. 내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어 없다. 이런 매우 주관적인 자각입니다. 주관적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닙니다. 나만의 느낌, 나만의 생각이 있고 그것이 내 부모의 것과 달랐구나 그래서 내가 자라는 과정에서 나에게 상처나 결핍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내가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나 결핍을 이해하고 내가 내 스스로를 안아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이 내적인 대상(=부모)으로부터 온전한 정서적 독립의 과정입니다. 과정을 모두 적으려하니 이 과정은 설명만으로는 너무나 많은 한계들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그저 원리이기 때문에 모두 적용해서 실행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 정말 깊은 내면을 탐구해 나가야 하는과정인데,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바랍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오랜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혼자서 해보실 수 있는 것은 매 순간 스스로에 대한 감정을 자각해보는 것입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자신을 이해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답변이 마카님께 참고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happy1228
일 년 전
최근 친해진 사람과 비슷하신 분이네요 절대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사회적 틀을 철저히 지키며 아주 바르게 살아가시는 분이었어요 친하게 지내기 어렵지않지만 선을 지키지않으면 절대 관계가 유지되지 않알거안걸 확신하게 되는 어른스러운 결정을 할만한 사람이더라고요 장녀님은 어린시절부터 좋은 사람이 되고싶어 늘 노력해왔던 것 같아요 마음의 상처가 그런 어른스러움을 키웠을수도 있지만 장녀님의 노력으로 당신은 지금도 좋은 사람이고 계속 더 좋은 사람이 될거라고 생각해요 의존하지않는게 잘못된건 아닐거에요 사랑하며 사는걸 두려워하지만 않고 살아가시길 바랄게요
kkw6836
일 년 전
무엇인가 배워보는것 어떤가여? 그것도 공부가 아닌 스포츠쪽으로여 자신의 부족한부분도 인정하면서 자신이 진정성장하는것을 보면 좋을듯합니다 배울수 있으면 단체운동을 해보세여 그럼 운동을 할때 사람의 성향을 알수있고 자신의 장단점을 알수있습니다 아마도 사회생활면에서 새로운것을 통해 해보시는것이 조금은 도움이 될듯합니다
비공개 (글쓴이)
일 년 전
@kkw6836 남이 아니라 진짜 나를 보는 방법을 알려주신 거군요~! 감사합니다
비공개 (글쓴이)
일 년 전
@happy1228 사랑하며 사는 걸 두려워 않을게요 늦은 시간에도 정말 감사합니다
WDEP
일 년 전
저도 장녀로 자랐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강한자라고 생각해서 의존하지 않기 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상호의존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인 자 를 봐도 서로 기대고 있지요 모두가 부족한 사람인걸요 거기에 유머러스 하다ㅡ완벽하지 않은 존재의 헛웃음. 유머가 일상을 바꾸었어요. 제 경우엔요 ㅡ 그냥 웃으면서 넘어가니 좀 살만해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