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허기가 졌다.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속이 허해서 텅 비어있는 것 같았다. 우겨넣었다. 숨이 찰 때까지 음식물을 밀어넣었다. 아무리 배를 채워도 그 허기가 가시지 않았다. 그런 일이 점점 잦아졌다. 소화기능과 대사기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살이 쪘다. 가족력으로 혈압과 혈당도 위험해졌다.
이 모든 건 내 탓이다. 허기를 느낀 나의 탓, 공허한 나의 탓, 채우지 못하는 나의 탓. 나는 우울해서도 안 되고, 외로워서도 안 되고, 아파서도 안 되고, 못나서도 안 되는데. 그럴수록 더 허기가 지는데. 끔찍하게 변해간다.
아무리 가족 곁에 있어도, 손을 잡고, 안아서 온기를 느껴봐도. 속이 텅 비고 맞닿은 손 외에는 따듯하지가 않다. 허기가, 그 텅 빈 구멍이, 커져버린 구덩이가 채워지질 않는다.
평생을 외롭고 슬프다. 온전한 내 편 없이… 너무 힘들다. 옛날일을 기억한다고, 마음에 담아뒀다고, 오해한다고 비난 받는다. 나는 귀했던적이 없다. 아들 귀한 집의 딸은 그렇다. 내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 해내야 했다. 끝도 없이. 애정을 갈구하는 괴물이 되어가면서 점점 더 멀어져간다.
그냥 다 내 잘못이란다… 평생을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살고 있다. 괴물이 되어가는 내게 좋고 따듯하고 빛나는 것은 오지 않는다. 날 피해간다. 하지만 어둡고 피하고 싶고 슬픈 것들은 늘 나의 몫이다. 나는 또다시 존재를 증명하고 싶어 습관처럼 나선다. 내가 짊어지겠다고. 일이 끝난 후, 내 일 하나 챙기지 않고 그런 일에 나섰다며 손가락질도 받아본다. 서럽다. 얼마나 더 나를 증명해야할까.
괴물 같은 나는 기세고 못난 인간이고. 이런 내 눈치를 볼까봐 내 동생은 안쓰럽나 보다. 왜 나는 안쓰럽지 않아 할까. 360일을 설거지를 도맡아 해도 5일 설거지 도운 사람 보다 못한 것이 내 위치이고 존재였다. 앞으로도 그러겠지.
가족을 늘릴 생각이 어릴 때부터 없었다. 사랑 받을 수 있는 존재들에게서 허기를 느끼던 순간부터, 나는 사랑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을 품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그런 존재인 가족을 늘리고 싶지 않았다.
이젠 과년해서 결혼도 안 한다며 내 존재가 또 가치가 없어진다. 늘 허기지고 비어있너서 그럴까. 들어가는 회사마다 망해서 이젠 직업도 없다. 이것 또한 좋은 직업 가지지 못한 못난 내 죄겠지.
내 탓을 해야한다. 그래야 타인을 원망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원망하고 미워하면 타인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다. 모든 원흉이 나라고 생각하면 타인에게 책임지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30년을 훌쩍 넘도록 살아왔고, 이게 그냥 내가 되었다.
오늘도 허기가 진다. 너는 참아야 한다. 어차피 채워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