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하기만 하는 제 자신이 원망스러워요.
복학을 앞두고있는 대학생입니다. 어릴 때 부터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고, 어릴때는 나름 똘똘하고 어디가나 적응을 잘 해서 부모님께 큰 걱정은 끼쳐본 적 없었습니다. 그러나 중학교 입시, 고등학교 입시, 현역대학입시 까지 늘 관문앞에서 실패하고 떨어지면서 스스로가 굉장히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제가 어렸기 때문에 부모님이 정해주는 학교 정해주는 학원 정해주는 루트로 따라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했고 그것을 따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늘 좋지 못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노력을 한다고는 했지만 사실 제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있습니다. 그때마다 부모님은 저에게 실망했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결국 제가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생시절, 기대치에 부응할 수 없는 사람으로 너무 오래 살았고, 제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은 전부 쓸 데 없는 것으로 치부당하면서 저는 제 자신을 드러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특히 중학생 시절 같은반 학우들에게 당한 은따(은근히 왕따)로 힘들어했던 것을 포함하여 제가 겪은 어려움에 대해 표현하려고 할 때마다 '제가 외모에 관심도 없고 그렇다고 공부를 특출나게 잘 하지 못한 탓'이라고 하며 되려 저를 나무라는 모습에서 심한 자괴감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제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며 어떻게든 스스로에게 존재 의미를 부여해보려고 끊임없이 망상을 하고 상상하고 또 글을 쓰며 점점 저만의 세상에 빠져들었습니다. 그것이 오래 지속되면서 저는 지금 이성적인 판단이 어떤것인지 잊은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판단해보라는 부모님 말씀을 듣고 생각해봤지만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제 자신을 또 봐야한다는 사실에 진절머리가 났습니다. 도저히 희망적으로 현실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 저는 항상 제게 물었습니다. 대체 난 뭐가 잘못된걸까. 왜 방치하고 피하기만 할까.
정말 심각하게도 저는 제가 하기 싫다고 생각하는 것은 알면서도 완전히 방치합니다. 눈앞에만 닥치지 않으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로 내버려둡니다. 이런 행동이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그 악순환으로 자기혐오도 늘어나고 무기력해 졌습니다.
부모님은 이제 일할 수 있는 날도 5년 남짓이고 제가 장녀로서 가족을 생각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지난 날동안은 제가 가족을 생각하지 않으며 살아왔다는 건가요... 이제는 제가 빚쟁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부모님이 그렇게 공부를 시켜도 제대로 받아먹지도 못하는 사람이라는게 씁쓸하지만 맞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 복에 겨워 뱉는 헛소리이고, 살아가면서 최선조차 다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방치하고 회피하는 게 절대 정답이 아니라는걸 알면서도 곧 복학을 앞둔 지금도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다 놓아버리고 싶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차서 어떤 것 부터 시작해야할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그냥저냥 회피해오다가 성적맞춰 들어온 학과에서 현상유지정도로만 살고있습니다. 눈덩이가 구르고 굴러서 결국 걷잡을 수 없이 거대해 지는 것 처럼, 저의 회피성 성격이 결국 인생에서 지금처럼 중요한 순간까지 갉아먹게 되었습니다. 제가 무능한 사람이라는 걸 마주하는 게 솔직히 너무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