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미치겠어요.
현재 학생 신분인 사람입니다.
제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아 도움을 받아 볼까하여 몇자 끄적여 봅니다.
요즘 딱히 무슨 일이 있는것도 아닌데 정신 나갈 것 같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것 아니냐는 지인의 말에 잠시 쉬어 보기도 하고,
이게 아닌가 싶어 아예 각 잡고 불태워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점점 무기력이 제 몸을 침식해 옵니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먹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움직일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평소 감수성이 예민해 평소 드라마등에서 조금만 슬픈 장면이 나와도 세상이 떠나가라 울었는데
지금은 어머니가 막말을 하셔도 아버지가 비교를 하셔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설령 울어도 분명 슬퍼서 눈물이 나오는 것일텐데 마치 다른 사람이 우는 것을 지켜보듯,
아니 그것만도 못하게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아요.
제 감정이 제 감정이 아닌 느낌이에요. 혼자 있으면 온갖 상념에 잡혀 있다가 사람이 오면 또 평소처럼..
방금 전까지 라면 맛있게 먹었으면서 문득 창문을 바라볼 때도 있습니다.
지인들이 병원에 가보라고 추천 해줬지만.. 제가 학생 신분이라 혼자서는 갈 수 없고 부모님과 동행해야 하는데.
솔직히 부모님과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고 제 이야기를 남에게 하는게 거북합니다.
전화나 채팅 형식으로된 상담이라도 해보라고 지인들이 추천해줬지만
그마저도 굳이 그렇게 유난 떨어야할까라는 생각에 그만 뒀습니다.
그저 자고 싶다는 생각만 있습니다.
이대로 자서 영원히 깨지 않는다면 정말 행복할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이내 살고 싶어도 죽어가는 이들이 많은데 감사하지 못할 망정 뭔 생각이냐고 정신 차렸지만요.
제가 차고 넘치는 생활하고 있다는 거 압니다. 그래서 더 미치겠어요.
노력은 하지 않고 이 생활을 계속 하고 싶다는게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생각인지 알기 때문에.
내가 죽으면 제일 슬퍼할 사람이 내가 싫어하는 엄마아빠라는 걸 알기 때문에.
죽으면 분명 후회할 것을 알기 때문에.
내가 계속 살아 봤자 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죽었을시 불러올 파장을 알기 때문에.
그럼에도 죽음을 바라는 내 이기심을 알기 때문에.
내가 이중인격이였으면 다른 인격에게 사는 걸 맡기고 편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초딩 같은 망상도 해보고,
이건 그냥 게으름을 피우기 위한 핑계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고.
어느 날은 정말 스트레스 받아서 짜증을 내며 잠들었는데 일어나서 어제 낙서하고 잠들었던
노트를 펼쳐보니 내용이 참 가관이더라고요.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을 내가 스트레스 받게한 상대가 아닌 나에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 말마저도 정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하듯, 난 정상이고 니가 문제고 니가 한심하다는 투였습니다.
제가 적고 있는 노트의 대상은 한 명인데 말이죠.
전 결국 있지도 않은 허상의 인물을 무시하고 깔보고 조롱하고 있던 겁니다.
저와 이름이 똑같은 허상의 인물을요.
제가 제 존재를 부정했다는 걸 정면으로 깨닫는 건 생각보다 끔찍한 일이더라고요.
소름 끼쳐서 노트는 바로 버려버렸지만 그날은 식욕도 없고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 날 이후로 원래 있던 불면증도 유독 심해졌고요..
이딴식으로 자기 연민의 늪에 빠지면 끝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모른체로 그냥 있고 싶습니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은 없습니다.
인터넷 썰 같은 거 보면 말하니까 편해졌다고 하는 것들이 많아서 저도 몇자 적어봤습니다.
재미 없는 고민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