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때문에 힘들어요
저는 제가 정말 꿈꿔왔던 직업을 찾아 하고 있어요. 올해로 벌써 6년이 됐어요. 남친도 있고 부모님도 건강 하시고요. 돈이 많은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갚아야 할 빚땜에 힘든 상황도 아니고 그냥 적당한 월급에 만족하고 있어요.
최근 고민은 직장 상사와의 관계에요. 조금 더 좋은 조건의 직장으로 최근 이직했어요. 이직 3개월 차인데 아직도 부장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잠이 깰 정도에요. 사실 회사도 그만두고 직업도 바꾸고 싶을 정도에요.
이직 제의를 받고 옮겼는데 오고 나니 생각보다 부장 잔소리가 심했어요. 보고서든 뭐든 뭐 하나만 하면 전화해서는, 경력이니 이 정도는 다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못한다는 식으로 말해요. 근데 전 하던 일과는 약간 다른 일을 맡게 되는 바람에 적응이 쉽지 않았거든요. 전 회사에서 요구하던 방향과 이 회사가 추구하는 업무 방향이 미묘하게 다르게도 하고요. 업계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를 정도 수준의 미묘한 차이고 결국 적응 하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부장은 굉장히 격한 반응을 보이시더라고요. 제가 잘 모르고 못한다, 여기 스타일과 다르다 등의 지적이었죠. 빠르게 적응하라는거겠지만 사실 몸에 익은 업무 패턴을 갑자기 바꾸기도 힘들잖아요.
워낙 성격이 급한 분이기도 해요. 최근 부장을 달았고요. 성과주의를 앞세워서 그 자리에 올라간 사람이니 당연히 자기 뜻대로 빨리 따라주길 바라겠죠. 근데 저는 직장 분위기도 업무도 적응이 안된 상황인데 빨리 성과를 내주길 바라니까 숨이 막히고 힘들더라고요. 부장 전화만 봐도 심장이 두근두근해요.
최근엔 부장이 시키는 일 때문에 힘들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윤리적으로 이렇게 하면 안 될거 같은 일인데 매출 성과를 이유로 시켜요. 사실 업계 관행이라는 이유로 다른 회사 선후배들도 많이 하는 일들이에요. 전 안하고 싶고 피하고 싶은데 새로 입사한지 얼마 안된 상황이니 부장한테 하기 싫다고 들이받지 않는 이상 피할 수도 없더라고요.
하고 싶었던 직업이다보니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이 직업은 이래야한다 저래야한다 같은 잣대도 뚜렷한 편이에요. 근데 이런 가치관이 하루하루 무너지고 침해받는 느낌이 들어요. 이럴거면 내가 왜 힘들게 이 직업을 택했지 하는 생각이 들고, 부장이 전화로 그런 일을 하라고 지시할 때마다 눈물이 날 정도에요. 그리고 이런 지시가 앞으로 더많아질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해요.
다들 직장에서 자아실현하지 말라고들 하잖아요. 직장은 돈 벌기 위해 다니는 거라고. 근데 저는 정말 이 일이 좋고 가능한 오래하고 싶거든요. 그만둔다고 당장 다른 회사를 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이직한지 얼마 안되서 이렇게 그만두면 다시는 이 일을 못할거고요. 이미 이직 이력이 많아서 또 그만두고 옮기기엔 커리어에 부담이 가는 상황이에요. 무엇보다 이 일을 그만두면 다른 일은 정말 업무 만족없이 돈만 벌러 다니는 일이 될거같아서 무서워요. 어떻게든 버티고 싶은데 하루하루 자괴감때문에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