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아닌것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마음속으로 계속 심한욕을 해요
몇년 전 성폭력, 실직, 가족과의 불화와 절연, 친구의 배신 등이 이어서 터진 적이 있어요. 1년 정도 Ptsd, 불안, 우울, 불면 등 일상생활이 어려워 투약과 상담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사건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사회생활도 하고 큰 증상은 없는 정도로 회복되었습니다. 다만 달라진 것 중 하나가 별일 아닌것에 무섭게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는 겁니다.
저는 자기주장과 책임감이 강하고 도덕적 기준이 높은 편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부모님이 항상 심하게 싸우셨고, 엄마와 정서적으로 너무 유착되어 있었고요. 어릴때도 감정적이고 과격한 면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타인의 상황이나 감정에 잘 공감하고, 약자에게는 아주 관대하고, 누가 나를 자극하는 말을 해도 상황에 따라 한귀로 흘릴줄도 알았어요. 그런데 몇년 전 치료가 끝난 후 부터 그게 안돼요. 별것도 아닌데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누가 내 의견에 반박할 때, 시덥잖은 농담을 할때, 상대가 방금 나를 좀 무시했다 싶을때, 제 도덕적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을 봤을 때, 저의 실수에 대해 누군가 농담할 때, 실제로 가슴부근의 온도가 뜨거워지는 걸 느끼고,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타인을 향해 말하기 끔찍한 욕을 속으로 수없이 되뇌입니다.
예전 제 모습과 비교해 봤을 때는 별일 아니라고 넘기거나,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제 감정을 전달하는 등 이성적인 방법으로 대응했던 것들이거든요. 속으로도 이정도로 화가 나지도 않았고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요즘 너무 좌절스럽습니다.
영원히 괴팍하고 아픈 사람이 되는건 아닌지 두려워요.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혹시 신체화가 진행되면 어떡하지, 다시 투약을 시작해야 하는 건가, 직장을 못 다닐정도로 아프게 되면 어쩌지, 인생을 정신병원에 입원한 채 마감하는 건 아닐까 하면서 점점 우울감에 빠지다가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성격이 왜 이렇게 된걸까요. 다른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더 완성되어가는 것 같은데, 저는 퇴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