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하나 둘씩,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해보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거식증|섭식|수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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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기억을 하나 둘씩,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해보자. 정작 이 이야기를 들어야 할 사람은 듣고 싶지 않아 계속 외면할테고, 듣더라도 듣지 못한 척 굴테니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꿈꾸고 가고자 했던 길을 아팠기 때문에 포기했던 적이 있다. 막 20대 초반이 되었던 시기였는데 아주 어렸을 때부터 혹사했던 탓에 수술을 하더라도 계속 같은 일을 한다면 수도 없이 재발할 것이라고 했다. 살면서 지금까지 타인의 이해를 바라고 배려해 주기를 부탁해본 적이 상당히 드물었는데 이 시기에는 정말 너무 힘들었다. 아픈 몸은 내 의지를 따라주지 않았고 한번씩 올라오는 통증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 정도였는데,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1년 정도 쉬었으면 한다는 말에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말이 참 서러웠다. 그래서 누가 그렇게까지 하래? 나는 너 그렇게 하라고 한 적 없다. 일주일에 겨우 한 번, 1시간도 버티기 어렵니? 네가 하기 싫은거면서 괜히 엄살 부리지 마라. 근데 엄마, 나는 정말로 아팠고 지금도 아파. 내 나이가 벌써 30대에 들어섰는데 내 손은, 내 몸은 너무 혹사해서 노인에 가깝대. 재능 하나만을 보고 피아노를 붙잡은 세월이 무려 20년도 넘어가. 절대음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배우기 시작한게 음악이었잖아. 엄마의 의도와 내가 생각했던 길이 달랐을지라도 한번쯤 내게 괜찮을 거라고, 쉬면서 치료 받으면 많이 좋아질 거고 옛날처럼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지 그랬어. 그때에는 좀 서러웠지만 지금은 괜찮아. 가끔 엄마가 내 고통을 이해하지 못해서 네가 뭘 했다고 어린 애가 그리 아파? 라고 물을 때마다 얘기해 주는 것에 지쳐 한숨이 나오긴 하지만. 강박증 때문에 섭식장애에 거식증 앓았을 때, 기억해? 그 때 몸무게가 35키로까지 빠졌었지. 20살이 지나고 한참 후에 갑자기 성장하는 바람에 성장통을 뒤늦게 겪은 후에 갑자기 살이 쪘다며 나한테 살빼라고 잔소리 할 때마다 눌렀던 이야기가 있어. 엄마. 엄마, 나는 정말 가족이 너무 싫었고 할 수 있다면 호적도 파고 멀리 떠나서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어. 가족이 내 인생에 아무 의미 없었다는 걸 어린 시절에 깨달아 버려서 사실 자취를 핑계로 나갔을 때에 모두 다 정리할 생각이었어. 근데 생각보다 내 건강이 정말 좋지 않았더라. 이런 저런 약을 정말 많이 먹었어. 그중엔 수면제도 있었고 천식 때문에 흡입기며 뭐며 뒤늦은 성장통 때문에 매일 같이 진통제도 먹어야 했어. 엄마가 그랬잖아. 돈 벌어서 어디다 썼냐고. 어디다 썼겠어. 아픈거 치료하는데 썼지. 심지어 조기 폐경 얘기를 들었을 때에는 현타 오졌지. 인생 무엇이냐며. 오늘 전화로 얘기했을 때도 느낀 거지만 아마 엄마는 내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그닥 듣고 싶지 않을 거야. 3살 5월 이야기만 해도 결국 말을 돌릴 정도였으니까. 사실 그때 이야기가 가장 가벼운 편에 속하는 건데도 엄마는 힘들어 하더라. 그게 느껴져서 그냥 웃었어. 엄마. 내가 원망할까봐 무서운 거 알아. 특히 내 기억은 더 그러겠지. 근데 엄마, 우습게도 나는 엄마를 단 한 번도 원망해본 적이 없어. 결국은 이게 내 인생이라, 내 삶이라, 이런 고통도 전부 내 것이라 타인인 엄마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새벽에 누군가를 답답하게 했던 남편의 바람을 용서해준 것도 비스무리한 이유인 것처럼, 결국 각각 개인이고 서로에게 있어 타인이잖아. 자기 인생은 자기가 알아서 살아야지, 남이 어찌해줄 수 있는게 아니니까. 내 부모여도, 내 가족이어도, 나랑 가장 가까운 사람이어도, 그 사람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잖아. 그렇다면 최대한 자기가 원하는 길을 가야하지 않겠어? 사과하지 않아도 돼. 이해하지 않아도 돼. 단지 내가 이렇게 아프다는 것만 알아줘. 나는 그냥 아픈 거야. 더 나아질 수는 없으니 나빠지지 않게끔 유지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 그저 부탁할 것은 본인 스스로도 그러려니 하는 고통을 어린 애가, 네가 뭘했다고, 내 고통에 비하면 네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야, 란 식으로 치부하지 말아줘. 고통엔 나이가 없어. 내게는 정말 너무 큰 고통이 타인이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닐 수가 있고 내가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고통이 타인에겐 너무 큰 고통처럼 보일 수가 있는거야.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냐에 따른 차이지, 꼭 자신만의 생각이 정답은 아니야. 언젠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살아가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아, 현상유지하며 살고 있지만 부질없음을 새삼 깨닫고 살아야 한다는 의지를 느끼지 못하게 되면 나는 분명 엄마를 두고 먼저 떠날 거야.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미안해. 그렇게 되기 전에 얘기할 수 있는건 다 얘기해 주고 싶어. 100%까지는 아니어도 이것만큼은 확실히 전하고 싶네. 엄마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정말 행복했고 엄마에게서 상처를 받는 일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 한 번도 원망해본 적 없어. 엄마가 무슨 희생을 해왔는지 알고, 엄마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고 있어서 그저 고마울 뿐이야. 오빠와 내가 성장할때까지 그런 아빠에게서 지켜줘서 고마워. 삐뚤어지지 않게 붙잡아 줘서 고마워. 항상 내게 먼저 손을 내밀어 줘서 고마워. 엄마 마음엔 들지 않았겠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인정하고 잘할 거라 믿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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