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버텨야하는 건가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우울증|고민|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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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버텨야하는 건가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naraesnara
·3년 전
안녕하세요. 27살 여자입니다. 저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항상 노력해왔으나 행복하지 않아서 고민이예요. 정말로 버티면 나아지는지 궁금해서 정말 조심스럽게 올려봤어요. 제 삶을 살짝 얘기해드릴게요... 중학교 때까지 평범하게 친구 좋아하고 공부 좋아하는 학생이었는데 명문대 가겠다는 일념으로 정말 감옥같은 고등학교 생활을 했어요. 룸메이트는 50명에, 모든 창문과 문들이 철제로 되어있고 저희를 감시하는 사감까지 있는 고등학교를 3년을 다녔답니다. 사실 대학을 잘 보내준다는 말에 다들 못들어가서 안달이었죠.. 저도 시험쳐서 들어갔습니다 ^^ (연합고사 폐지 전) 고등학교에서 끔찍한 3년을 보냈어요. 심지어 저는 수급자였어요. 머리가 특별히 좋지도 않은 저는 독기 하나로 정말 허벅지에 샤프를 찔러가면서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왔어요. 대학교 생활은 대체적으로 행복했어요. 자유롭고 느슨한 학교 생활이었고 예상치 못하게 들어간 학과에서 의외로 두각을 드러냈거든요. 제가 잘하는지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소거법으로 들어온 학과였는데 정말 잘 맞았어요. 그러다 제가 대학교 1학년 말에 페미니즘이 붐이 되기 시작했어요. 시위도 많이 나갔고요. 운동이라고 할 것도 꽤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무조건 '탈조선'이 목표였습니다. 무조건 한국을 탈출해서 여성인권이 높은 곳에서 살아야지가 목표였어요. 그래서 대학교 3학년에 북미로 교환학생을 갔다왔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더라고요. 그래도 나쁘지 않았어요. 거기에 있는 내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요. 외국인들과 어울려서 외국말쓰는 제가요. 그래서 미국 대학원을 가고 싶었어요. 학점도 나쁘지 않았고 (물론 학부생때부터 대학원에 가겠다는 일념으로 학점 관리했던 애들에 비해서는 낮지만요) 공부도 더 하고 싶었어요. 제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4학년 마지막 학기. 고민되었어요. 남들따라서 허리춤에 인적성 교재를 끼고 다니면서 대기업 입시를 해야하나 대학원에 가야하나. 무엇을 선택해야할지 두려웠어요. 그래도 한국에서 회사 취업하기가, 자소서 쓰기가 죽기보다 싫었어요. 그래서 졸업 후 저는 1학기 동안 영어 공부를 하면서 (운좋게도) 저를 예뻐하셨던 교수님 밑에서 학부생이지만 공부를 같이 했어요. 원하던 대학원 하나를 지원했어요. 지원하는데만 20만원이 들어서 여러 개를 지원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아무도 지원해주지 않았고요. 그나마 취업했던 연년생 언니가 카드를 쥐어주던 기억이 있네요. 떨어졌어요. 이혼했지만 저에게 용돈 20만원을 주던 아빠가 생활비를 끊었어요. 돈이 너무 없어서 카페에서 알바하면서 취업 준비를 했어요. 첫 시즌, 대기업 모든 서류를 낙방했어요. 문과에 어설픈 영어 성적으로는 안되나봐요. 그래도 대외활동은 정말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그때 이후로 모든 회사에 지원을 했어요. 돈이 얼만지, 위치는 어디인지 본 적도 없이요. 그러다가 한 회사에서 전화가 와서 갔어요. 방송국이었는데 연봉도 몰랐었고 (물어봐도 안알려주더군요) 연봉이 다른 이중계약서를 쓰고 제 옆 동료는 두 달간 임금을 못 받았어요. 저는 사수도 없었고 특정히 업무도 없었고 2년 뒤에나 정규직 전환의 '권유'를 받을 수 있는 인턴 계약직이었어요. 그치만 팀장님이 혼내는 건 거의 차장급 혼내듯 혼내더라고요^^ 결국 3개월 다니다가 출근하는 길에 위가 아파서 그만뒀어요. 그리고 대기업 광고회사에 6개월 계약직(연장x)으로 들어갔어요. 사수가 절 정말 많이 괴롭혔지만 동료들이 많아서 괜찮았어요. '아 회사에서 다니는 게 끔찍하진 않구나' 생각하고 2020년 2월 계약직 종료 후 다시 취준을 시작하게 됐어요. 네 맞아요. 코로나. 코로나도 코로나인데 AI 면접이다 뭐다.. 그런데 100개가 넘는 서류를 써대면서 '아 정말정말 앞에 인적사항은 적기가 너무너무 귀찮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름/전화번호/주소/학력 이런거요 ^^ 그래서 원하진 않지만 뽑힐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대기업 유통 회사를 지원하게 되었어요. 운좋게 한 명 뽑는 자리에 제가 되었어요 그때까지는 정말 행복했죠. 그런데 저희는 점포에서 몇 년 일해야지 본사에서 일할 수 있더라고요. 몰랐어요. 정말 저는 20몇년을 어떻게 살아온건지.. 대충대충... 이때 이런 선택을 한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죽여버리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 점포에서 일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제가 왜 이렇게 사는 건지 5060대, 경력20년 아주머니,아저씨들과 매일 매일 싸워야해요. 말싸움, 기싸움, 싸움 말리기... 전부 다 하고 있네요. 말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모든 남들 욕이나 제 욕도 들어야하고요. 그리고 팔꿈치가 아플 정도로 까대기(물건 진열)을 하고 있고요. 회사는 정말 군대식이었고 사실 점포에는 고졸 출신들만 있어서 저를 또 이방인 취급도 하네요. 그리고 정말 *** 같은 사람들도 많이 봤어요 여기서. (횡령, 갑질 등등 말이예요ㅋㅋ) 어쨌든 질 높은 노동을 하진 않는 게 가장 고통스럽네요. 글 쓰는 게 좋던 저는 글에 대한 아이디어가 아무것도 안나와요. 그저 우울증 같고 그만두고 싶고 아니면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여기까지 읽으시면 이렇게 생각하실 지 몰라요 그래.. 신입이니까 힘들고.. 이것만 견디면 돼.. 근데 확신이 없어요. 정말로 몇년만 버티면 되나요? 나아지나요? 지금보다 살만해지나요? 저한테 20몇년이 길고 힘들었거든요. 그래. 여기서 견디면, 버티면,, 본사도 갈 수 있고, 또 원하는 일도 할 수 있고, 돈 모아서 원하는 공부도 할 수 있고.. 정말일까요? 진짜 제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저 정말 노력 많이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든 사람들이 성공할 수 없는 것도 알아요. 정말로. 운이라는 게 중요한 거고. 명상은 몇년째 하고 있어요. 그런데 잘 안될때마다 그냥 아닌 게 아닐까 내가 그냥 내 인생이 사실상 되게 안풀리는데 그냥 내가 너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누구는 취업한 그대로 부럽겠지만 그리고 그것대로 존중하지만 저는 저랑 이 생활이 안맞는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회사 인사팀에도 말해봤지만 잘 안되더라고요. 1년만 참아라고 하네요. 네, 10개월입니다. 버틸 순 있어요. 그런데 버틴다고 나아지나요? 본사는 또 좋을까요, 과연? 세상과 가족을 무시하고 내 온전히 마음을 따라서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지금부터 기르면 되나요? 그 과정이라서 이렇게 고통스러운 건가요? 왜 내 주변 내 또래 애들은 이렇게까지 고통을 겪지 않던데... 제가 너무 제 주변에 잘난애들이 많아서 그런가요? 아니면 제가 정말 객관적으로 힘든걸까요? 그런데 저는 왜 이걸 아예 저를 모르는 분께 보내면서 묻고 있을까요?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너무너무 고민해봐도 답이 안나와요. 그리고 사실 원하는 걸 갖는 것도 두려워요. 안 이뤄질 꿈을, 택도 없는 꿈을 자꾸 내가 꾸는 건 아닌가 두려워요. 계속 더 노력하고 도전하는 게 맞나요? 감사하기 일기를 써도 명상을 해도 제가 견딜 수 있는 양을 넘어서는 순간 다시 포기하게 되고 좌절하게 돼요. 그냥 우울증약을 먹는 게 나을까요? 그리고 왜 저는 이렇게 의존을 할까요 남의 의견에.. 솔직히 한편으로는 이렇게 제가 유리한 부분만 써서 보내는 것도 정말 양심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너무 힘들고 답답해요..
짜증나힘들다의욕없음혼란스러워강박우울해괴로워공허해무기력해스트레스받아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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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wooj
· 3년 전
일단, 정말정말 수고하셨어요. 쭉 읽어봤는데 솔직히 대단하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꽤나 큰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향해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하신 것 같아요. 그 중에서는 성공한 것도 있었고 당연 실패한 것도 있겠지요. 한번 자신의 성향을 돌아보는것은 어떨까요? 이 글을 읽으면서 제가 느낀 것은, 글쓴이님은 한 곳에 틀어박혀서 오랫동안 일하는 것보다, 조금 안정감이 없을지라도 다양한 것에 도전하고 경험하는 것이 더 잘 맞는 성격이라고 느꼈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한 곳에서 몇년동안 썩어나간다? 당연히 우울증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똑같이 힘들어도 현실에 따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버텨낼 수 있는거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더 버티기 힘들겠죠. 아니면 현실을 따르는 성향으로 바뀔 수도 있구요. 제가 보기에는 글쓴이님은 성향을 바꾸거나 자신의 성향에 맞는 힘을 키우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할 것 같아요. 한번 다시 기억해내보세요, 외국말을 쓰며 뿌듯했던 자신의 모습을요. 지금 이 글에서 그 문장만이 '자신을 칭찬하는' 유일한 문구였어요. 그 날 처럼 자신을 사랑하게되는 일을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성향을 바꾼다해서 나쁜건 아니예요. 바뀌면 바뀌는대로 또 다른 멋진 목표와 꿈이 생기겠지요. 그러니 선택은 글쓴이님의 몫이예요. 어느 쪽을 선택해도 장단점은 분명히 존재해요. 똑같이 힘들고 똑같이 좋은 일도 생길거예요. 만약 진짜로, 어느 쪽을 선택해도 이득과 손해가 똑같다면 글쓴이님은 어느 길을 선택하고 싶으세요? 선택하셨다면, 그 길로 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절대 후회하지 마세요. 다른 길로 갔어도 똑같았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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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aesnara (글쓴이)
· 3년 전
@!192e289cfddc8a9a2f7 잘 아시네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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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aesnara (글쓴이)
· 3년 전
@diwooj 감사합니다. 두서없이 내려간 글인데도 저를 정확히 아셨네요.. 그리고 저는 제가 자주자주 바뀌는 것에 대해서 컴플렉스를 느꼈는데 그게 제 성격이라고 딱 해주시니 후련한 것도 잇네요. 성향을 바꾸는 건 참 어려운 일이고 그러기엔 제가 톡톡튀는(?) 제 성격을 너무 좋아해요 (갑분자랑...) 유일한 문구였다는 것이 참 스스로에게 박하다는 것도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말이 참 와닿네요. 해결법도 정확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