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동반자이며 꿈으로 그려왔던 그림을 20대 초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우울증|고민|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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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평생 동반자이며 꿈으로 그려왔던 그림을 20대 초반에 그만두었습니다. 어릴 적 벽에 낙서를 하는 걸로 시작해서 쭉 그림을 그렸습니다. 놀랍게도 저는 어딜 가도 그림으로 1등을 하고 어느 자리를 가도 한 손 안에 꼽는 실력자로 대우를 받았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학원에서도 좋은 대학을 준비하라며 제 등을 떠밀었습니다. 저는 아무 대학이나 상관없었는데 어릴적부터 그려왔던지라 제 실력이 또래들보다 높은 모양인지 주변에서 바람을 많이 넣었습니다. 그렇게 재수까지 했거늘 우울증 때문에 학원에 나가지 못한 나날이 많아 결국 떠밀어주던 대학에 떨어지고 학벌에 대학 집착과 우울증은 극심해졌습니다. 더이상 그림을 그리는 게 즐겁지 않았습니다. 혼자 그려도 행복하기만 했던 그림이 이제는 남들의 인정을 받아야만 하는 존재로 전락해버렸습니다. 그래서 20대 초반에는 펜을 꺾기로 하였습니다. 아주 기나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고 그림으로 맺어온 인연도 20대 후반인 지금 대부분 끊겼습니다. 재능이 아깝다며 주변에서 다시 해보라는 권유도 많았지만, 옛날과는 다르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려면 항상 우울과 스트레스가 따르더라구요. 원래는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던 나의 세상이, 입시와 우울증, 그 외의 많은 일을 거치느라 고통으로 변질된 게 회복되지가 않았습니다. 저는 그 고통을 다시 들춰보고 싶지 않은데 사람들은 자꾸 다시 해보라고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그때마다 힘들었구요. 결국 다른 전공을 찾고 그림은 제게서 정말 취미로 변할 뿐이었습니다. 일평생 하루도 그림을 안 그려본 날이 없었고 지하철에 타면 승객들을 크로키하고 다닐 정도로 쉰 적이 없는데 지금은 펜을 들지 않은지 몇 달이 넘었네요. 당장은 취미조차도 아닌 겁니다. 그런데, 최근 옛날 그림을 볼 때마다, 옛 생각이 불현듯 들 때마다 그림이 너무 그리고 싶어집니다. 그럼 다시 그리면 되지 않아? 라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이제 안 좋은 생각만 나요. 예전에 느낀 고통이 아직도 기억나고 또 그렇게 힘들고 싶지 않습니다. 마음이 무겁고 힘들어요. 당장 저 자신의 우울증도 버티기 힘든데 그것까지 버틸 여유는 없어요. 그림이란 제 삶에 20년 가까이 반쪽처럼 지내던 것이라 단순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그림을 그리려고 해도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제 실력에 선뜻 펜을 쥐기가 무기력해집니다. 다시 옛날처럼 순수하게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요. 입시는 끝났고 고통으로 얽힌 기억들은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받아들이질 못 해요. 아직도 수없이 많은 감정들이 그림이란 존재에 달라붙어 있어요. 다시 예전처럼 순수하게, 즐겁게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요? 그게 가능할까요?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차라리 깔끔하게 포기라도 되면 좋겠건만 아직도 어릴적 꿈은 사라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런 글을 적으며 단순하지 못한 자신에게 화도 납니다. 퇴고를 하지 않아 횡설수설하네요. 사실 작은 위로라도 받고 싶은 건지... 아무도 제게 "많이 힘들었구나" "네가 얼마나 괴로웠을까" 이런 말을 해주지 않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줍잖은 충고나 조언을 듣는 것이 이제 지겹습니다. 정말 어떡하면 좋을까요.
의욕없음혼란스러워트라우마답답해우울해강박외로워공황슬퍼스트레스받아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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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345
· 3년 전
마음이 아파요... 저도 우울증 및 정신질환과 싸우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입니다. 정신 건강을 위해 그림을 놓고 싶으면서도 일평생 그림에 들인 정성과 제 진심들이 너무나 아까워서 겨우겨우 붙잡고 있어요. 취미로 둬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기가 쉽지 않아요... 순수하게 그리고 싶다는 말 너무 와닿아요 비슷한 상황이기에 작성자님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어요. 얼마나 착잡하시고 힘드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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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100
· 3년 전
제 얘기인줄 알았어요... 저도 어릴때 부터 미술을 진로로 정하고 하루종일 펜을 안놓는다 싶을정도로 매일같이 그림만 그리다 입시를 하게됐어요. 전 몸이 약해서 고3때는 학교를 거의 못다닐정도였어서 재수를 하게됐는데 입시비용도 만만치 않고 시험에 떨어진 제가 너무 한심해서 매일 잠도 못자고 괴로워하다가 우울증이 온걸 알았어요. 결국 수천 쏟은 돈과 노력 끝에 덩그러니 남은건 보잘것없는 저더라구요. 같이 입시하고 꿈꾸던 친구들과 떨어져 저도 결국 다른 전공하고 있네요... 마카님 글 보고 너무 공감이 됐어요... 진짜 힘든길을 걸어왔네요 우리ㅜㅜ 저도 그림 손 놓고있다가 오늘 너무너무 우울해서 잘그려보겠다는 강박이고 뭐고 다 집어던지고 마구잡이로 감정쓰레기통마냥 낙서했는데 그리면서 아 이것도 나쁘지 않구나 싶더라구요. 결국 내가 하고싶었던건 그림그리는거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 칭찬, 관심을 통한 자아정체성 형성이었나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마구잡이로 엉켜있던 감정표현을 그림이라는 수단으로 토해내고 나니까 조금 후련하더라구요. 마카님도 언젠가 괴로운일과 마주할때 그림을 수단으로 써볼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너무 마음고생 많았고 우리 많이 아팠으니까 자신에게 조금만 너그러워져 봐요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