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것도 가정 폭력이 맞나요?
안녕하세요 한 번도 온라인에 글을 올려본 적 없는데 너무 답답해서 쓰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남에게 털어놓거나 물어본 적이 없어서 제가 느끼는 생각과 감정들이 정상인지? 다른 분들께 조언을 얻고 싶어요..맞춤법이 제대로 맞지 않고 글이 두서가 없어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목에 쓴 것과 같이 저희 아버지의 행동이 가정폭력이 맞는지? 궁금하여 쓰게 되었어요.
제가 이 글을 고민으로 쓴 가장 큰 이유는, 제 기준으로는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일관되게 악하고 나빠야 한다는 왠지 모를 고정관념?이 있어서요..
가족들이 상처를 받는다면 아버지가 사회생활을 하시며 바깥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다 아버지를 나쁜사람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오히려 전혀 반대고 제가 밑에 사건 위주로 설명을 해서 그렇지 부드럽고 소프트 할 때가 더 많은 분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아버지 때문에 오랜 기간 때문에 힘들어왔고 갈수록 한계에 다다르는 느낌이 정상인지, 혹은 저의 문제도 있는 것인지 점점 이성적으로 잘 판단이 되지 않아 조언을 드리고자 작성했습니다ㅠㅠ
우선 아버지는 천성이 악하거나 나쁜 분은 전혀 아니세요.
오히려 너무 여리셔서 문제인데 마음에 안 드는게 있으시면 소심하게 꿍해있으신게 아니라 불 같이 화를 내시며 흔히 말하는 '급발진'을 하십니다..
그런데 화를 내시는 기준이 너무 본인 위주세요. 제가 예민하고 걱정 많은게 아버지를 닮은게, 아버지 또한 굉장히 예민하시고 섬세하고 안전에 대한 욕구가 그 어떤 욕구보다 크신 분입니다.
그런데 그것들을 판단하고 결정 짓는 과정에서 반드시 주변인들이 본인의 줄안함에 동조하고 이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한 답변을 내줘야 해요. 그것도 짜증내거나 귀찮다는 듯이 대답하면 굉장히 버럭하십니다. 매번 무척 상냥하고 성실하게 대답해드려야 해요.
그리고 자녀들에게 마음에 안 드시는게 있으면 아주 사소한 거라도 "너 그거 고쳐라" 라고 말씀하시 않고 바로 인상을 쓰시며 엄마를 안방으로 끌고 들어가 문을 닫고 화를 내십니다.
저 새끼 왜 저따위냐 아주 마음에 안 든다 단단히 말해라 계속 저 딴식이면 가만 안 둔다고.
동생이랑 제 입장에서는 혼을 내도 직접 내주시는게 나은데 꼭 엄마를 쥐잡듯이 잡으며 니가 애들한테 똑바로 경고하라고 엄마를 보내십니다.
직접 얘기하라고 엄마가 말씀하셔도 저 새끼 얼굴도 보기 싫다며 날 개무시하는데 내가 왜 그래야 하냐고 저거 안 고쳐놓으면 너도 가만 안 둘꺼라는 식으로 말씀하세요.
그럼 그걸 안방 문 밖에서 동생이랑 저랑 숨죽이고 듣고는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십대 후반이 되어가는 중반인데도 아직 안방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면 멀리서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미친듯이 뛰어요..
그러시는 이유도 무척 사소해요.
예를 들어 제가 집에서 저녁에 친구랑 통화를 하거나 혹은 아빠가 보시기에 제 표정이 안 좋아서 무슨일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제가 잘 대답을 안 드렸거나 (제가 친구랑 다투거나 개인적인 고민이 있는 걸 모두 말하는게 편하지 않잖아요ㅠㅠ;;)
특히 아버지가 뭔가를 제시하셨는데 그걸 무조건 따르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고요. 어릴 때부터 그 이유들이 참 다양하고 저로써는 예측이 안 됩니다..가족 모두가 예측을 못 해요.
지금은 나이가 드셔서 안 그러시지만 사실 아버지가 욱 하는 성격이 있으셔서 제가 어릴 때 저와 가족들에게 손찌검도 하셨어요. 그런데 그 이유가 언제나 지극히 본인 위주이시고, 저 같은 경우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본인 말에 똑바로 대답을 안 한다 눈빛이 짜증스럽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맞았는데 회초리로 종아리 맞기 같은 체벌의 개념이 아니라 눈 깜짝할새에 손을 들어 머리를 후려치셨습니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리셔서 폭언과 깎아내리기는 다반사고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지도 못 하면서 날 무시하냐 이딴 식으로 굴꺼면 집에서 쫓아내겠다 지원을 끊어버리겠다 등등
거의 저주를 퍼부으십니다.
초중학생이 그렇게 맞을 이유가 대체 뭐 있었을까 하는 억울함을 갖기 이전에 저는 그저 아버지의 참을성에 대한 신뢰
가 전혀 없이 아버지를 무척 두려워하며 컸습니다.
그래서 20대 초중반이 될 때까지 한 번도 아버지에게 "싫어요" "못 하겠어요" (이 과외가 너한테 도움되니 무조건 해서 성적을 올려라 같은 상황) 같은 말을 한 번도 해 본적 없이 컸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저희에게는 직접 불만을 말 하시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엄마를 잡으시기 때문에 저는 매번 스스로 뭘 잘못했는지 이성적으로 납득하기 이전에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과 죄송함으로 마음이 너무너무 힘들어요..
욱하시는 성격을 알기에 어머니가 잘못될까 걱정되면서도 아버지가 소리지르시는게 너무 무서워 안방에 뛰쳐들어갈 용기도 제대로 내지 못 하는 스스로가 너무나 싫습니다..
그래서 저는 되도록이면 아버지가 맘에 안 들어하시는 상황을 아예 만들지조차 않으려고 스스로를 굉장히 검열하고 숨기고 트집 잡히지 않을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강박이 있어요. 밖에서는 밝고 상냥하다는 말만 듣는데 집에서는 제 얘기를 하는걸 무척 경계하고 싫어합니다. 누구랑 어디서 놀았는지 혹은 제 몸 상태가 안 좋은것조차 티내는 걸 극도로 싫어해요.
또한 가부장적인 스타일의 아버님들이 대부분 그러시겠지만 저희 아버지는 소통을 하지 않으십니다.
만약 아버지께서 "A 해라" 라고 조언하셨는데 제가 그거 말고 다른 건 어떠ㄴㅑ고 하면 이미 그 자체로 굉장히 기분이 상하십니다.
남의 의견자체를 신뢰하지 않으세요. 본인한테는 이미 그게 베스트고 니 생각해서 찾아보고 알아봐주건데 자기 노력을 무시한다고 생각하셔서 화를 내십니다. 반대 의사 자체를 본인에 대한 무시라고 생각하세요.
자식들도 자아가 있는 객체인데 그런 생각은 전혀 없으신 것처럼 "왜? 너는 어떤 이유로 그렇게 생각하니?" 같은 질문을 저는 어릴 때부터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반대로 아버지 또한 본인 주장의 이유를 매번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지도 않으세요.
한 번은 고등학생 때 대학 원서를 이렇게 쓰고 싶다고 작성해서 갔는데 (제 성적에 맞는 대학 중 저의 관심사와 맞는 학과를 골랐어요) 아빠가 그걸 받아드시더니 첫 마디로 "너한테 정말 실망했다"고 원서를 북북 찢으시던 기억이 아직 나요.
그러면서 군말 하지 말고 전부 다 xx과로 쓰라고, 세상 물정 모르면서 얼마나 고생하려고 그러냐고 한심해서 살 수가 없다고 저를 정말 벌레 보듯이 보셨는데 그 때 전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고 무섭고 상처받아서 덜덜 떨면서 다시 아버지 말씀대로 원서를 써서 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집에서 가질 수 있는 선택권은 둘 중 하나에요.
아버지 말대로 군말없이 따르던가 혹은 또 어머니 괴롭히시는걸 지켜보며 울며 겨자먹기로 뒤늦게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따르던ㄱㅏ요.
후자까지 가면 제가 사과를 해도 예외없이 항상 넌 너한테 잘해주려하는 놈 노력을 배신하는 ***끼, 필요없으니까 니 하고 싶은대로 하다 망해서 내 탓하지 말라 라는 말은 꼭 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원하지 않는 선택을 따라도 화가 나기 보다 죄책감이 들고 스스로가 너무 싫습니다.. 어머니한테도 죄송해서 가능하면 아버지랑은 아무 대립도 하고 싶지 않아요..
사실 저희 아버지가 직업도 좋으시고 저희 가족들이 부족함 없이 지내셨음 하는 마음에 최선을 다 하며 사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무척 감사하고 존경하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제 태도나 성과, 개인적인 의견 혹은 일상 생활의 아주 작은 부분에서도 스스로가 너무나 쉽게 아버지를 배신하고 힘들게 하는 ***끼가 되는 것이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진로나 관심사에 있어서도 판단이 너무 주관적이시고 오직 "맞다" or “틀리다"의 개념이셔서 본인이 별로라고 생각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너무 쉽게 터부시하세요. 틀리다고 생각하시는 분야에 대해서는 관심 갖는 것도 난리 치시고, 두번 다시 얘기 꺼내지 못하게 자존심을 밟아버리십니다.
그래서 제가 앞으로 성취해낼 커리어나 진로 방향에 대해서 그리고 나아가 제가 결혼하는 모습을 떠올려도 기쁘고 의욕 넘치기보다는 아버지가 허락해 해주실까? 가 저의 언제나 가장 큰 고민이자 두려움입니다.
써놓고 보면 문제가 많긴 하지만 사실 저는 아버지가 너무나 약하고, 자존감이 낮고 제대로 표현하시는 방법을 몰라서 그러신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질러 놓고 후회하시고 공허하게 앉아계시는걸 보면 뭐라 말 할수 없이 마음이 아프고 죄송스럽기도해요. (그렇다고 당사자들한테 사과를 하신 적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트러블이 생기고나면 스스로 '나만 참을걸, 아빠도 힘드실텐데 내가 아빠를 속상하게 했다'라는 후회가 들어요.
그러면서도 이십대 중반이 되니 이렇게 숨죽이고 긴장하며 사는것에 대한 한계가 느껴집니다.
저는 자기 검열이 무척 심하고 자신감이 없는데, 제가 노력해도 언제든 실망스럽단 질책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제 미래의 어느 시점을 떠올려도 자신이 없어요..
저는 정말 아버지가 금전적으로 풍족하지 않으셔도, 그냥 제가 뭘 하든 믿고 칭찬해주시는 분이면 좋겠어요. 마음이 너무 힘들어요 제가 받는 지원과 모든 물질적인 것들이 언제든 아버지께 비난 받아야 하는 조건 같다는 생각 또한 들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갈수록 아버지가 불편하고, 시간을 같이 보내는게 너무나 싫고 저에 대해 드러내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어머니는 이런 제 감정이 제 타고난 성격 때문에 남에게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러는 거라고도 자주 말씀하세요. 그러면서 네가 아버지 때문에 괴롭지 않으려면 스스로 더 강해져야 한다고 하시는데, 저는 뭔가를 더 노력하고 싶지 않아요.. 지칩니다.
제가 부족한 탓일까요?
감정을 떠나서 저는 아버지의 노력이나 커리어에 대해서 무척 존경하고 닮고 싶어요. 그리고 아직도 아버지가 너무 불편하고 예측이 안 되는게 무섭지만 많이 사랑하는 것도 같아요. 매번 너무 슬프거든요 모든게.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데 이건 제 노력이랑 별개인거 같아요
그렇지만 아버지에게 이런 제 모든 마음을 말씀드리는 것도 너무 두렵습니다. 한 평생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는데 사실 이런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걸 아시면 너무 배신감 들고 무너져내리실까봐? 겁이나요..
제가 가장 슬프고 걱정되는 건 이러다 제가 서서히 마음의 문을 닫고 제 가정을 꾸린 다음에는 제가 아빠를 일부러 찾지 않는 것입니다. 아빠가 외로우실까봐요. 저는 아빠가 너무 싫어서 하루 빨리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안타깝고 떠올릴 때마다 그립기도 ? 합니다.
이런 이중적인 제 마음이 대체 어떤 상태인지 이젠 저조차 모르겠어요.
저와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조언을 주실 수 있는 부분이 있으시면 앞으로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