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는지 걱정이 너무 많고 의욕이 없어요
지금은 성인이지만 고등학생때 선생님께서 저를 지목해서 소리내서 책 읽기를 시키셨는데 책을 읽다가 갑자기 숨이 안쉬어지면서 말이 안나와서 책을 겨우시 읽다가 짝이 대신 읽었어요 그때부터 트라우마 생겨서 발표나 소리내서 책 읽는 상황을 피하게 되었어요
지금 대학생이라 독서실을 다니는데 독서실에서 갑자기 심장이 쪼이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틀 정도 간헐적으로 이 증상이 지속됐어요
중학생때부터 집에서 뛰어내려서 자살하는 상상을 힘들때마다 했어요 한동안 괜찮다가 최근에 스트레스 상황에 다시 처하면서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시뮬레이션을 자세히 몇번이고 돌렸어요 이러다가 진짜 죽겠다 싶을 때까지요
엄마와의 관계에서 힘든 점은요 엄마가 저를 항상 못 믿어주세요 제가 친구들이랑 1박 놀러갔다 오면 친구들이랑 안갔으면서 왜 거짓말 하냐고 구박하고 제가 알바에서 일을 잘 해내도 너는 성격이 소심해서 말도 제대로 못했을거라고 말 크게 하는 연습해라고 항상 저를 나무랐어요 통금은 필수고 여행을 가도 누구랑 가는지 무조건 인증해야 했어요 저는 단 한번도 여자인 친구들 아닌 다른 누군가랑 여행을 가본 적도 술을 마신 적도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엄마는 항상 의심하고 저를 통제했어요
처음에는 엄마가 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그러시는거겠지 싶어서 다 따랐지만 어느 순간부터 제 인생을 제 마음대로 살지 못하게 엄마가 통제 하는 것이 너무 답답했어요 그리고 어떤 결정의 순간에 항상 제가 아닌 엄마의 기분부터 생각하게 되고 그게 습관이 되어서 어떤 인간관계에서던 타인의 기분을 지나치게 생각하고 내가 사소한 실수라도 해서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까 소심해지고 자책하게 되었어요 제 기분을 생각하는 법을 잊은 느낌이예요
그리고 제가 타지역에서 혼자 자취를 하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본가로 내려올때가 있었는데 그때 엄마가 너 없이 나 혼자 자서 침대에서 혼자 울었다 하고 우울증 걸릴 거 같았다고 할때 모든게 다 내 탓 같았어요 엄마도 독립적인 개인으로 저 없이도 잘 지냈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되시니까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힘들었어요
아빠랑의 관계는요 어릴때부터 아버지는 술 취한채 집에 가끔 들어오셔서 언제 나갔는지 모르게 집에 안 계셨어요 저는 아빠를 사랑하는 어린 마음에 아빠가 집에 들어왔을때 아빠 옆에 꼭 붙어서 아빠 이번에는 안 가면 안되냐고 매달려 있다가 잠들었고 눈 뜨면 아버지는 안계셨어요 아빠가 술 취해서 왔을때 엄마랑 싸우면 항상 잠이 깼는데 잠이 깨도 이불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입을 막고 울었어요 부모님 두 분 다 제가 깬 걸 절대 모르셨어요 그래서 저는 어릴때 제가 제일 잘하는 건 소리 없이 아무도 모르게 울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아빠가 술이 취하셔서 엄마인줄 알고 저는 만진 적이 여러번 있었어요 처음에는 실수라고 생각했는데 여러번 반복되었고 어린 나이였음에도 느낌으로 이상함을 느꼈어요 그래서 그게정말 실수였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혼자만 힘들어했어요 이렇게 어릴때 아빠에 대한 악몽만 간직한채 중학생이 될 때까지 3년 정도 떨어져 살았어요 아빠가 알콜중독으로 교도소에서 출소함과 같이 살기 시작했어요 아빠에 대한 힘든 기억과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던 어색함 때문에 같이 살기 싫었지만 엄마의 선택이고 가족이니 뭐 억지로 같이 살았어요 만약 아빠가 바뀌었으면 저는 같이 살기 잘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아빠는 제가 싫어하는 행동을 전부 다 하고 제가 하지 말라고 부탁해도 고치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아빠한테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짜증부터 나갔어요 이제는 아빠한테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는 아빠를 죽이는 상상을 머리속으로 몇번이고 해요 정말 아빠가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요 알바할때 아빠랑 딸이 손님으로 왔는데 너무 다정하게 대화하고 딸에게 애정 표현을 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구요 단 한 순간만이라도 저렇게 다정하게 아빠한테 사랑받는 감정을 느껴보고 싶었어요
최근에 저는 처음 계획을 수립할때 설마 내가 이렇게까지 되겠어 싶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대로 현실로 되니까 모든게 다 제 탓 같고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용기가 없어졌어요 항상 뜻대로 되지 않아도 그래도 일어설 용기는 있었는데 말이죠
저도 정말 지금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싶은데 이렇게 살기 싫었어요
어느날 갑자기 아무도 날 몰랐으면 좋겠다고 내 존재를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서 죽고 싶다가도 가족들이 떠올라서 이겨내고 싶다가도 다시 일어설 힘도 의욕도 없어요
절벽에 떨어져서 다시 올라오려고 해도 계속 떨어지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