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잘 모르겠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우울증|고민|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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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잘 모르겠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pie213
·3년 전
어릴 때부터 부유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부족함도 없이 자랐어요. 3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는데, 제가 학교를 일찍 가서 학교다닐 땐 4학년이 차이났고 부모님까지 항상 넷이었어요. 동생은 어릴 때 늘 불만이 있으면 다 표출해야하는 성격이었고 저는 어릴 때부터 언니인 네가 참아야한다는 말을 늘 듣고 살았어서 항상 불만이 있어도 되도록이면 참았어요. 동생과 둘이서 싸우더라도 가만히 있기만 했던 건 아니지만 대체로 제가 동생한테 맞는다거나 하는 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중학생이 되고, 사춘기가 절정에 이르던 시기 매일같이 죽고싶다, 집에서 나가고 싶다는 말을 반복하며 혼자 방에서 운 적이 많았어요.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았고 학교생활도 부족함 없이 선생님들께 크게 예쁨받는 아이는 아니더라도 '쟤는 나쁜 짓을 할 아이는 아니지(표본적인 착한 학생)' 정도의 인식은 있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늘 말 잘 듣는 딸, 말 잘 듣는 학생이었는데 고등학생쯤 되었을 때부터인가 스스로 느끼기에도 너무 '착한 아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살고 있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착한 건 마냥 좋은 건줄 알았는데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아버렸어요. 사실 착하기만 하다기보다는 쓴 소리를 잘 못하고 남들 앞에 나서야할 때 늘 두려움이 앞서는 쪽이라는 것도 알았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늘 시험만 쳤다하면 잘한 게 3가지 있더라도 칭찬은커녕 늘 잘 못한 1가지로 꾸지람을 들어야했고 뭐든지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뭐 하나 크게 못하는 것도 없었어요. 뭐든 중간이상은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고 그건 지금도 남아있는 것 같아요. 엄마는 친구 엄마들이랑 있어도 늘 제가 잘한 것보다는 못 한 걸 들춰내기 바빴고 제가 잘한 것들은 오히려 그분들이 치켜세워주는 편이었어요. 늘 칭찬에 인색한 엄마와 늘 인정받고 싶었던 저는 많 부딪혔던 것 같아요. 뭘 해도 인정해주기보다는 꾸짖기 급급한 엄마에게 제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게 되었고 엄마는 늘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고 하셨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제일 친한 친구와 싸웠을 때가 있었는데 그 땐 엄마가 어떤 반응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요. 그 뒤에 고등학교 3학년 때에는 1년 내내 한 반에서 같이 밥먹고 이야기하고 놀던 친구들이 수능치고 얼마 있지 않아서 어느날 갑자기 인사를 하기는커녕 제가 하는 인사도 받아주지 않아서 거의 옆반에 있는 친구한테 가서 놀았던 적이 있어요. 그게 너무 속상해서 엄마한테 마음먹고 터놓고 이야기했더니 돌아온 엄마의 답변은 "1학년 때도 제일 친했던 친구랑 싸우더니 너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였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한번은 모의고사 성적이 너무 잘나와서 기쁜 마음에 자랑했더니 그저 운이라고만 하시고 계속 그러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냐며 더 열심히 하라고만 하셨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그 두 사건이 너무 마음에 꽂혀서 더욱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혼자 어떻게든 해결하려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1~2년 전쯤 엄마와 이야기를 하다가 너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왜 말을 안하냐고 하시길래 울면서 엄마가 고등학교 3학년때 그렇게 말하지 않았냐 늘 그런 식으로 뭐든 내탓으로만 돌리고 잘 한 거 칭찬 한번 제대로 해준 적 없는 엄마한테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했더니 내가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있냐며 결국 내가 널 잘못 키운 거냐면서 내탓이냐고 하셔서 그 대화도 그렇게 끝났어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마음놓고 가족들에게 터놓는 친구들을 보면 너무 부러워서 저도 그러고싶은데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를 않아요. 엄마뿐만아니라 가족들이 대체로 제 편보다는 늘 상대방의 편에서 말씀하셨거든요. 객관화를 하더라도 한번만 편들어주고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되나봐요. 동생은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마음에 담아두고 그런 타입이 아니라 부럽기도 해요. 말 한마디에 상처받아서 몇 년을 끌어안고 아파하고 극복해내지 못하는 저랑은 너무 달라서. 많은 경우 동생과 달리~라는 말로 시작해서 저를 공부시키고 저에게 기대를 거셨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고 인정받으려 애써도 인정받은 기억이 없어서 가끔은 뭘 위해서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 건가, 왜 나만 이렇게 기대를 짊어지고 마음 무겁게 살아야만 하는 건가하는 고민도 많이 들어요. 지주막하출혈로 정말 죽을 뻔한 적도 있는데 그때도 부모님이 마음아파하실까봐 최대한 아프고 힘든 내색은 안하려고 애썼어요. 인생이 늘 저보다는 타인이 우선이고 말 한마디를 하려해도 상대가 기분나쁘지는 않을까부터 생각해 결국 삼키고 혼자 삭히고 마는 경우도 많아요. 친구들도 항상 좀 더 자기중심적으로 살아도 괜찮다, 이기적이어도 괜찮다고 이야기해주는데 이미 떨어진 자존감은 억지로 끌어올려도 그때뿐이고 나를 먼저 생각하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되는 건지가 의심스럽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기도 해요. 남은 인생마저 이렇게 아등바등 남 눈치만 보며 살고싶지 않아서 대학교 다니면서 동아리도 가입하고 임원도 해보고 일부러 나서서 발표도 해보고 했는데, 밖에서 아무리 인정받아도 집에서는 아무도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늘 공허해요. 제재가 있으면 거부할 줄도 모르고 그런 자신이 너무 답답한데 하고싶은 말을 특히 부모님에게 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25년을 살면서 뭘 한 건가 싶고 대학교 졸업 후 취업준비를 하면서 그런 생각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졸업 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면서 학원 보조강사 알바 제안이 들어와서 매일 독서실에만 있다가 드디어 인정받는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던 시기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마저도 부모님은 썩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지 원장님께 인정받아 정식 강사가 되었을 때도 원장이 널 이용하는 것 아니냐, 나이들어서도 할 수 있을 것 같냐 결국엔 아르바이트생인 것 아니냐 등 엄마는 부정적인 말만 골라서 했어요. 그나마 아빠는 정 하고 싶다면 하고 싶은 일 하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식으로라도 이야기하셨지만 썩 긍정적인 느낌은 아니었어요. 지금까지 누적된 데이터로 진심을 왜곡해서 들은 걸지도 모르지만요. 결국 엄마의 의견에 지배되어 강사로서 정말 너무 좋은데 안 좋은 점이 부각되어 보이기 시작했고, 일반 회사를 다녀볼까해서 잠시 다니다가 여건이 너무 좋지 않은 곳이라 금세 그만두고 다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요. 일반 회사를 다닐 때 거의 먹지도 못하고 겨우 먹으면 위산까지 다 토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가 처음으로 힘들면 그만해도 된다고 이야기하셔서 그 말 한마디에 위안을 받기도 했어요. 덕분에 용기내서 회사를 그만둘 수 있었기도 했고요. 그리고나서 다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지난주 토요일 시험을 한 달 앞두고 갑자기 어지럼증이 생겨서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도 못했어요. 병명은 거의 한 달 만에 전정기능장애로 밝혀졌고, 2~4주 정도 지나면 저절로 적응하고 나아지는 병이라는 말에 안도하면서도 겨우 마음잡아 준비하던 시험을 한 달 앞두고 그런 증상이 생긴 제 몸이 너무 원망스러웠어요.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기 조금 전도 공무원 시험 준비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원래 있던 갑상선항진증 수치가 갑자기 안 좋아져서 무기력증이 너무 심하게 와 아무것도 못해서 시험을 제대로 치를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한동안 무기력한 마음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할 수가 없었어요. 어떻게든 시험을 치르고 나니 조금 극복되긴 했지만 스트레스에 너무 취약한 정신과 몸이라 잘 다스려내야할텐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여러 민원이나 업무 스트레스를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이렇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사서 걱정하는 것도 고민 중 하나에요. 이런 상태가 정말 우울증은 아닌지 걱정도 되고요.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고 문제도 많고 몸도 제대로 안 따라주는 이 상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내야 좋을까요? 어떻게하면 인정받고 싶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두서없는 긴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위로든 조언이든 부탁 드릴게요.
짜증나힘들다의욕없음불안해답답해우울해걱정돼무서워불안무기력해슬퍼스트레스받아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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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mare87
· 3년 전
저도 정말 용기내서 했던 말들이 부모님께, 특히 엄마에게 받아드려지기는커녕 상처만 되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아예 말하기를 포기했고 스트레스나 내면의 화가 쌓여서 우울증 비슷한 것도 왔던 거 같아요. 근데 저뿐만아니라 가족들간의 관계가 전부 비틀어져있었고 그게 이혼이라는 주제로 다 한번에 터져나왔던거 같아요. 그때 저도 모르게 쏟아버린 그동안 담아두었던 말이 부모님께 큰 충격이었나봐요. 이제는 힘내라는 말도 많이 해주시고 자존감도 많이 올려주는 말도 해주셔요^^ 그리고 저도 그때 일로 언니도 부모님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참 힘들었구나 저분들도 사람이라 실수도 하고 서툰 부분도 있구나 이해하게되더라구요. 단정지어 말할 순 없지만 여동생분도 가족들 모르게 감춰두고 있던 힘든 부분이나 괴로움이 있을 수도 있어요. 제 경험으로 볼때 가족 전체의 문제이지 가족들 중에 한사람만이 힘들고 문제인 경우는 많이 없거든요. 어쨌든 결국 문제룰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화밖에 없더라구요. 그 과정에서 상처입더라도 결국 직면해야하는 것 같아요. 그냥 천천히 지금 여기에 글 쓰신 것처럼 그동안 느낀 감정과 고통, 있는 그대로 차분히 얘기해보세요. 관심도 사랑도 없으면 상대를 알려고도 하지않는데 보니까 쓰니님 어머니는 그런 건 아닌거 같아요. 자식이 이렇게까지 괴로웠다고 말하면 아마 정말 마음 아파하시고 천천히라도 바뀌려고 하실거예요. 그리고 만약 결과가 그렇지 않더라도 다 털어놓아버리고 후련해진다는 생각으로 속안에 있는거 다 꺼내보세요.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 같아요.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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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213 (글쓴이)
· 3년 전
@nightmare87 감사합니다:) 저한테도 차분히 이야기 할 기회가 오겠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