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간식을 계속 훔쳐먹는 동생, 그리고 동생을 야단치지 않는 부모님
비공개·3년 전
저는 대전에 사는 04년생 고2 여학생입니다. 밑으로 07년생 3살차이 여동생이 있어요. 동생은 제가 간식을 사다 놓으면 항상 훔쳐 먹어요. 숨겨놔도 귀신같이 잘 찾더라고요. 그 간식들도 제 아까운 돈 아껴서 산건데 늘 동생이 훔쳐먹고 다시 사다놓지도 않으니까 기분이 상당히 나빠요. 제가 참다참다 얼마 전에 아빠한테 말했어요.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어른들이 애가 도둑질을 해도 야단치지를 않으니까 그래도 되는 줄 안다고. 나도 참다참다 말하는 거라고. 그랬더니 정말 대충 보여주기식으로 동생을 부르더니 언니꺼 왜 먹었냐고 한마디 하고 돌려보내더라고요ㅋ 간식을 훔쳐먹은 동생의 태도보다, 남의것을 훔쳐먹은 자식에게 아무말도 안하는 부모님의 태도에 더 화가 나더라고요. 애는 몰라서 먹었다 쳐도 그러면 부모라는 사람들이 애한테 남의꺼 훔치는건 잘못된 행동이다 알려줘야 하는데 알려주긴 개뿔 도둑질한거 감싸주고 있으니까요. 더 말해봤자 바뀔 사람들도 아니고 말귀 알아들을 사람들도 아니니깐 혼자 삭히고 말았어요. 그리고 그 뒤로 아예 집에 간식을 안 사다뒀고요. 그런데, 오늘 또 일이 터졌어요. 제가 이번 기말에 수학을 괜찮게 봤단 말이죠. 1등급 받을 정도로. 근데 진짜 수학 1등급 받기 위해서 엄청 열심히 했어요. 틀린문제 5~6번씩 다시풀고 문제집에 그림같은거 지워지면 다시 볼펜으로 따라그리고... 나중에는 문제만 봐도 답이 외워질 정도로요. 그래서 수학 채점하자 마자 너무 행복해서 아이스크림을 한 통 샀어요. 오직 저 자신을 위해서요. 저 자신에게 잘했다고 사준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이었어요. 근데 수학 본 날이 시험 마지막 날이 아니었어서 아이스크림 산거 한 두세입 넣고 냉동실에 넣어두고 4일동안 못먹었어요. 그리고 오늘 다시 아이스크림 먹으려고 열어보니 3분의 1은 없어져 있는 거예요. 누가 먹었을지는 머릿속에 너무 잘 그려지더라고요. 때마침 엄마가 집에 들어오길래 엄마가 먹었냐 물으니 엄마는 아니라하고 딱봐도 동생이 먹은거였어요. 제가 그래서 엄마한테 정색하면서 진지하게 애 좀 혼내라고. 내가 내 아까운 돈 들여 산건데 속상해 죽겠다고 했죠. 그랬더니 엄마는 저보고 너도 내돈으로 산거 먹으니깐 그냥 있으래요;; 동생 혼낼생각 ㅈ도없고;; 제가 그때 진짜 저게 어른이 할 말인가 하는 생각에 이성을 잃을뻔 했는데 참고 다시 좋게 말했어요. 엄마는 생산활동 해서 돈버는 사람이고, 내가 먹겠다고 한것도 아니라 억지로 먹였으면서 (저는 가만히 냅두면 밥 그냥 굶는 경제적인 사람입니다) 그렇게 말하면 안되는거 아니냐고. 역시 엄마는 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갑자기 말을 돌리더니 저보고는 "너 나중에 생산활동 하면 번 돈 다 나한테 갖고와"라고 하더군요. 그소리 듣고 머리가 띵했어요. 그게 부모가 자식한테 할 말인지, 부모가 되어서는 자식 피 빨아먹을 생각밖에 안한다는게 소름 끼치더군요. 거기다 오히려 저보고 언니가 되어서는 먹는것 갖고 그런다고 없어보인다네요ㅋ 짜증나서 그냥 방에 문 쾅닫고 들어갔어요. 다른 간식들은 그때그때 땡길때 산건데도 화가 났는데, 이번엔 내가 나 자신한테 해준 보상이라고 생각하니 더 서럽고 더 화가 나더라고요. 훔쳐먹는 동생보다도 지자식이 남의꺼 훔치는데 아무말도 안하고 있는 부모님이 더 꼴보기 싫어요. 그것도 동생이 훔쳐먹을 때마다 매번 말했던 것도 아니고 나도 참다참다 어쩌다가 한번씩 말한건데 제가 그렇게 잘못한 건가요. 동생은 맨날맨날 제꺼 훔쳐먹어도 어른들이 아무말도 안하니깐 그래도 되는줄 알아요. 훔치는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아예 못느껴요. 왜 자꾸 내물건에 손대냐고 따지니깐 아주 뻔뻔한 표정으로 "왜? 그러면 안되냐ㅋ" 이러더군요. 그래도 제가 그렇게 속이 좁고 째째한 건가요. 저는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지갑이 얇고 그래서 어른들한테는 작은 돈도 저같은 학생들한테는 큰 돈이에요. 동생때문에 그리고 부모님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미쳐버릴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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