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뭘 재는 거에 익숙해있었다. 부모님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우울증|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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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어렸을 때부터 뭘 재는 거에 익숙해있었다. 부모님은 학교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해 힘들어 하는 내게 공부만 잘하면 사람들이 몰려올 거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 뭘 물어보면 무식한 티 내지 말고 나중에 직접 찾아보라고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쌍둥이 동생과 나를 많이 비교했다. 부모님도, 친구들도, 친척들도 모두 내 동생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았고 실제로도 그랬다. 은근슬쩍 보게 된 편지나 대화를 들어보면 알 수 있었다.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맘을 주지 말자, 어느 순간 이런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다.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누군가 칭찬을 하면 너무 부담스러웠다. 친구들과 노는 중 짝을 지어야 할 때 내가 먼저 자리를 비켰다. 솔직히 친구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힘든 일이 있어도 무식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혼자 해결하려고 했다. 어느덧 나는 무뚝뚝한 딸, 친구가 되어있었다. 나는 엄마아빠의 말과 친구들의 가식적인 말이 짜증이 났다. 내 스스로가 인성쓰레기같아 슬펐다. 우연한 기회로 몇 개월동안 상담을 받을 수 있었고 이런 암울한 상태에선 벗어날 수 있었다. 코로나 학번 타이틀을 얻고 대학에 가게 되었다. 솔직히 대학교에 관심도 없었고 대학생활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대학을 다녔다. 2학년이 되니 이대론 안 되겠다고 여러 활동에 도전해보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이 점점 지나니 내가 대학에서 얻는 것이 뭘까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학교 수업과 관련이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2학년이 되고 졸업하기까지의 진로계획을 10번 이상은 넘게 세웠는데 그 계획에 압도당해 기말고사 시험기간부터 무력해지기 시작했다. 남들은 날 되게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할 것 없는 핸드폰만 뒤적거렸다. 휴학, 자퇴 영상, 글을 읽고 또 읽었다. 이렇게 공부 안 해본 적은 처음이었다. 밤만 되면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우울증인가? 갑자기 괜찮아지다가 눈물이 나다가를 반복했다. 드디어 한 시험을 보러 학교에 갔다. 원래는 시험을 본 후 고속버스를 타고 택시타고 집으로 가야했다. 이날 기분이 울적하고 내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어 우리지역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우리 집까지 약 2-3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 거리를 걸어보기로 결정했다. 부모님이 내가 늦게까지 들어오지 않자 전화하시고 데리러 와주셔서 1시간 50분 정도 걸었다. 다음날 저녁, 나는 가족에게 시험공부가 안 되고 집중도 안 된다고 말했다. 엄마는 내일이 시험인데 그런게 어딨냐고 지금부터라도 독서실 가라고, 동생은 너만 힘든 거 아니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계속 참아왔던 서러움이 폭발해 펑펑 울기 시작했다. 몇 십 분 후 아빠가 나한테 시험공부 대신 산책 갔다오자고 제안했다. 아빠한테 자세히까진 아니더라도 요즘 너무 무력하다고 털어놓았다. 내가 전부터 힘들다고 고민있다고 계속 말했을 땐 들은체 만체 하더니 지금 이렇게 들어주는 것이 밉기도 하면서 고맙기도 하였다. 이제 방학이다. 몇 달 전에 학교에서 나눠준 마음진단검사를 했는데 대상자가 되어 학교에서 곧 상담을 진행할 것 같다. 나는 이 상태론 학교를 못 다닐 것 같고 사실 다니고 싶은 마음이 없어 계속 염두해두었던 휴학을 생각 중이다. 나는 무력한 상태에서도 장학금을 받기 위해 대내,대외활동은 많이 하고 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쓰레기가 된 것 같아 하는 것도 있다. 사람 만나는 걸 무섭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무섭다. 사람들이 나이를 물어보는 것도 싫고 키 작다고 사람들에게 무시당할까봐 두렵다. 내 모습에 실망할까봐 사람들을 만나는 걸 두려워하는 것이 가장 크다. 나보다 작은 사람이 있으면 안심하는 내가 한심하고 다 내려놓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래도 발전하고 싶어서 무엇이라도 도전은 하는 내가 대견하다. 어딘가에 털어놓고 싶었는데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여기다가 털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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