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구가 나한테 그러더라고. 나는 사람한테 여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결핍|연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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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오늘 친구가 나한테 그러더라고. 나는 사람한테 여지를 참 많이 준다고. 왜, 그런 거 있잖아, 관심도 없는데 여기저기에 여지를 뿌려둬서 괜히 사람이 끌려오게 하는 거. 사실 나 스스로도 이게 건강한 정신머리로 할 짓은 아니라는 걸 알거든. 관심 없는 사람 꼬시다가 스토킹 범죄도 당해 본 적 있고 말이야. 나보고 쓰레기라 해도 딱히 할 말은 없는데 내가 쓰레기라는 걸 자체적으로 인정하는 하에 처음으로 다 털어놓아 보자면.... 난 누군가 날 좋아하는 걸 티 낼 때 존재감을 느끼는 거 같아. 오늘은 쟤가 나한테 고백을 했고... 어제는 걔가 나한테 이런 말을 했고.... 엊그저께는 후배가 나한테 이런 걸 줬고.... 일 년 전에는 중학생 때 선배랑 데이트를 했고.... '와! 내가 이렇게 인기가 많아! 난 잘 모르겠는데 내가 사람에게 나도 모르는 사이 사랑받는 타입인가 봐! '넌 어떻게 생각해?'' 솔직히 흔히 말하는 어장이지. 여지는 다 주면서 선 넘어오려고 하면 벽 치는. 되게... 나한테 호감을 보이는 것 같다, 싶으면 습관적으로 여지를 흘리는 것 같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내가 그걸 인지를 하든 안 하든? 나는 사실 이 문제의 근본을 알아. 난 그냥 사람한테 혹시 모를 미움을 받는 게 너무 무서워서 그래. 일단 이렇게 여지를 주고 나면 얘가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거를 수 있잖아. 그 다음엔 더 큰 여지를 주면서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나를 더 큰 의미로 좋아하는 게 맞는지 증명해주기를 원하고, 그 다음엔 '진짜 나(..?)' 를 보여주면 네가 받아들여 줄 수 있는지, 네가 지금껏 봤던 내 모습과는 다른 나를 보고 실망하지 않을 수 있는지, 어디까지가 괜찮은 건지를 무서워하면서 나는 너를 믿어도 되는가를 증명해 줬으면 좋겠고... 그냥... 무서운 거지. 나는 내가 사랑받을 만한 매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데,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럼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거거나, 내가 연기한 모습만 보고 반해서 내 본모습을 들여다보려고 선을 넘는 걸 허용해주길 바라고 있는 거잖아. 그럼 난? 기껏 쟁취해낸 사랑이 내 본모습을 보고 도망가는 걸 두고 봐야 하는 난? 난 그게 무섭다는 거지... 그래서 나를 사랑은 해 주되 정말 '나' 를 들여다 볼 순 없는 그 정도의 안전거리를 지켜줬으면 좋겠어. 물론 그게 상대방한테는 고문이겠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비윤리적인 행위이며 일종의 정신질환에서 비롯된 비뚤어진 연애관이라는 걸 나 스스로 알고 인정하고 있지만. 어장관리는 어쩌면 애정결핍 환자가 가장 위험부담이 적고 안정적인 방법으로 애정을 수확하려는 의도에서 착안된 가장 위험하고 불안정한 애정표현 방법일지도 몰라. 나도 이게 제정신이 아닌 걸 알아. 그래서 연애 안 하고 있어. 지금까지 내가 흔들어 놓았던 애들한테 진심으로 미안해...... 진짜로. 내가 사과하는 것마저 너희에게 부담일까 봐 그것마저 걱정일 정도로 미안해. + 혹시 상처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덧붙이자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목적도 아니고, 자기연민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단지 어장관리 하는 인간의 심리상태를 이해하고 싶을 사람들을 위한 글이야. 이해와 용서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니 이해에 용서를 바라지 않아. 어장은 일종의 정신질환의 일환일 수 있으니 어장하는 사람과 연애하지 않길 바라. 행복한 하루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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