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을 함께한 강아지가 떠나고 나사빠진 사람이 되어버린것 같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키웠던 강아지가 있습니다
부모님은 맞벌이셨기 때문에 어렸을때부터 저와 항상 함께했기에 저를 가장 좋아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저는 대학생이 되었고 학기 중에는 2주에 한번씩 집에 들어오곤 했습니다.
이번 학기 말에는 유독 시험이 몰려서 거의 3주를 집에 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종강 3일 전에 강아지가 떠나버렸습니다.
건강하던 아이가 너무 갑작스럽게 떠난지라 부모님도 경황이 없으셨고 제 종강 시험에 문제가 생길까봐 종강날에 말씀을 전해들었습니다.
몇 주 전만 하더라도 같이 사진도 찍고 산책을 나가서 뛰어놀던 강아지였는데, 갑자기 유골함을 보여주며 이게 제가 함께했던 강아지라는 사실은 너무 현실성이 없었습니다
너무 남일같아서 저에게 그 말을 전해주던 부모님과 오빠가 통곡을 하고있을때 자칫 웃으며 ‘뭘 이렇게 울어 진정좀 해’ 라고 할뻔 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도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강아지가 이제 내 옆에 없다는 것은 모든 순간에 느껴지고, 너무 인정하기 싫을정도로 아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너무 힘이 듭니다.
잠들기 직전에 맨정신으로 아무것도 안 하기가 너무 괴로워서 요즘 매일 술을 마십니다.
그리고 전에 제가 싫어하던 행동들을 합니다.
비흡연자인 제가 자취방 안에서 담배를 피고
새벽에 사람들한테 갑자기 전화를 걸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저에게 말을 조금 생각없이 했었던 것을 사람들에게 술에 취해 험담했습니다.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합니다.. 강아지가 죽었다는 사실은 아직도 인정을 못해서 슬프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하고 만나 잘 지내고, 일상을 너무 평안하게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보다 힘들지 않은가보다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근데 저는 너무 괴롭습니다.. 강아지가 없다는 사실도, 제가 요 며칠동안 남한테 민폐를 끼치는 것도, 제 자신이 생각보다 슬퍼하지 않는다는 것도, 남들이 제가 겪은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도, 그냥... 이 상황들이 다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정신과에 가보는게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