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님은 우울증을 오래 가져오셨군요. 약을 먹었던 경험이 있으셨다는 걸로 보아, 병원에서의 명확한 진단과 처방이 있던 우울증인가 봅니다. 한때는 조금 깊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는 정도의 우울로 자리매김되었는가 봐요. 그런데 다른 데에서 문제가 생겨나고 있군요. 관계에서 눈치를 보거나 사람들이 욕하는 것 같은 불편감, 그리고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무감하고 즐거움이 없는 상태. 생각에 집중하며 결정을 내려야하는 것들도 미루거나 자꾸 무얼 까먹을 정도로 기능이 저하된 부분도 있는 것 같구요. 그중에서도 힘드신 부분은 불안함을 느끼는 일인가 봐요.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찾아들 때에는 여러 생각을 동시에 떠올리거나 스스로 욕이라도 뱉어보는 것으로 대응되지만 이게 불안감을 떨어뜨리는 데에 큰 효과가 있지는 않네요.

짧은 글을 통해서는, 마카님의 상태를 자세히 살펴보거나 임상적인 진단을 함부로 내릴 수 없습니다. 이건 병원에서 전문의를 통해 이뤄져야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오래 지속되며 가져오셨던 우울이라면 어느 정도 만성화되는 성격을 띄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느껴지는 정도는 강하지 않지만 기저에 깔려있는 느낌으로 같이 가게 될 수도 있는 거지요. 지속되며 만성화된 성격을 띄는 우울이라면, 우울감 자체가 주는 고통감이나 미쳐내는 정서적인 영향이 지대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선에서는 일상에 영향을 줄 수 있겠습니다. 우울이 주는 영향들은 주로 우울감, 즐거움이나 기쁨의 상실, 인지적 기능 저하(집중, 기억력 등), 식욕 상실, 수면 어려움 등등이 있지요. 마카님이 말씀해주신 증상들은 현저한 우울감이 주는 정서적 고통이 있지는 않지만 이외의 영역들에서는 우울증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위에 말씀드린 지속되며 만성화된 우울이기 때문일 수 있겠습니다. 또한 우울은 불안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증에 이어서 불안이 두드러지게 촉발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보통 우울증이 완화되며 다음 단계로 불안이 올라오는 사례들도 많이 있습니다. 불안의 이유나 종류는 보다 살펴보아야 할 것이지만 지금 마카님에게는 스스로 조절하며 다루기 어려운 정도의 상태인 걸로 보여지네요. 관계에서 눈치가 보이거나 욕을 듣고 있는 것 같다는 예민함이 드는 것도 불안함의 정서와 연결되어 바라봐질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마카님께서 충분히 힘들다고 느끼시는 중이라면 병원에 내방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전에 우울증으로 약을 복용했던 내력이 이미 있으시고, 지금 우울의 영향으로 보여지는 여러 단서들은 진단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영역일거라 생각됩니다. 우울보다 현저하게 고통감을 주고 있는 불안에 대해서도, 보다 명확한 진단을 받고 약처방을 받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되겠습니다. 다만 상담치료를 병행하시기를 같이 권유드립니다. 병원에서는 진단과 처방을 내려줍니다. 약물은 뇌와 몸에 영향을 주어 신체-정신적인 상태를 완화시키는 데에 도움을 주지만, 이와 같은 정서들이 촉발된 근본적인 문제들까지 치료해주기는 어렵습니다. 정서에는 대개 이유가 있습니다. 상담에서는 이와 같이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불안과 우울이 어떤 심리적 기제를 거쳐서 촉발되고 작용하며 대처되고 있는지를 다뤄가게 됩니다. 정서를 이해하고, 다루며, 건강한 방법으로 해소시키는 작업들을 해나가게 됩니다. 마카님에게 어느 정도 답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안전함 가운데 나의 속내와, 정서를 다뤄갈 수 있는 치료들로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은 평안한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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