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마음이 약해지고, 외롭고 공허하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 요즘 자주 체감한다. 내가 지금 심적으로 너무 힘들고 우울하고 많이 지쳐 있으니까 자꾸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지는데 막상 기댈 사람은 없고 그래서 아프다. 자꾸만 의지하고 싶어지고 집착하게 되는 내가 너무 초라하고 가엾게 느껴진다. 근데 막상 내가 정말 힘들 때는 아무도 곁에 없다. 아무도. 그래, 군대마냥 위계질서 엄격하고 쓰잘데기 없이 똥군기 잡는 지긋지긋한 호텔... 다양한 진상 고객님들 응대에 머리 터지게 스트레스 받고, 겉만 화려하지 연봉도 적은 프론트 데스크... 나에게 맞는 직종은 아닐지도 몰라... 그동안 참 애썼다... 고생했다... 다양한 텃세 이겨내느라, 일에 적응하느라...
-난 그래도 여전히 과장님 좋게 생각해. 아무것도 없던 날 뽑아주신 분이야. -00이는 아무것도 없지 않아. 친절하고 열심히 하려고 하잖아.
업무 일지-27일차. 어제 그 터키&중국 진상 고객님은 결국 내쫓으셨다고 한다. 내가 찍혔던 사진도 직원분 앞에서 삭제하셨다고 들었다. 3박 중 1박만 차지를 하고 2박은 환불해주겠다고 하셨단다. 근데 락커에 짐은 맡겨두셨기에 다시 프론트로 오셔서 과장님이 나에게 사과하라고 시키셨다. 고객님이 사과를 하시면 흡연 차지를 안 받고, 사과를 안 하시면 흡연 차지를 받는 것으로 사전에 안내를 해드렸다고 한다. 결국 어제의 그 따지는 듯한 어투와는 다르게 상냥한 어투에,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사과를 하시더라. 난 솔직히 다 연기같다고 느꼈다. 나를 인종차별할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고 하시고, 내 사진을 촬영하신 것은 고의가 아니었다나? 과장님은 사과까지 받아내셨으니 고객님들이 더 숙박하실 건지 의향도 여쭤보시더라. 난 솔직히 과장님의 대처가 마음에 안 들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나를 챙겨주신 것이긴 하다. 마지막 근무일까지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내가 이런 진상짓을 당했으니 사과는 꼭 받게끔 해주고 싶으셨다고 한다. 과장님은 확실히 감성적인 분이시다. 또 반대로 난 확신의 T라고 느꼈던 게, 내 기분이 풀리려면 감성적인 접근의 사과보다는 흡연 차지 30만원을 받아내는 게 더 위로가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 과장님이 프론트에 있는 나에게 조용히 오셔서 일단 내가 작성했던 이력서를 그 호텔로 보내드리긴 했지만, 연락이 올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너무 믿고 있지 말고 따로 알아봐달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거면...아마 안 될 것 같다. 과장님이 건너 건너 아는 호텔일 뿐이지, 잘 알지는 못한다고 하시더라.ㅎ 또 지긋지긋한 구직활동을 시작해봐야겠다... 그나마 나를 잘 챙겨주셨던 우수 사원과의 마지막 근무일이었다. 겹치는 조가 오늘뿐이더라. 나와의 마지막 근무일까지 기억해두시고 말씀해주시면서 마지막까지 처음처럼 스윗하게 챙겨주시는 모습에 내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순간 울컥해서 눈물을 흘렸다. 그 분이 놀라시면서 화장실에서 휴지를 길게 뽑아오셔서 나에게 주시더라. 여전히 그 분은 따뜻하셨다. 너무 우울한 하루였다. 또 아무런 경고도 없이 한 달 전 고지도 아닌 갑작스러운 통보식 해고에... 이 회사에 굉장히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교사 옆집 아이는 커서 교사가 되었다. 교사가 되어 답을 알려준다. 나의 답도 앞에 있다. 옆집 아이는 써온 답에 동그라미를 쳐준다. 내 답은 동그라미 내 답은 동그라미 내 앞에도 동그라미가 있다. 여기에 걸리는게 이게 내 답일까요
기적을 믿고 싶어요
내 삶의 방관자가 되었다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거야
그만 괴로워 하고 싶다.
무지와 자만, 나에 대해 알지 못한 것들, 자기객관화 쉽게 휘둘리는 나, 방어기제와 정신적 치유, 회복
문제있는 사람이 있겠지 근데 문제가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봐. 오히려 후자의 경우가 훨씬 많다고 생각해. 학교다닐 때 adhd같은 친구가 있었어. 가만히 못있고 말 가려서 못하고. 근데 어느 날은 걔가 그러더라 교실 뒷자리에서 가만히 있는 애를 가리키면서 “저 새끼는 여기서 이러고 집가면 엄마한테 소리지르겠지? 왜 저러고 사냐” 어.. 솔직히 안그런 사람 있을까. 그 나이에 안그러는게이상한 거아닐까. 가장 안그럴 것 같은 사람 한 명만 떠올려보면 그 사람도 그럴거야. 이런거? 전에 가족이 내 방에 들어가서 물건 마음대로 쓰다가 나한테 딱 걸렸던 적이 있었지. 솔직히 좀 충격먹었어. 그래서 아무말 못하고 있었는데 본인도 부끄러웠나보지. 성질내면서 그러는거야. 쟤는 좀 맞아야된다고 하는 짓좀 보라고 안맞아서 저렇다고. 난 그냥 보고만 있었는데도 그러더라. 한 가지 교훈을 얻은 건 사람들이 서로를 비난하는 말들은 사실 자기 자신에 대해 자책하는 말이라는 것. 그 뒤로는 사람들이랑 잘 안어울리게 되더라.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그러는 것도 싫고 보는 것도 싫어. 나는 내 몫을 다하려고 정신과에 찾아갔지. 근데 생각해보면 진짜 문제있는 애들이 정신과를 제발로 찾아갈까 이상한 애들은 자기가 이상한줄 모르잖아. 정신과 프레임이 씌워져서 문제는 내가 되는걸 느꼈다. 내가 변수고 사람들은 상수로. 그러다가 병원 다니는 걸 그만뒀어. 뭐든 트라우마랑 연관지어 의미부여해서 나한테 짐을 지우려고 해서. 나는 사람들이 본인이 이런 사람이다 생각하지 않았으면한다. 평범하다는 건 실망을 주기도 하지만 위로가 되기도 한다. 특별하게 잘났다고 생각하는 것도 자의식 과잉이지만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자의식 과잉이라고 생각한다. 서장훈 선수를 보면 정말 평범한 외모야. 근데나오는 곳마다 얘기를 하더라. 자기 못생겼다고. 이 것도 자의식 과잉이야.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내가 가진 문제를 마주할 용기가 아니라 자신이 무척이나 평범하고 사람 사는 게 그렇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안그래보이는 사람들도 속으론 다들 그렇게 흔들리며 산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 나는 그냥 지나쳐갈 사람이라는 것.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산다는 것. 어쩌면 이걸 받아들이는 게 더 큰 용기를 필요로하지 않을까. 평생 마주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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