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익명이니까. 지금까지 제 이야기를 적으려고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안|중학교|배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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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어차피 익명이니까. 지금까지 제 이야기를 적으려고 해요. 이제 중2인 싹이지만, 반쯤 썩은 싹이에요. 초등학교 3학년, 제 인생을 뒤흔드는 일이 있었어요. 친구들이 있었어요. 저 포함 네 명으로 한 학기 동안 잘 놀았죠. 하지만 방학이 끝나고 친구들이 저를 떠났어요. 저를 제외하고 셋이서 놀더라고요. 그걸 보고 충격이었어요. 그때 저는 내성적이지 않았어요. 근데 충격 때문에 친구들에게 다가가기 힘들었어요. 용기를 내어 다가가도 잠깐일뿐, 전처럼 같이 놀지 않았어요. 외로웠어요. 배신감이 들었고, 그때부터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어요. 그때가 제 암흑기였어요. 하루하루가 힘들었고, 잠만 잤어요. 먹고, 싸고, 자고의 삶이었죠. 그때 제가 하던 생각은 이랬어요. 어떻게 죽을까, 내가 죽으면 엄마와 아빠가 슬퍼하겠지, 그래 유서를 쓰자 우리 가족 모두에게. 세탁기에 들어가서 죽을까, 옥상에서 뛰어내려서 죽을까. 매일 밤 죽는 상상을 하며 잤죠. 하지만 결국 죽지 않았어요. 죽고 싶었지만, 죽는다는 공포는 너무나도 높은 벽이었어요. 제게 도움을 주는 이들은 없었어요. 엄마도, 아빠도, 친구도, 선생님도. 혼자서 버텼어요. 제 편이었던 건 시간뿐이었어요. 시간의 도움을 받아 상처가 아물었지만, 깊은 흉터가 세겨졌어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 5학년, 저는 울보였어요. 그때 새 학원에 다녔는데 거기서 눈물이 나오는 일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울고 싶지 않았어요. 우는 내 모습이 이상해서, 울어서 주위 사람들이 걱정하는 게 싫어서, 내가 울면 선생님이 웃어서, 눈물을 어떻게든 참았어요. 나오려는 눈물을 호흡으로 진정시키고, 괜찮지 않지만 괜찮은척하고.... 눈물을 꾸여꾸역 먹었어요. 제가 울면 웃는 선생님이 있었어요. 배고팠는데 참았어요.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렇게 참다가 결국 안 돼서 말하는데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근데 그걸 보고 선생님이 웃었어요. "배고파서 우는 거야? ㅋㅋㅋ." 하면서. 덕분에 제가 비굴해 보이더라고요. 짜증나고 싫었지만, 말하지 못했어요. 이게 한 번이 아니었어요. 배고파서, 더워서. 이때 제가 참는 습관이 있었거든요. 참다 참다 안 돼서 말하는데 눈물이 나오고, 그 눈물을 보며 선생님이 웃고. 그래서 더욱 울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니, 타인에게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또 웃을 테니까. 학교에서 수련회에 갔어요. 그때 버스의 일이 똑똑히 기억나요. 버스의 창문을 보는데 하나도 설레지 않았어요. 처음 가는 수련회니까 설레는게 당연할터인데도. 초등학교 6학년, 이때 가끔 붕 떠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 여기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생각이 들기 전까지 마치 꿈처럼 느껴졌어요. 내가 나를 조종하지 않고, 누군가가 나를 조종하는. 그리고 나는 그걸 보는듯한 느낌. 꿈을 꾸는 것 같았어요. 이때도 수련회에 갔어요. 설렘은 없었죠. 그런데 이 설렘이 없어진 것처럼 다른 무언가가 또 없어졌어요. 불안감. 저는 불안을 많이 느끼는 편인데요. 뭔가 못하면 불안해서 잠이 안왔어요. 그래서 일어나서 결국 다 해결해야 직성이 풀렸죠. 근데 이게 사라졌어요. 중학교 1학년은 코모씨가 터진 해에요. 이 해에 저는 무기력했어요. 사는데 의미가 있는 걸까했지만, 의미가 없어도 살아야 했어요. 초3때 죽음의 벽을 느꼈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목적없이, 목표없이 잠만 잤어요. 하는 생각도 없었어요. 죽음을 생각하기엔 내가 못할 걸 아니까 할 수 없었죠. 그렇게 살아있는 시체가 되었어요. 그리고 지금, 중학교 2학년. 많은 걸 잃은 느낌이에요. 하루하루가 퇴색되어 버린 것 같고, 살아있고 움직이는 시체가 되었어요. 느껴져야 할게 느껴지지 않아요. 느껴지는 것도 금방 사라져버려요. 목적이 생기긴 했어요. 하지만 잃고 사라지는 것 때문에 목적에 열의가 없어요. 지금까지 썩은 싹의 얘기였습니다. 그냥 적고 싶었어요. 익명이기도 하고, 이런 곳에 아니면 딱히 적을 데도 없으니까요. 조금은 속이 후련해 지네요.
트라우마공허해무기력해의욕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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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Hain
· 3년 전
저도 중 2인데 저도 3학년때 소외되고 했었어요.. 그애 절친한테서 저를 싫어한다는 얘기도 직접 들었었고.. 소심해져있다가 한 친구가 저랑 놀아줬어요. 그리고 6학년때 친구들하고 얘기할 때마다 분위기를 망친다는 소리를 듣거나 애들이 피하는 남자애하고 같이 노는데 둘이 사귄다고 뭐만하면 놀리질 않나 첫 수학여행때는 조 없이 돌아다녔어요. 애들이 안 끼워줘서 나랑은 안 친하다고. 저는 친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좀.. 그땐 충격이 좀 컸죠.. 지금도 매일 약간의 불안감과 무기력, 우울함을 느끼며 살고있긴 한데 목적이 사라지는 걸 어떡해요... 일단 살다보면 뭔가 변하게 해주지 않을까 라는 작은 희망을 믿고 사는 중이죠.. 근데 자해는 못 끈겠네요.. 하하. 같이 힘내봐요☆-ヽ(*´∀`)八(´∀`*)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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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itater1942
· 3년 전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