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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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harksang
·3년 전
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반에서는 회장일을 맡고 있고 동아리는 연극부이며 그 중에서도 연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학생자치회의 같은 것들은 꾸준히 참여하며 여러 발표도 하곤 했습니다. 지금까지 본 수행평가도 8과목 중 6과목 이상이 총합 만점입니다. 집에서는 부모님이 매우 잘해주시긴 하지만 어째서인지 자존감이 낮아진다고 생각되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기말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학교에선 갑자기 자치회의니 동아리 활동이니 학급 회장일이니 발표니 무언가를 시키기 바빴습니다. 주어진 일을 끝마치느라 부모님 몰래 밤을 새는 일은 일상이 되었고 그와중에 공부도 하느라 많이 힘든 나날이였습니다. 한참 수행평가가 많을 몇주 전부터 계속 위와 같은 일들이 밀려들어와 공부와 병행하였는데 공부를 잘하시는 아버지께서 공부 자료를 찾아 주시곤 했습니다.(학원은 다니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아버지께서 평소에 공부를 가르쳐주시긴 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무언가를 얻어 그것으로 좋은 결과를 받아내는 건 온전히 제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여 수행평가를 잘 보고, 만점을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공부는 안 하는데 점수는 잘 받아오네~' '잘 못 채점한 거 아니야?ㅋㅋ 다시 채점해봐야 할 거 같은데' 라는 말들을 부모님께 들어왔습니다. 물론 장난처럼 던지신 말이기도 하고 사실은 자랑스러워하며 멋지다고 칭찬도 해주시지만 어째서인지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저의 노력은 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정신적 병이 생겨 고생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을 마음 속에 품어두고서 지금처럼 학급회장을 맡고, 선생님들,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하며 착하고 똑똑한 모범생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제 스스로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별 거 아닌 일처럼 느껴집니다. '난 열심히 산게 아니래.'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가면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그 많은 시간과 노력과 정성을 쏟아한 일은 남들에겐 '별 거 아닌 일'로 치부되고 그저 멋진 부모님을 만나 얻은 '좋은 유전자' 와 '재능' 덕분이라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이 저로써는 혼란스러울 뿐이였습니다. 또한 이때까지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동경했을 뿐이지 내가 그런 대상이 되었다는 건 쉽게 알기 어려웠습니다. '아, 쟤는 성격이 좋아서 주변에 친구가 많고 스스럼 없이 어울리는 구나.' '아, 쟤는 공부를 정말 잘한다.' '아, 쟤는 운동도 잘하고 유연하네.' 매일같이 반친구들을 보며 생각하던 것들이 누군가는 저를 보며 떠올리던 것들이라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한 친구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런 말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나보다 잘났고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그 관념을 도저히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남들에게, 나 자신 스스로에게 잘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꾸준히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지 않습니다. 나는 아직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노력도 제대로 하지 않아놓고선 이익만 챙기며 남들에게 피해만 끼치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이상한 사람인 것만 같습니다. 더 잘하고 싶습니다. 인정 받고 싶습니다. 지금 잘해오고 있다는 걸 다른 누군가를 통해 계속해서 인지하고 싶습니다. 이 글을 본 누군가가 난 잘 버티고 있다고, 난 아직 잘하고 있다고, 수고 많았다고. 내게 말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거짓일지라도 그런 말을 듣는다면 너무나도 행복해서 꿈을 꾸는 듯한 환상적인 기분이 들 것 같습니다. 제 길고 긴 하소연을 읽어주셔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당신께는 언제나 행복만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말은 필요없을지 모르겠지만 당신도 잘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직까지 버티며 나아가고 있는 당신이 정말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작 중학교 2학년 어린애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우습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웃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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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ksang (글쓴이)
· 3년 전
@!00b0cda456930d2a6ac 평소 몇몇 위로들을 들어도 그렇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는데 이건 보자마자 감동 받았습니다..ㅠㅠ 정말 감사드려요..// 힘들 때마다 보고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