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따돌림이라 부른다면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불안|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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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따돌림이라 부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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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제가 습관적으로 어떤 사람을 임의로 골라서 따돌림을 시키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듭니다. 21살 대학생입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겪으면서 항상 고민해왔던 문제인데, 그동안 다른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풀면 비난을 받을까 두려워 그동안 혼자서만 궁리해왔네요. 학교를 다니다 보면 언제나 어울리지 못하거나 끼지 못하는 아이들 한 두 명씩 한번쯤은 만나거나 보게 됩니다. 제 경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그런 아이들이 아주 높은 빈도로 제게 호감을 표시하며 친해지고 싶어했습니다. 이유는 정확히 모릅니다. 저는 그저 같은 반 친구로서 할 만한 가벼운 대화를 했을 뿐이고, 예의를 지켜 밝고 장난스럽게 웃었을 뿐입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대한 적이 없어요. 각설하고 저는 그동안 제게 호감을 표시했던 아이들과는...그닥 친해지고 싶지 않았어요. 애초에 남이 저를 좋아하던 안좋아하던 상관하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친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를 좋아해줬던 아이들은...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들이 남들과는 어울리지 못하며 소극적으로 다니는 것도 , 눈치가 부족한 면이 있었던 것도 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요인이 되었을 수 있겠네요. 보통은 제가 그 아이에게 관심이 없음을 반언어적으로 표현하거나 더 친한 친구와 붙어다니는 식으로 더 이상의 접근을 차단했습니다. 문제는 저와 친해지기를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이었습니다. 눈치가 없는건지, 알면서도 붙는건지... 저와 제 주변인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알면서도 다가오려는 아이들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시절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몰라 그저 가만히 있었을 때는 그 아이 때문에 주변 친구들을 많이 잃었습니다. 지방이라 권력이 있는 부모님의 입김이 잘 닿았고, 반 배정이나 조 배정에서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함께 엮였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그 아이 주변에 있기 싫어했고, 그 아이는 항상 제 옆에 붙어있으려 했으니 당연한 결과겠죠. 그 짓을 3년동안 당하니 남는 애가 없더라구요. 이후 학업을 위하여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중학교 때 잠깐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유행처럼 번지던 놀이였습니다. 모든 무리마다 매주 한 명씩 울고 싸우고 무리를 옮긴 기억이 있네요. 그때의 경험에서 학교에서 친구가 없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외롭고, 불안하고, 절박하고, 자존감과 자신감이 끝도 없이 떨어지더군요. 일상적인 반응과 대화에 대한 감각도 떨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이후로는 '남들이 피하는/친구를 만들지 못한/소심하고 눈치가 없는 구석이 보이는' 아이들이 저에게 다가오려고 하면 필요 이상으로 방어적으로(?) 구는 습관이 생긴 것 같습니다. 경계심이 아주 높아지고, 아직 제게 잘못한 게 특별히 없음에도 불구하고 쟤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피해의식을 갖는 것 같습니다. 제 주변인한테 접근하려고 하는 것도 아주 불편해합니다. 혼란스러워요. 저 아이는 나에게 호감을 갖고있는데, 저는 그 아이의 마음에 비수를 꽂아서라도 제 주변에서 쫓아내고 싶습니다. 미워하는 정도가 선을 넘습니다. 혐오하는 수준이에요. 바퀴벌레를 보는 것 같습니다. 징그러워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상상속으로 아주 날카롭고 모욕적인 말을 뱉거나, 상대가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말들을 하는 상상을 수없이 합니다. 상상속에서는 그 아이도 어리석고 가시돋친 말을 뱉습니다. 그러면 저는 그 아이가 실은 나쁜 아이였다는 것에 희열과 기쁨을 느낍니다. 그 아이가 제게 다가오며 제 주변인들에게도 접근하려는 상황이 오면 치가 떨립니다. 제 주변인들도 불편해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는 제 주변인들에게 저 아이가 당신들에게 어떤 잘못을 끼쳤고, 어떤 민폐를 저질렀고, 어떤 생각을 하며 당신들에게 접근하려 했는지 설득하려 합니다. 아군을 만드는 겁니다...그 아이를 같이 미워해 줄 아군을요. 잘못된 행동임을 압니다. 아무 상관도 없는 애를 친구가 갑자기 같이 미워하라고 남 욕을 하고 다닌다면 어떻겠습니까...난감하겠지요. 그리고 저에게 접근하려 했던 아이도... 제가 이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실 그 아이는 착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눈빛이 아주 맑고 선하다는 것도, 어떤 것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남들이 알지 못한 장점들이 숨겨져 있겠지요. 사회성은 기를 수 있고, 친구 또한 만들 수 있겠지요. 저는 그 아이가 친구를 만드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걸까요. 제가 그 아이가 친구를 만들지 못하도록 막는 걸까요. 이게 문제가 있음을 느낀 건 고3때 입니다. 6년 전 친구였던 아이가 제게 같이 다니자고 했습니다. 친한 아이도 아니었고, 지난 6년 간 연락도 하나 없었지만, 중1때 즐겁게 이야기하며 공감하던 사이였음에 틀림없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즐겁게 받아들였습니다. 근데 그 친구의 눈치보는 듯한 움직임, 슬쩍 곁눈질하며 흘겨보는 눈빛, 애매한 표정, 핀트에 엇나간 이야기 주제 선정, 반 분위기를 순식간에 싸하게 만드는 언행을 보고는 위협을 느꼈습니다. 그러고는...위에서 언급했던 일들을 또 해버렸습니다. 친구조차도 내친 겁니다. 저는 주변 친구들을 위해서 총대를 멨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건 나를 위한거였나 싶습니다. 실제로 크게 싸움을 걸거나 저와 상관없는 타인에게 저 아이와 친구를 하지 못하도록 수작을 걸지는 않습니다. 일을 크게 벌리는 것만큼 피곤한 일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완벽하게 숨긴 것도 아닙니다. 눈빛, 표정, 은연중에 베어나온 날카로운 말에서 상처받지 않은 아이가 없을 리 없습니다. 이제는 이러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을 미워하고 혐오하는 일은 상상이상으로 감정소모가 심합니다. 더 이상 이런 식으로...지칩니다. 그동안 제가 내치고 무시하고 피해왔던, 마찰이 있었던, 혹은 저로 인해 괴로움을 느꼈던 아이들이 자꾸 생각납니다. 매 년 이래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일을 반복할 거란 예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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