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우리 이제 헤어지자. 백 일 조금 넘는 시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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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오빠 우리 이제 헤어지자. 백 일 조금 넘는 시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우리 연애. 그동안 고생많았어. 이제 더 이상 억지로 내 곁에 머무르지 않아도 돼. 나 이미 전부 알아. 오빠가 나를 이제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나랑 처음 만났을 때 그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왜 흔히들 말하잖아. 귀찮음을 극복할 수 있는 정도가 사랑하는 정도라고. 연애 초반에는 출근 준비에 정신없던 아침에도 전화 한 통이라도 더 오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는 듯이 일어났다고, 이제 씻고 나왔다고, 아침 잘 챙겨먹고 출근한다고 오빠의 모습을 하나도 빠짐없이 나에게 보내놓기 바빴잖아. 내가 일어났을 때 와있는 연락을 보며 흐뭇해할 모습을 상상하면서. 일이 늦게 끝난 날에도 피곤함을 이겨내며, 잠깐이라도 날 봐야겠다며 보러왔고. 힘들 텐데 어서 집가서 쉬라는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빠는 꼭 그렇게 나를 찾아왔잖아. 주말이 오기도 전부터 놀러갈 곳을 정해놓고. 나랑 가고 싶은 것이 산더미라고, 쌓고 싶은 추억이 이만큼이나 많다고. 매일같이 바쁜 오빠가 주말은 좀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빠는 늘 나와 어딘가로 떠나가기를 좋아했지. 근데 이제는 말이야 그때 오빠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어. 매일같이 피곤해서, 피곤해서. 매번 비슷한 이유들로 오지 않는 연락을 기다리는 게 내 몫이 됐어. 데이트를 한 게 언젠지는 기억이 나지도 않아. 함께 하는 순간에도 눈을 마주한 게 언젠지도 말이야. 한 순간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이 내 눈을 봐주던 오빠였는데. 이젠 핸드폰이랑 주변만 두리번거리는 오빠의 모습만 눈에 선해. 오빠, 힘들어서 피곤해서라는 핑계를 대며 더 이상 내 곁에 있지 않아도 괜찮아. 오빠는 힘든 것도 피곤한 것도 아니라 이제 그만큼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야. 더 이상 나를 위해 옛날만큼의 귀찮음을 극복할 의지가 없는 거야. 오빠를 원망하지는 않아. 사랑은 원래 그런 거니까. 처음처럼 늘 타오를 수는 없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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