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되어서야 찾아온 성취감과 행복. 1형당뇨에 무릎꿇긴 싫습니다.
안녕하세요ᆢ저는 40대초반 미혼여성입니다.
제가 어렸을때 아버지는 큰 교통사고를 당하셨고
1년 넘는 병원생활끝에 퇴직하시게되어 한참 예민한 사춘기에 저는 가난이란게 뭔지를 알게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식당운영하시면서 가계를 꾸려가셨는데
그마저도 고 2때 IMF가 와서 문을 닫아야했고
공부를 잘했지만 수능점수보다는 장학금을 받을수있는 대학교로 진학해야만 했습니다.
악으로 버티면서 과외와 알바 그리고 학교생활을 병행하며 대학생활의 낭만이란건 친구들 이야기처럼 지냈고. 그렇게 살아간 덕에 그래도 한국에서 제일좋다고 하는 대기업에 입사하게되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계속하고싶었던 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터에서 일하게 된지라.
영혼없는 기계로 느껴지지만 내 일이니까 악으로 쳐내고 살았지요ᆢ 그렇게 16년을 버텼습니다.
하지만 힘든 회사생활과는 달리,재테크에 나를 눈을떠서 40을 넘기고는 남들이 FIRE할수있다고 얘기하는 마지노선을 넘기는 자산도 모았습니다.
우리부모님처럼 힘들게 살고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리고 그때쯤 다시금 생겨나는 공부에대한 의지.
저는 늦은나이임에도 다시한번 도전해보기로 결정하고 해외 MBA에 지원합니다.
어렵게 입학허가를 받아내고 회사를 그만두고,
해외에서 MBA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나이도 많아 동기들의 열정을 쫒아가기도 힘들고 안되는 영어로 수업을 쫒아가기도 벅차긴했지만 악으로 버텼죠.
4개월차가 되던 어느날부터 계속 몸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다뇨와 구토 알수없는 피곤함으로 견디다못해
응급실에 찾아갔더니 다짜고짜 이사람들이 중환자실로 보냅니다.
그리고 이틀을 보낸 후 일반병실로 옮겨져 의사로부터 들은건
제가 1형당뇨에 걸렸다는겁니다.
제가 응급실에 제발로 찾아 온건 1형당뇨로 인한 케톤산증이 심해서인것이구요.
1형당뇨는 급성으로 오기때문에 저는 제가 당뇨인지 인지를 하지 못했습니다.
하늘이 노래집니다.
저는 정말 작년까지도 한국에서 회사에서 매년건강검진하면서 건강에는 이상이 없던 사람이었는데
지구반대편에서 1형당뇨가 걸렸습니다.
지금까지 가난과 싸우려 악으로 버티고
내손으로 자산도 키우면서 이제야 금전걱정에서 벗어나 살수있나 했는데
이제 내가 원하던 MBA이후의 여유있고 더 나은 삶을 꿈꾸며 20 대 30대들도 힘들다고하는 그 생활을 버텨가면서 따라가고있었는데
평생 인슐린 주사 없이는 살아갈수없는 몸이 되어버렸습니다.
진단받은지 딱 40일 되네요 오늘ᆢ
내가 꿈꾸던 모든 삶을 다 내려놓고
이젠 병을 어떻게 다스려가며 일해야하나
이걸 걱정해야하고
정말 단 한시간도 신경쓰지않으면 치솟거나 떨어져버리는 혈당관리도 초보인 저에겐 힘든일이네요.
이제야 일의 굴레에서 자유롭고 내가 원하던 공부도 시작하고
이제 미래설계를 다시 하고 살아가야 할 때인데.
하필 왜 이때 이시기에 행복하게 모든것을 누려야할때 내 미래를 계획해야할때
이 질병이 내게 오는건지.하필 왜 나에게만 오는건지.
잘 다스리지않으면 합병증으로 평생고생하는 만성질환이 말이죠.
다른사람들은 암도 아닌데 관리만 잘하면 된다고 하지만
가끔은 이런 위로도 폭력같이 느껴질때도 있습니다.
항상 밥먹기전에 다른사람 눈을 피해서 화장실에서 주사 놓는것도 싫고. 그렇다고 굳이 오픈하기도 싫고. 이제 졸업하면 일을 구해야하는데 이 몸으로 잘 버틸까도 싶고.
기력은 점점 떨어져가고
생각은 많아지고
스케줄은 바빠지고
미래는 다가오네요ᆢ,
많은것이 복잡하고 마음이 힘듭니다.
내가 하루아침에 만성질환에 걸리다니ᆢ
아 하나 좋은건 있네요ᆢ
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내 건강이 그동안 얼마나 방치되어 왔는지
주변의 시선이나 평가 등에 신경써온 지난날들이 얼마나 의미없는것인지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건강에 내 자신에 집중하고나니 주변의 잡음들은 음소거가 됩니다.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게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