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경제문제, 보이지 않는 벽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중학교|열등|고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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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 경제문제, 보이지 않는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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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나는 그냥 보통의 중학교 3학년 학생이다. 생긴건 보통에 꾸미는거엔 관심없으며, 성적은 지방 지역이긴 하지만 나름 학교에서 상위권은 하고, 성격은 소심하고 말보다는 글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런 내가 보기에 우리 가족과 친척은 어떠한가. 일단 우리 가족부터 보자면, 별로 좋은 집에 살지는 못한다. 4명에서 20평도 안 되는 아파트에서 살고 나는 방도 없다. 학원도 재작년까지는 다니다가 돈이 없어서 끊고 말았다. 용돈은 한달에 2만원이었는데 올해 만원으로 줄었다. 내 여름 옷이라고는 티셔츠 5벌에 하의 3벌이 전부다. 핸드폰은 중2때 전과목 95점 이상을 받고 나서야 겨우 얻어냈다. 운동을 좋아하고 외향적인 초등학교 고학년 남동생이 한 명 있다. 어머니는 전업 주부이시다. 아버지는 작은 열처리 회사에서 일하신다. 아침 6시에 내가 등교하기도 전에 나가셔서 밤 9시는 넘어서 들어오신다. 얼마를 벌거나 무슨 일을 하시는지는 이야기 해주신 적이 없다. 우리 집은 그래도 빚은 없지만, 마음껏 소비할 여유도 없다. 그래도 가족끼리 대화는 많은 화목한 집인것 같다. 하지만 친척들 집은 다르다. 큰아빠와 큰엄마는 서울에 사시고, 두분 다 삼성에서 일하신다. 차를 좋아하는 큰아빠와 꾸미는 걸 좋아하는 큰엄마네 집에 가면, 항상 용돈을 많이 주셨다. 큰아빠 큰엄마에게는 유치원생 쌍둥이 아들들과 초등학교 저학년 아들이 있다. 걔네는 전부 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리고 넓은 집에 사셔서, 그 아들들이 모두 방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화장실도 3개나 되고, 놀이방과 서재와 드레스룸까지 다 있다. 냉장고와 드레스룸은 언제나 가득 차있어서 지금 당장 잡지에 실려도 될 듯 하다. 아들들이 조르기만 하면 무엇이든 다 사줄 능력이 된다. 가끔은 나와 내 동생이 원하는 것까지도 다 사주시곤 한다. 작년 내 생일때는 올리브영 10만원 상품권을 보내주셨다. 두분 다 큰 차가 한대씩 있다. 고모와 고모부도 그 근처에 사시고, 고모부는 현대에서 일하시고 고모는 교사시다. 고모네도 큰엄마네 못지않게 큰 집에서 사시고 큰 차가 두대 있다. 스마트폰을 가진 초등학교 저학년 쌍둥이 아들들이 있으며, 걔네는 벌써부터 과외를 받고 브랜드 옷을 입는다. 걔네 둘은 같은 방을 쓰고, 공부방과 놀이방도 따로 있다. 걔네가 쓰는 방은 침대도 책상도 옷장도 두개에 방 하나가 우리 집 전체와 맞먹을 크기이다. 또, 아주 귀여운 강아지 한마리를 기른다. 주말마다 고모네 가족은 캠핑장이나 근교 멋진 놀만한 장소에서 좋은 시간을 보낸다. 어릴때부터 명절에 친척집에 가면 항상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보였다. 168 큰엄마, 176 고모, 그리고 그 사이에 유독 작아보이는 151 우리 엄마. 남자 어른들 중 키와 목소리가 가장 컸지만 그 덕에 할머니와 자주 싸우곤 했던 우리 아빠. 우리 아빠는 10살때 아빠의 아빠, 그러니까 나에게 할아버지가 되는 분을 잃으셨다. 할머니 혼자서 아빠, 고모, 큰아빠와 사셨다. 아빠는 키가 180 중반은 되고, 머리도 좋으셔서 항상 내가 학교 공부 특히 수학을 물어볼때마다 정답을 틀린 적이 없다. 회사 거래처 번호나 물품, 세부사항 같은 것들을 모두 외우고 다니셔서 주말에도 전화받기 바쁘다. 아빠는 절대 부족한 사람이 아니며, 오히려 내가 보기에는 가장 큰 능력을 가지고 계신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사촌 동생들도 그렇다. 나는 소심한 성격이다보니 친척들께 먼저 연락드리는 것을 잘 못한다. 중학생이 되며 바빠져서 명절이 아니면 친척들을 찾을 일이 없었다. 하지만 초등학생, 유치원생이고 외향적인 내 동생과 사촌들은 다르다. 듣자하니 친척들 생일마다 전화하거나 사랑 가득한 메시지를 남긴단다.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할머니께 일주일에 한번은 안부 전화를 한단다. 어른들이 내게 이 얘기를 하는 것은 나를 비교하기 위함이겠지. 나는 전혀 그런 사람이 될 순 없었다. 특히 시험기간인 요즘은 지금처럼 새벽이 아니면 폰을 할 시간도 없었다. 친척집에 가면, 돈과 여유많은 사촌들은 나보다 어린데도 행복해 보였다. 넉살좋은 내 동생도 스스럼없이 그들과 게임하며 잘 어울렸다. 동생들은 나조차 끼기 어려운 어른들의 대화에도 붙임성 좋게 잘 끼었다. 어제 할머니 칠순을 맞아 몇달만에 친척들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동생 여섯, 어른 여섯, 할머니 한분이 함께 이야기하면 나 혼자 다른 세계에 있는것 같았다. 다른 집 크기에서 오는 박탈감과 열등을 나만 느끼고 있는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어른들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할머니는 은근히 고모네, 큰아빠네와 우리 집을 다르게 대했다. 고모나 큰아빠에게 무언가를 받으면 고맙다고 했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주면 가끔 버리시는 것을 보았다. 그게 싸구려처럼 보였기 때문일까? 어른들은 내가 연락이 적은 것을 다른 동생들과 비교했다. 학군을 따지며 그쪽 동네 상위권은 서울에선 발도 못 디딘다는 소리나 했다. 자기 아들들은 되랑 돼를 헷갈리는 것도 모르고서. 그리고 이 모든 어른들의 보이지 않는 차별 이야기는 아까 고모와 통화한 직후 우리 엄마의 입에서 나왔다. 엄마는 나에게 울면서 이 사실을 이야기했다. 나도 알고 엄마도 아는 이 이야기. 그러나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다. 아버지는 자존심이 너무 세고, 동생은 아직 어리니까. 하지만 이렇게 품고 가기에는 너무 답답하다. 더이상 전처럼 어른들을 대할 수 없을것 같다. 친척들이 너무 불편하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알게 된다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 그 얼굴들을 더는 보고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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