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마음의 흉터가 많은 사람이다.
타인들로 인해 생긴 흉터도 많지만
나 스스로가 만든 흉터도 많다.
지금까지 난
자존감도 너무 낮았고 눈물도 많아서 너무나 나약해 보였다.
성격도 소심함의 끝판왕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사람들에게 외모 지적을 받으면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소심한 성격 때문인지 그 모두가 컴플렉스로 자리잡았다.
내 외모도 너무 싫어서 거울 보는 것조차 거부감이 들었고,
사진 찍는 것도 너무나 싫었다.
난 그런 사람이었다.
어렸을 적엔 가족들도 그랬고
친척들도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대놓고 나를 미워했던 이모와 사촌도 있었다.
난 형제도 많고 친척들도 많았지만 외톨이로 자랐다.
어딜 가든 동네북 취급을 받았다.
난 그런 아이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아이가 아닌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하나씩 꺼내어 털어내려 한다.
오늘은 내가 겪었던 도둑이 된 사건을 얘기할까 한다.
한 번은 할머니가 계시던 큰집에 놀러갔는데
어른들의 돈을 누가 훔쳤었다.
나는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
나는 돈의 위치도 몰랐었고 관심도 없었다.
없어진 돈의 액수가 얼마였는지 지금도 난 모른다.
나중에 범인이 누군지 알았지만 난 끝내 말하지 못했고
난 어른들의 돈을 훔친 도둑이 되어 있었다.
어른들은 내가 입고 있던 바지 주머니를 뒤지기까지 했다.
난 가난해서 처음부터 가진 돈이 없었고 내가 훔치지도 않아서 나에게 동전 하나 나올리 없었다.
그래도 난 끝내 도둑이 되어 있었다.
그 일로 혼자 몰래 엄청 울었다.
어른들께 혼이 나서 무서웠던 이유도 있었지만 어린 마음에 상처도 컸을 것이고, 도둑이 되었다는 두려움과 누명을 써서 억울함도 컸을 것이다.
왜 내가 범인으로 지목되었는지 난 끝까지 알지 못했다.
그때가 초딩 6학년 때의 일이었다.
이후 중1학년이 되었을 때의 일이다.
난 담임선생님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학생이었다.
때론 내가 철없는 행동을 하긴 했지만 반 아이들과도 잘 지내는 아이였다.
2학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반에서 돈이 없어지는 일이 생겼다.
내자리는 맨 앞에서 두번째 자리였고 돈을 분실했다던 그 아인 내자리와는 조금 먼 다른 줄 맨 뒷자리에 앉았었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돈은 점심시간에 사라졌다며 그 아이가 선생님께 얘기했다.
선생님은 모두 눈을 감게 하셨고 자신이 지나갈 때 범인은 눈을 뜨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교실을 두 바퀴 돌고는 내가 있는 줄 맨 앞에 앉은 아이만 남게했고 나와 다른 아이들은 복도로 나가라 하셨다.
나간지 2~3분쯤 지났을까.
선생님은 두번째 자리에 앉았던 나를 부르셨다.
들어가니 내가방과 도시락통까지 모두 뒤지셨고 내 옷과 속옷까지 지나치다 싶을 만큼 모두 꼼꼼히 확인하셨다.
돈이 안나오자 우시면서 사실대로 말하라며 다그치셨다.
황당하고 당황했지만 나를 도둑으로 이미 확정하신 말투였다.
선생님이 눈을 감게 하시고 교실을 돌 때 내가 눈을 뜨려고 했다는 게 이유였다.
난 너무 억울했다.
내가 아닌데 왜 눈을 뜨려고 했다는 건지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그아이가 돈이 있었는지, 얼마를 잃어버렸는지도 난 알 수 없었고, 돈을 잃어버렸다던 그 시간엔 난 다른 아이들과 함께 그아이의 자리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놀고 있었다.
난 아니라고 말했고 선생님은 믿어주지 않으셨다.
난 너무 억울해서 펑펑 울었고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소지품 검사는 내 차례에서 끝이났다.
30분은 넘게 걸린 듯했다.
복도에 나가니 이미 밖은 어두워졌다.
난 울면서 복도로 나갔는데 다행히도 반 아이들은 아무도 날 탓하거나 도둑으로 의심 따윈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날 울지마라고 위로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날 집에 가서도 난 가족 중 아무에게도, 아무런 얘기하지 못했다.
가족들도 날 의심할까 두려웠던 것도 같고, 엄마가 알면 슬퍼하실까봐 싫었던 것도 같다.
며칠 후 담임 선생님과의 반 아이들 개인상담이 있었다.
내차례가 되었고 선생님은 상담실에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계셨다.
난 선생님 맞은편 의자에 앉았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지금 귀에 꼽고 있는게 거짓말 탐지기라며 귀에 꼽은 이어폰을 가리키셨다.
그리고는 내가 돈을 가져간거 인정하냐고 물으셨다.
내 심장은 *** 듯 뛰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도둑이 아닌데도 거짓말 탐지기가 날 도둑으로 지목할까봐 무서웠던 것도 같고 억울해서 엄청 답답하기도 했던 것 같다.
난 아니라고 정확히 대답했고 두 번 더 같은 질문을 하셨다.
내 대답은 같았다.
알겠다는 대답을 하시며 나때문에 더이상 학교에 남기 힘들다 하셨다.
그게 내 기억 속 담임 선생님과의 마지막 대화였다.
이후 부담임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 역할을 대신하셨다.
종업식때도 안보이셨다.
난 아무 잘못도 없이 모두 내 탓이 돼버렸다.
담임 선생님은 도덕을 가르치셨는데 어린 내 눈엔 여자분이신데도 당당해 보였고 그런 선생님이 멋져 보였다.
그 사건 이전까지 난 선생님을 많이 좋아해서 여름방학에도 선생님이 학교에 계신 날은 찾아가 작은 일도 도와드렸다.
난 선생님을 잘 따랐는데 왜 날 도둑이라 생각하셨는지 진짜 이유를 아직도 나는 모른다.
다만 짐작컨데 내가 반에서 제일 가난한 집 아이였으니까 처음부터 날 도둑으로 결정내리신 건 아니었을까?
물론 아닐 수도 있다. 나도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내가 도둑 누명을 쓴 건 또 있었다.
30대였을 때 엄마가 돈이 든 가방을 통째로 분실한 일도 있었다.
여전히 나를 미워했던 이모는
엄마가 잃어버린 돈을 훔친 사람으로 나를 몰아 세우며 엄마와 나를 이간질했다.
다행인지 그 돈이 든 가방은 엄마가 다른 곳에 두었다는 걸 기억해서 내가 가져갔다는 오해는 없던 일이 되었다.
그 일로 나에게 미안해하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냥 아니었으니 됐어로 마무리 됐다.
난 이런 기억들 때문에 괜한 오해받기 싫어서 지금도 남의 돈과 가까이 하는 일은 꺼려한다.
내가 뭘 그리 잘못해서 미움을 받아야 했고, 도둑으로 누명까지 써야 했을까?
그것도 여러번이나.
이런 얘기가 다른 사람들에겐 별일 아닌 사건일까?
내가 속이 좁아서 아직까지 잊지 못하는 걸까?
많은 세월이 흐른 얘기지만 아직까지 선명한 흉터로 남아 있다.
과거 내 모든 단점들이나 상처받은 것들을 다 얘기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려도 다 얘기하지 못할 만큼 많다.
글을 쓰면서 그때 감정들이 되살아난다.
내 자신이 초라해 보여서 가족이 아닌 사람들에겐 죽을 때까지 숨기고픈 얘기들이지만 아픔을 털어내기 위해 얘기를 시작했다.
이미 내가 겪은 일들은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됐다.
나에게 큰 흉터는 남겼지만 타인에게 하지 말아야 할 좋은 교훈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흉터들을 잘 다독이면 조금 희미해질 수 있다고 본다.
과거의 난 많이 나약했지만 이제는 잘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씩 나아질거다.
괜찮아좋아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