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엄마 폰으로 전화가 왔어요. 오빠가 쓰러졌다고 해요. 열도 난데요. 항상 밤 늦게까지 컴퓨터하다가 아침 일찍 학교가는 우리 오빠니까 그냥 걱정하고 끝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시대가 시대잖아요. 코로나면 어떻게 되는걸까요? 혹시 많이 아픈건 아닐까요? 저는 어려서 아직 아무것도 알려주시지를 않아요. 할 수 있는건 부모님 전화를 몰래 들으면서 생각하는거에요. 자꾸만 안좋은 생각이 들고 언제나처럼 최악을 떠올리는데 그게 너무 아파요. 제 머리에는 항상 최악과 더 최악과 그보다 더한 최악뿐이라서 자꾸만 후회가 들어요. 아직 오빠한테 생일축하 편지도 못썼는데 아직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제대로 해주지 못했는데 괜찮을거라면서 눈을 가리고 지금까지 전부 다 미루고 있었는데 갑자기 해일이 일어난 것 같아요.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아파요. 속도 쓰린 것 같고 눈에서는 자꾸만 눈물이 나와요.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모르겠어요. 정말로 가만히 기다리면 되는건가요? 분명 오빠 편은 아무도 없을텐데 쓰러진 오빠라도 쓰러진 오빠니까 구박 들을텐데 우리 오빠는 그런거 너무 아파할텐데 전 가만히 집에서 기다려야 하나요? 모르겠어요. 지금 당장이라도 오빠한테 가고싶어요. 가서 보고싶어요. 그런데 전 현실을 꽤 잘 알아요. 이러면 안돼요. 이거 쓸모없는 거고 도움도 안돼요. 울면 나만 힘든거에요. 다 알아요. 이런건 다 알아요. 지금 내가 아무것도 못한다는것도 알고 가만히 있는게 가장 나은거라는걸 알아요. 정말 다 아는데 다 알고있는데 이상하게 어딘가가 너무 아파요. 물속에 들어온 것 같아요. 숨쉬기도 힘들어요. 나쁜 아이이고싶지 않은데 가장 좋은 아이로 있고싶었는데 자꾸만 눈물이 나고 너무 무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