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학생인데요.
전 예전부터 앞으로 있을 일들이 두려웠어요,,
소풍을 갈 때도 '기대된다'보다는 '버스사고가 나면 어쩌지?' 같은 생각으로 잠을 못 잤어요,,,,좀,,,웃기죠?
아무튼 전 항상 뭐가 그렇게 무섭냐는 소리를 들어요.
근데 이제 중학교에 올라오니깐 '진로' '장래'가 걱정인 거예요.
제 장래희망은 애니메이터인데, 이런 실력으로 내가 뭘 할 수 있지?라면서 유튜브에 올라오는 중1 그림, 발전과정 같은걸 보는데 너무 자괴감이 드는거에요.
난 진짜 아무것도 아니구나..하는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뭐라도 해보려고 자율동아리를 만들어서 대회 준비중이에요....!
엄마한테 '나 대회 나가'라고 말했는데, 엄마는 "그림을 꼭 그려야겠니?"라고...하더라고요.
그리고는 "너 올해 책 몇권읽었어? 한 권? 지금이 6월인데 한 권이 뭐야"라고 혼났죠 뭐...
사실 그 책도 수행평가로 읽은 300장 넘어가는 책이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300쪽 별것 아닌것 같이 느껴져서 말을 삼켰어요.
그리고 좀 서운했죠.
딸이 확고한 목표를 잡고 이것저것 해보겠다는데 그렇게 맥 빠지는 소리를 하는 부모가 어딨어요...
그 자리에서 "엄마는 하는게 뭐가 있다고 그래. 내가 그린것들 제대로 봐준 적이라도 있어? 미술 학원을 보내준 적 있어? 내가 하루에 몇시간 동안 책상에 붙어서 손목이 나갈 때까지 그림 그리는걸 칭찬해준적 있어? 내가 지금까지 뭐 사달라고 떼를 써봤어, 아빠 보고 싶다고 운적이 있어? 엄마가 내 그림들 다 버렸을때 내가 뭐라고 짜증낸적 있어? 없잖아. 그냥 내가 혼자 대회 나가겠다고, 학원을 보내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대회 한번 나가겠다는데 그런 말을해? 다른 집 애들은 ***이 그려도 칭찬 받고 학원 다니고 별짓을 다하는데! " 라고 소리 치고 싶었죠.ㅎ
평소엔 더 한 말들도 그냥 삼키는데 그날따라 감정조절이 안 되더라구요. 엄마가 일 하러 가고 이불 뒤집어 쓰고 울었어요.
이모 있어서 소리도 못 내고. 입술 깨물어가면 참았어요.
한번 터지니까 끝이 없더라고요. 온갖 잡생각들이 터져나오는거. 있죠?
애들 자격증 따러다닌다고 같이 다니자고 할 때 같이 다니고 싶었어요. 저 혼자 무리에서 떨어지고 싶지도 않았고 제 미래에 필요할 것 같았거든요. 근데 월 15만원 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거절했어요. 저희 집 사정을 아는데 대가리가 컸는데 어떻게 그냥 보내달라고 해요.
저 올해에 교복 말고 산 옷도 없어요. 그래서 주말에 애들하고도 안 만나요. 입고 나갈만한 옷이 없으니까.
책도 나라에서 준 카드로 사요.
이모랑 엄마가 하는 돈얘기가 들리면 이어폰을 꽂고 안들리는척 해요. 지금까지 저 혼자 방을 쓴적도 없구요.
컴퓨터도 학교에서 준거에요. 가끔 학교 끝나고 시내로 놀러나갈 때도 뭐 하나 사본적이 없어요.
그래서 다이소에서 뭐 계산하는 법도 몰라요. 진짜 한심하죠?
학교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항상 웃으면서 애들하고 어울려요. 혼자 있으면 집에서처럼 표정이 구겨질까봐.
저번엔 야외수업 끝나고 그늘에서 쉬는데 애들이 흰머리 있다고 뽑아주더라고요. 진짜 왜 이럴까요 저는.
이번주만 해도 벌써 4번을 울었어요.
금방 웃다가도 어느샌가 우울해져서 목이 졸리고 입이 막히는것 같은 느낌 때문에 물 속에 혼자 가라앉는것 같이 외로워져요.
요즘엔 잠드는 것도 힘들더라구요. 새벽 4시까지 노래 듣다가 겨우 잠들어요. 그래서 한번은 수업 듣다가 기절하듯이 잔 기억도 있어요..ㅎ
사실 그림 얘기만 하려고 했는데 또 다른 것들까지 얘기했네요..
오늘 친구한테 카톡으로 속마음을 조금 털었더니 같이 상담 받으러 가자고 하네요.
저는 미술쪽이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 알아요.
그래서 더 겁 나요.
저는 진짜 이 길을 가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