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지옥 같아요 평범하게 사는게 꿈인데 그걸 이루기가 어려워요
도무지 털어놓을 곳이 없어 한편생에 대한 넋두리를 하러 온 거라 글이 많이 깁니다. 밝은 글이 아니니 안읽어주셔도 괜찮고 읽으실 분은 양해 부탁드려요.
어렸을 때 부터 폭언과 폭력적인 상황에 시달리며 항상 바랐던건 별게 아니라 딱 한달만 조용하고 평화로운 가정에 살아보는 것이었어요. 글이라고 괜히 꾸미는게 아니라 정말 한달만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사는게 미성년자 때 내내 꿈 꿨던 삶이에요.
부부싸움이 일어나면 다들 치고 받고 싸우고 죽으라면서 아파트 단지가 떠나가라 새벽까지 괴성지르고 훈육을 할 때면 욕설과 손찌검이 난무 하다가 종래엔 본인이 울면서 이러고 나면 너보다 내가 속상하다느니 하는 말들을 하는게 비정상인줄은 알았지만 학교에 다니며 친구들을 사귀고 가족에 대한 대화를 해본 이후에야 정도가 심한 비정상임을 알게 되었었어요.
부모들은 매일매일 싸우고 그 안에서 자라며 성격이 예민해지고 가정내에서 말 수나 긍정적인 감정 표현이 적어진 저는 갈 수록 이상한 사람이 되었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도벽도 있었고(다행히 물건에 손댄지 3번째였나 문방구 주인 분께 걸려서 혼난 이후엔 싹 사라졌어요 그분께는 진심으로 감사해요) 별게 아닌 것도 습관처럼 거짓말 할 때도 있었고… 이건 지금도 약간 있긴 한데 그래도 정신 바짝 잡고 매사에 솔직하게 말하는 노력을 하며 살고 있어요.
무튼 엄마에 대한 기억은 말투가 *** 없다, (유치원생 때 tv로 동반ㅈㅅ 기사 보면서)저 마음이 이해가 간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수행평가 시험을 집에서 연습하던 중)니 언니 때는 그런거 없었는데 왜 거짓말하냐면서(거짓말 아니었음) 싸대기 맞고 머리채 잡혀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지고, 표정 그따위로 할거냐, (폭언을 듣다가 손목 긁는 행동을 하면)너 그거 틱장애 아니냐 너 장애있다, 몇 대 맞을래, 나를 이런 사람으로 만들면 속이 시원하냐, (소리안내고 우는게 습관이 돼서 조용히 울면)왜 저러고 우냐 소름끼친다, (고등학생 때 시험 보고 집에 왔더니 키우던 반려견 알지도 못하는 곳에 파양 시켜놓고)그러게 감당 못할거 키우는거 아니다, (부정적인 말 후에)나니까 너 한테 이런 말 해주는거다, (다니고 싶던 학원 등록해 준다고 했다가 상담 후에 학원비 듣더니 말 바꾸면서)내가 볼 땐 너 재능 없는데 그걸 다녀야겠냐 , (저 소리 듣고 소리내서 울었더니)오바한다 감정과잉이다 비정상이다, 니네 아빠랑 잔거 겨우 그 짧은 시간 때문에 너 낳은건데, 너 안낳으려고 했었다, 너네 때문에 내가 못죽고 사는거다, 죽고 싶다, 옛날에 ㅈㅅ시도 했었다, 내가 죽는 방법을 모르는줄 아냐…
미성년자 시절 이후엔 때리는건 없어졌지만 소소히 이룬 것들은 그까짓거 취급 당하거나 니 태도로 나가서 뭘 하냐는 소리를 듣거나 제 힘으로 모은 돈 운동 배우면서 체력 키우는데 써보겠다 했더니 철딱서니 없다 제정신이냐 그게 니 돈인줄 아냐 하는류의 소리를 듣고… 제 성격도 딱히 휘둘리기만 하진 않아서 그냥 무시하고 돈 안쓴척 등록하고 잘 다니긴 했었어요. 현재는 안하고 있긴한데 웃긴건 이제는 또 너는 운동 왜 안하냐고 하래요 뭘까요 대체?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언니는 어렸을 때 보호자 역할을 맡았다는 명목으로 저를 때리거나 무슨년무슨년 하면서 욕을 한적이 있긴해도 나이 들면서 직접적인 과거일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그나마 서로를 좀 이해하고 관계 회복이 나름 되긴했는데 엄마는… 글쎄요… 관계 회복을 해야 저도 마음이 편해지지 싶지만 아마 평생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빠는 뭐 살아계실 땐 방관자 포지션이었고 직업도 없었고 술 취해 있을 때 제가 한심하게 보면 취해서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호적에서 파버린다는 소리나 하고 사채써서 집 말아먹을 뻔 한 이후엔 가정내 발언권도 없었고 부부싸움을 하면 폭언을 듣거나 맞는 쪽이었고 담배술중독자에 저 고3때 암걸리시고 수술이후 병원에서도 담배 펴서 퇴원 당할뻔 하고… 대학교 입학 한 3월에 돌아가셔서 뭐 어떻다 할 부모자식 관계의 교류 같은 것도 없었어요.
생에 처음 가봤던 장례식장에선 슬픈 것 보다도 피곤하더라고요. 오히려 시간이 좀 지난 이후에야 몇 번 울긴 했는데 잘 모르겠어요. 이게 진짜 부모가 돌아가셔서 울게 되었던건지 내가 늦둥이가 아니었으면 아프기 전에 인간 대 인간으로 대화라도 좀 해봤을까 싶은 생각에서 오는 연민 같은 감정인지…
아 대학교에서 카뮈 이방인을 읽고 에세이를 써야 했는데 초장에 어머니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는 주인공이 부조리 적인 인물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거기에 공감을 했는데 부조리 문학 장치였다니… 그 날도 제 자신이 참 싫게 느껴졌어요.
이런 기억들이 나이가 29살이 됐는데도 선명하게 기억나요. 상황 시간대 날씨 다 기억나요. 약을 먹어서라도 잊을 수만 있다면 다 잊어버리고 속 편하게 싶은건 당연히 저겠죠. 근데 도무지 잊을 수가 없어요.
저는 제 인생이 저를 눌러 죽일까봐 무서운데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너무 괴로워서 안좋은 생각도 많이 해보고 구체적인 것들도 찾아봤는데 솔직히 무서워요. 그게 무서워서 또 살고 일상이 회복 됐다가도 한순간에 무너지고… 이게 사람 사는게 맞나요?
저도 사근사근하고 다정하고 구김살 없고 사랑 받는 것도 자연스럽고 사랑 나눠줄줄도 아는 밝은 사람이고 싶어요. 가족들이랑 화목하게 지내면서 사랑한다는 문장을 말로 꺼내는 사람이고 싶어요. 어렸을 때도 그랬었고 지금도 그래요. 다른 친구들의 청춘은 사랑과 응원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은데 매사에 시니컬하고 감정 교류가 서툰 제 자신은 아마 저한테 뭐라고 하는 가족들 보다도 제 스스로 더 미워하며 살았을거에요.
제가 바라는 제 모습은 저런건데 억지로 해보려고 몇 번이고 노력을 해봐도 절대 저렇게 되지가 않아서 그게 또 서럽고 속상했던 적도 많아요.
정말로 한평생 꿈이 뭐가 된다던가 얼마를 벌고 싶다던가 그런게 아니라 진짜 한번만 행복하다가도 불현듯 나쁜 기억 떠오르는 것 없이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보는거였거든요. 그냥 진짜 조용하고 평화롭게 사는거 자체가 제 꿈이었는데 이젠 정말 못버티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이런 주기가 돌아올 때 마다 충격이 더 크게 다가와요. 도저히 괜찮아지지가 않아요.
지금은 맞거나 욕설을 듣는 일은 없는데 잘못된 상황에 제대로된 반박을 못하고 살아서인지 엄마는 저를 *** 없고, 말은 천박하고, 어른들 한테는 본대 없이 굴고, 부모한테 막말하는 사람으로 고정시켜놓고 저의 말과 행동을 왜곡하고 과장해서 해석하고 너 이런거지 저런거지 하면서 분노를 표출 할 때가 많은데 늘 겪어도 매번 새삼스럽고 힘드네요…
넋두리 할 곳을 찾게 된 오늘의 얘기를 하자면 저는 평소 엄마와 대화를 길게 하는게 싫어서 단답으로 끝내거나 말을 걸려는 주제에 관심이 없다는걸 좀 티내는 편인데 오늘도 ‘(엄마가 얘기 해 준 한 인터넷 기사에 쓰인 사건이)요즘 한쪽 입장만 쓰인 편향적인 기사가 많아서 그 것만 봐선 모르겠다 그 사람이 잘못알아먹고 그랬을 수도 있고…’ 라는 말에 갑자기 화를 내면서 엄마한테 그 딴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잘못알아>쳐<먹고가 부모 앞에서 할 말이냐’고 화내더라구요.
그래서 무슨 말이냐 쳐먹고라는 말을 한적이 없다 했더니 니가 그렇게 말했다고 분명히 그렇게 말 했다고 격분하더라구요… 제가 한 적 없는 말이나 행동을 했다며 저에게 화를 쏟아낸 적이 꽤 있어서 저도 한평생 예민하게 산 터라 제가 대화 중에 쓰는 말이나 문장 잘 기억하는 편이거든요…
그래도 뭐 이런걸로 사람을 저정도로 분노하게 만드냐 싶어서 1년전에 있던 비슷한 일 예로 들면서 그런거 아니다 내 언행이 엄마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더라도 내가 한적 없는 말을 했다고 하거나 내 행동에 괜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들을 일 없는 말이나 의도 없는 행동에 이렇게 화를 내면 엄마한테도 안좋지 않냐 했더니 앞뒤 다 짜르고 1년 전 일 그걸 또 기억에 담아둿녜요…
그 일도 저는 영문도 모르고 작년 생일날 욕먹고 이상한 사람 취급 당한 일이었던거라 원치 않아도 기억에 새겨졌던건데 니 머릿속에 대체 뭐가 또 들어있냐고 뭘 기억을 담아두고 있냐고 제가 무섭다네요. 할 말인가…
여튼 그 놈의 잘못알아쳐듣고는 내가 한 적도 없는 말로 몰아붙여지기 싫어서 끝까지 아니라 했더니 그렇게 부모 이겨먹고 별 것도 아닌걸로 사람 감정 이렇게 만드니 좋녜요. 참 할 말이 없어서…
물이나 먹는 중에 언니가 귀가해서 저 사람은 영문도 모르고 또 무슨 죄냐 싶어 아무일 없던 것 처럼 가벼운 얘기하고 씻으러 들어가는거 보고 이제 좀 마음 가라앉아서 대화 마무리 할 준비 됐나 싶어 기다렸더니 갑자기 자기 가슴을 퍽퍽 때리면서 이잉이ㅣ이익 하는 괴상한 소리를 내더니 베란다 문 열었다가 억지로 기침을 하다가… 이상한 행동을 하길래 엄한 사람 끌어들이기 전에 상황 끝내고 싶어서 그래 내가 엄마 관심사에 공감을 못하고 말을 못나게 한 건 미안해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니가 쳐못알아듣고 라고 했든 아니든 니 뉘앙스가 그랬다는게 문제야 어디가서 이럴까봐 걱정이야 엄마니까 너한테 이렇게 말해줘야 하는거야 라고 말 길어지길래 그래 알겠어 하고 방으로 들어와버렸네요…
최근 2년간 어떻게든 관계 회복을 해보고 싶어서 무서운거 무시하고 최대한 얘기 해보면 뭐라도 되겠지 싶어서 우리 둘 간에 오해가 많이 쌓이는 것 같은데 난 이걸 풀었으면 해 하면서 대화 시도를 많이 했었거든요. 근데 이럴 때 마다 너랑 이딴 별 것도 아닌 일로 사람 미치게하면서 싸우는게 싫대요. 이겨먹으려고 하면 좋녜요. 대화 할 때 공감을 좀 하고 응 그랬구나 엄마 엄마는 그렇게 생각했구나 이런식으로 말하라네요. 다시 말하지만 살갑고 다정한 딸 그거 제 꿈인거 맞긴 한데요 아…
한평생을 한명은 일방적으로 쏟아내기만 하고 한명은 입꾹닫고 상황 끝나기를 바라고 있던게 결과적으론 인간 관계간의 대화나 교류가 어떤건지를 모르게 만든 것 같아요. 나는 엄마가 아니고 엄마도 내가 아니고 당연히 타인은 서로 안맞을 수도 있는건데… 참 답답해요…
나름 용기 내 시도해본건데 관계 회복 해결의 키가 솔직한 대화도 아니었다는게 절망스럽기도 하고 그래요.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 시작하면 뭐라도 될 줄 알았는데… 한편으론 이건 제가 엄마가 바뀌길 바라는 거니까 제 심리 문제일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저야말로 사람은 서로 다르다는건 못받아들인건지… 그렇다면 정말 엄마가 아닌 이야기들을 해도 무조건 공감하는척 맞장구만 쳐주면 이게 다 나아질지 근데 그게 사람 대하는 대화법이 맞긴 한지…
계획 없이 쭉 쓰다보니 얘기가 쓸 데 없이 참 길었네요… 무튼 저도 안좋은 일을 계속 끌어안고 사는 제 상태가 정상은 아닌 것 같지만 일반 지인들에게는 못털어놓을 가정사고 친한 친구들 한테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감정쓰레기통으로 쓰는 일이 되어버릴까봐 속을 전부는 못털어놓겠어서 이 어플이라도 찾아서 글을 썼어요. 어디에라도 털어놓으면 마음이 좀 편해질까 싶었는데… 아직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네요… 그래도 써놓고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하지 않은건 그나마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이젠 정말로 모르겠어요. 타인을 바꿀 수는 없는 것 같으니 태도나 생각을 고친다면 저의 문제인데 제가 저 자신을 극복 하고 살 수 있을까요. 자신이 없어요. 제 인생에 애정이 안생겨요. 이렇게 진창 같은 생각이나 끌어안고 살면서 떠나지 못하는건 삶에 대한 애착보다 두려움과 미련과 자기연민 때문인 것 같아요.
살면서 행복했던 기억들은 허상 같고 안좋았던 일들만 더 안좋은 형태로 계속 반복해서 돌아와요. 정말 말도 안되는 현실도피고 망상이지만 인생을 외주줄 수 있다면 극도로 긍정적인 사람한테 딱 1년만 맡겨보고 싶기도 해요. 사고가 어떻게 변할지… 현실에서 벗어나는 건 답이 없을 문제라지만 답을 구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