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너무 힘들게 해요
정말 너무 힘들어요.. 어디에 하소연할 곳이 없어서 여기라도 적어봐요.
생각해보면 저는 부모의 감정쓰레기통으로 살아온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정작 저는 그 쓰레기들을 분리수거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안고 있네요. 부모라는 사람들은 본인이 힘든 일이 있을 때면 항상 저에게 얘기했어요. 그게 어떤 일이던 무슨 일이던 상관없었고, 어쩔 땐 같은 얘기를 계속해서 들었어요. 그저 기분이 풀어질 때까지 계속 공감해주고,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제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이미 듣고싶은 말들이 있거든요. 저는 그저 계속해서 듣고 싶은 말을 해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참 웃긴 건 제가 힘든 일에는 별로 공감하지 못했어요. 참 웃기죠. 저에게는 끊임없는 공감을 바라면서 제 고통과 아픔에는 공감 하나 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제가 멍청하고 바보같아서 당하는 거라고만 해요. 실제로는 더한 욕도 수백번, 아니 수천번 들은 거 같아요. 아마 본인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죠. 전 그렇게 두번의 상처를 받고 있는데 상처 주는 사람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냥... 너무 슬프네요.
언젠가 한 번 너무 힘들어서 검사도 받아봤어요. 전 그저 지금 당장에 저를 둘러싼 환경이 힘들어서 제 마음이 아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의사선생님께선 그 우울이 굉장히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온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맞아요. 사실 생각해보면 그런 거 같아요. 그리고 그 원인은 항상 부모에게 있던 것 같고요. 그렇지만 이 얘기를 전할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본인들은 잘못한 게 없거든요. 제가 성격이 ***맞고 꼬여서 그렇게 받아들이는 거니까 그냥 그런 거라고 항상 생각하게끔 했으니까 차마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리고 그냥 도망치고 부정하고 싶었어요. 그냥... 그냥... 부모도 어딘가 아프고 힘드니까 나한테 그러는 걸꺼야 라고 생각하고 말았어요. 그저 내 능력이 다 부족해서 그런 거고 내가 기대에 충족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생각해보면 그게 맞는 거 같아요.
저에게 기대가 많았는데 제가 그 기대에 충족하지 않고 있으니까, 가르친 만큼, 돈 쓴 만큼 제 몫을 해내고 있지 않으니까... 그래도 그렇게 그려려니 하고 있다가도 가끔은, 정말 가끔은 이따금씩 심한 욕과 저에 대한 책망을 듣고 있노라면 어쩔 수 없이 울컥하게 되네요.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걸까, 남도 아니고 가족인데 저런 ***을 들을 만큼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요즘엔 심리적으로 자연스레 거리를 둔 거 같아요. 몸이 좀 아프다고 해도 그냥 아무 느낌이 없다고 하나... 그러면 넌 가족이 아프다는데 어떻게 너만 생각하냐고 그래요. 맞아요. 제가 이상하죠.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저도 참 많은 일을 겪은 거 같아요. 그럴때면 언제나 관심있는 척하고 있네요. 그래야 좋아하시거든요. 생각해보니까 익명인데도 누군가는 보지 않을까 눈치보며 글을 쓰고 있는 제 자신이 한심하게 생각되네요...ㅎㅎ
음....전 정말 모르겠어요. 기분이 너무 안좋고 마음이 아파서 두서없이 주저리주저리 쓰네요. 그래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이라도 해야 조금은 마음이 풀리는 것처럼 제 마음도 오늘만큼은 풀렸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