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기억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성추행을 당하고 참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20대 초에 당해서 지금은 20대 후반이니, 그때, 처음 성추행을 당했을 때의 분노와 당혹스러움은 옅어졌지만 성추행을 당했던 기억이 문득 문득 찾아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일어난 일은 사라지지 않잖아요.
가족여행으로 놀러간 그곳에서 다같이 모여 잠들었을 때 제 바지속에 움직이던 손을 기억하고, 제가 잠에서 깨니 자는척 하던 사촌동생의 그 몸뚱이를 기억합니다.
일은 지나갔지만 그때 느꼈던 그 역겨움까지 지나갈까요.
그때 말했어야 했어요. 불을 다 켜고 이 새끼가 날 성추행했다고 그때 말했어야 했습니다. 경찰도 부르고 이 새끼가족들이 다 알아서 평생 쪽팔리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모르겠습니다, 그때 제가 왜 그 자리를 피하기만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 아이가 그 가족이 잘 살까봐, 이 일이 없던 일이 되버릴까봐 두렵습니다. 많이 억을해요.
그 일이 있은 뒤로 문이 닫혀있지 않으면 공포감이 듭니다. 누가 제 방에 들어가면 무서워요. 아버지를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잠에서 깨 제가 제일 먼저 했던 행동이 뭐였는지 아십니까? '내가 지금 무슨 엇을 입고 있지?'
다행스럽게도 거실이여서 추웠는지 패팅을 입고 수면바지를 입고 잤더군요.
아무일도 없는 척을 하고 아무것도 아닌 척을 했어요. 다음날 해돋이도 웃으면서 봤고, 결국 그 기억은 저와 그 애에게만 님아있네요. 괴로운건 오로지 저겠죠.
고모가 그애에게 차를 사줬다는 얘기, 멀리 학교를 다니는 동생, 차로 데려다 줬다는 얘기, 명절에 가끔 보던 얼굴, 왜 저는 말할수가 없었을까요? 왜 저는 지금 이렇게 못난 상태로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