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뒀던 상처는 어떻게 치유하나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스트레스|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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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어뒀던 상처는 어떻게 치유하나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star0905
·4년 전
저는 어느 평범한 고2 여학생이에요. 공학계열로의 진학을 꿈꾸고 있고, 성적도 지금까지는 원하는 대로 잘 나와서 학업 분야로의 스트레스는 나름 견딜만한 수준이에요. 하지만, 저는 인간관계와 제 성격이 너무 고민이에요. 제가 사실 중학교 1학년 때 왕따를 당한 적이 있어요. 제가 '공부를 잘 하는' 것을 질투해서? 아니면 제가 잘난 체를 해서? 지금도 저는 무엇이 정확한 원인이었는지 모르겠어요. 초등학생 때만 해도 명랑하고 자신감이 넘치고 착하다는 말을 들으며 살다가, 중학교에 올라오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 친구들은 제가 잘난 척만 하고 성격이 안 좋은 사람으로 인식하더군요. 사실 저를 엄청 싫어하는 것 같은 사람은 몇 명 안 되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 주위에 있던 친구들마저 저한테서 멀어지는 것을 느꼈어요. 저는 저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어요. 그 전에는 거의 모든 친구들과 좋은 사이로 지내왔기 때문에 저한테 이런 문제가 닥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상당히 당황스럽고 억울했죠. 학교 가는 매일매일이 참 블행했죠. 아침이면 우울하고 오후에는 안도하고, 월요일에 불행하고 금요일이면 다시 안심하는 패턴의 반복이었어요. 1학년이 지나고 2학년이 되고 나서 이런 일을 겪지는 않았고, 저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았죠. 마치 그런 일은 겪어본 적도 없다는 듯이. 그러면 될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 때 전후로 저의 성격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는 걸 알았죠. 인간관계에 항상 개방적이었던 제가 마음의 문을 굳게 닫기 시작했거든요. 그때 외에도, 시험을 보고 나서 또는 시험 이야기가 나올 때 단짝 친구들마저 저를 왠지 미워하는 느낌이 들었을 때도 있어요. 영어학원에서 단어 시험을 '매일 100점만 맞는다'며 저를 미워한 언니도 있었어요. 저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노력해서 보상을 얻는 것을 짜릿하다고 느끼는 사람인데, 저의 성취를 마음놓고 즐거워하지 못하는 것, 내가 자랑을 하면 사람들이 무조건 싫어할 것이라는 것, 나를 그렇게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어요. 저를 향한 적의에는 무감정해졌고, 저를 향한 호의에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죠. 그런 일들을 겪고나서 저는 더이상 어렸을 때처럼 사람들에게 살갑게 다가가지 못하게 되었어요. 사람들을 잘 믿지 못하게 되었고, '이 사람은 언제 날 싫어하게 될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애정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되었어요. 가끔 저에게 무관심한채 재밌게 노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렴풋이 부럽게 느껴지다가도, 아무래도 상관없다면서 냉담하게 돌아서버리는 일이 잦아요. 이제는 오히려 저에게 호의를 베풀며 다가오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느껴질때도 있고, 저를 적대시하거나 경계하는 사람들이 있는게 너무 익숙하게 느껴져요.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적의나 무관심이 이제는 충분히 익숙해졌으니 상처를 절대 안 받는다고 자만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상처는 저도 모르게 어디엔가로 그동안 계속 받아놓고 있었나봐요. 중학교 1학년 때 그런 일을 겪었지만 제가 너무 자존심 탓만 하면서 털어놓지를 못하고 묻어뒀어요. 아무렇지 않은 척, 아무래도 친구는 필요없다는 척, 오만한 척, 전혀 상처받지 않은 척. ('상처를 안 받았던게 아니라 받긴 받았었던 거구나.') 그땐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기 보다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조차 못했었다고 보는게 맞겠네요. 그래서 그 상처가 치유되지 못하고 가려진 채 그 안에서 계속 곪고있었나봐요. 지금은 여러 친구들과 다시 잘 지내고 있고 겉으로 보기에 제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정도로 괜찮아요. 그러나 제 상처는 아직도 남아있고, 인간관계에서의 저의 태도나 사고회로를 계속 조금씩 배타적이고 부정적으로 만드는 게 가끔 느껴져요. 상황적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어 보이지만, 제 마음속 깊은 곳에 남겨진 상처는 아직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으니까요. 인간관계에서 아무 문제가 없어보이는 저의 외면과, 아직도 상처와 불신을 앓고 있는 저의 내면의 차이에서 느껴지는 괴리감과 이질감 때문에 가끔은 이런 저의 속사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참 고통스러워요. 병에 걸렸을 때 방치해두면 필히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하는 법인데, 제가 앓고 있는 마음의 병도 그렇게 된 것일까봐 괜시리 무서워졌네요. 이제 더이상 외면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이렇게 털어놔봅니다. 치유가 절실히 필요함을 느꼈으니까요. '사람들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거야.' '괜찮아, 신경 안 쓰면 돼.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렇지 않아. 문제 없어.' 제가 이런 생각들을 무의식적으로 품은 채 속에서 응어리진 상처들을 억누르며 겉으로만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의 마음을 다시 돌보고 진정으로 밝고 자신감 넘치는 제 모습을 다시 찾고 싶어요. 저에 대해 더 알고 싶고, 지금의 저를 너무 좋아해주는 친구들이 좋아하는 나의 면모는 무엇일지, 내가 그 친구들에게 무슨 의미이고, 그 친구들이 나에게 무슨 의미인지,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이유는 무엇일지 알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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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itater1942
· 4년 전
글이 깔끔하네요. 아마 고민도 많이 해보시고 오랫동안 생각해보셨던 것 같네요.들어보셨을지 모르겠는데 일기를 써보세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데 도움을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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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0905 (글쓴이)
· 4년 전
@sanitater1942 감사합니다★ 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