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시간 참 빠르다. 유학 생활 청산하고 엊그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안|학업|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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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hereandnow21
·4년 전
고백 시간 참 빠르다. 유학 생활 청산하고 엊그저께 한국에 들어온 것 같은데. 이제 3개월만 있음 한국에 정착한 지 벌써 4년이 돼간다. 생각해보면, 한국에 와서 정말 많은 일들을 경험했던 것 같다. 웃은 날도 많고, 운 날도 많다. 아홉수에 삼재가 껴서 그런가, 정말 온갖 감정을 하나하나 다 경험해볼 수 있었던 역동의 시간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긴긴 유학 생활을 하면서, 나는 그동안 외로움과 고독에 익숙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자부했었다. 그래, 16살 어린 나이에 부모 품을 떠나 혼자 타국에서 공부하는게 쉬운게 아니지. 그 혼자라는 외로움에 부단히 내적 몸부림치면서도 어찌저찌 내 할 일 하면서 그 시간을 버텼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나는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이 그닥 두렵지 않으며 힘든 시기를 버텨내는 것에 자신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질려버렸다. 외국인이라는 소수집단에 소속되어 사는 삶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보고 싶을 때 못 보는 그 상황이. 그냥 혼자 뭘한다는 모든게. 아무리 현지에 마음 맞는 친구들이 많아도, 절대로 채워질 수 없는 그 끝없는 공허함과 외로움이 있었다. 혼자 견뎌내기가 더이상 벅찼고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타지에서 생활해야 하나 싶었다. 그래서 학업이 끝나는 즉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오면, 나는 더는 외국인이 아니니까,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 사무치던 외로움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며 기분 좋게 한국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환상이었다. 12년 유학 생활동안 만들어진 환상이 와장창 깨지기까지 고작 1년 걸렸다. 환상과 현실의 거리감을 몸소 체험하면서 적잖은 당혹감 경험했다. 그 거리감에서 발생되는 새로운 외로움과 그 갈증을 채우지 못할 것만 같은 불안과 좌절감에 분노라는 감정도 일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유학하는 동안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부끄러운 자의식으로 안 그래도 외로운 인생을 더욱더 외롭게 만들었던 것 같다. 물론 그 자의식이 그때 당시에 최후의 카드처럼 일정의 방패 역할을 하긴 했지만, 외로움과 고독을 득도한 마스터인 양 자만했었다. 그 자만함이 나 자신을 가두고 더 깊은 관계 맺기를 서툴게 했다. 외로움에 자격지심을 느끼면서도 아닌 척했다. 한국에 정착함에 따라 최후의 카드를 깠는데도 없어지지 않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정말 당황스러우면서도 새로운 차원의 외로움이었다. 구명조끼 하나 없는 상황에서 쓰나미에 내동댕이쳐지는 기분이랄까. 정말 혼미한 상태의 연속이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외로움에 정말 익사할 것 같았고 탈진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살*** 하는 의지로 주변인들을 붙잡고 *** 듯이 감정들을 배설하며 마지막 발악을 했다. 그동안 건강히 배출되지 못한 감정들의 양이 어마무시해서 부담스러울법한데도 아무 내색 않고 다 받아준 주변인들 덕분에 조금씩 의식이 돌아왔다. 주변 사람이 베푼 배려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은 외로움이라는 본연의 존재 자체를 볼 수 있는 의지를 만들어줬다. 외로움을 이해하*** 매일 밤 책을 붙들며 해답을 찾으려 노력했다. 수개월의 노력에서 내가 내린 해답은, 안타깝게도 외로움은 인간의 숙명이라는 것이다. 뭘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상황이 달라져도 틈만 나면 내 곁으로 돌아온다. 너무나 자연적인 것이기에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다 우리가 성숙해져 가는 데에 필요한 과정일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자 교수 김창옥씨의 비유를 빌리자면, 외로움은 우리 마음의 밭을 갈아엎는 과정인 것 같다. 고된 일이지만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정이다. 그 과정이 정 힘들거든 다 멈추고 한 템포 쉬며 숨을 가다듬어도 된다. 안 힘든척하다가 탈진하지 말고 기꺼이 도와주겠다는 사람 마다할 필요 없다. 그 도움받아 내 살림살이 빨리 챙겨놓고 여유가 될 때, 고된 기경으로 지친 사람의 움츠러든 어깨를 주물러주는 게 이 험난한 세상에서 상부상조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외로움에 지쳐있을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힘들면 언제든지 내 밭에 놀러와서 새참먹으며 좀 쉬라고. 왜냐면 주변인 덕에 나는 요즘 좀 살만해져 든든하거든. 다같이 좋은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어.
감사해평온해기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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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wat00
· 4년 전
저랑 너무 비슷해요. 저랑 해외에 나갔던 시기도 비슷하고. 저도 딱 12년. 12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거든요. 왜 한국행을 택했었어? 라고 묻는다면, 내가 거기서 시민권을 따고 10년 20년을 더 산다고 해도 나는 외국인일거 같았어 가 저의 대답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아직도 제가 옳은 선택을 한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실 여기서도 저는 외국인같거든요. 여기서도 저기서도 애매한 1.5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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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andnow21 (글쓴이)
· 4년 전
@sowat00 저도 그래요! ㅎㅎ 외로움을 벗어나*** 온 곳인데 이곳에서도 외로움이 느껴져서 깨달음을 갖고 쓴 글이랍니다 ㅎㅎ 함께 굳건히 힘내보아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