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친구가 없고 말하기가 두려워서 말을 점점 아끼게 되고 무력해요.
안녕하세요
29살 3년차 직장인 여자입니다.
가정환경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저희집의 가장 문제는 아빠였어요.
가부장적이지만 무능하고 게으른 아빠는 지금생각해보면 엄마를 비롯한 저와 오빠에게 가스라이팅을 일삼았던 것 같습니다.
아빠는 무능하면서 존경받기를 원했죠. 한번도 경제적 활동을 제대로 해본 적 없고 엄마가 혼자 모든 것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엄마가 아빠에게 구직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아주 큰돈이 아니더라도 매달 월급을 받는것이 어떠냐. 이런 의논을 하려고 하면 "너는 꼭 초치는 소리를 한다. 지금 사업이 곧 될것 같은데 어떻게 남편을 못믿어주고 맨날 그렇게 기운 빠지는 소리를 하냐." 이렇게 말합니다. (사업은 현실 가능성 제로임)
그리고 저희남매와 아빠는 그렇게 사이가 좋지 못한데요, 어릴때는 아빠말에 무조건 순종적이었지만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독립이후 아빠를 더욱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고 아빠에게서 벗어나려고 오빠랑 저 둘다 무던히 노력해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제 자신을 좀 사랑하게 되었지만 아빠와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었어요. 왜냐면 아빠의 명령을 따르지 않거든요 더이상. 근데 남매가 아빠가 원하는 행동을 안할 때 마다 화살은 엄마에게 돌아갑니다. (아빠는 잘되면 본인탓 잘 안되면 엄마탓 하는 사람임.)아빠는 엄마에게 다 너 때문이라고 니가 애들을 잘못키워서 애들이 이렇게 나한테 적개심을 갖는거라는 말도 안되는 소릴합니다. 우리 남매가 그래도 잘 클 수 있던 이유는 엄마때문인데 말이죠. 어린 시절을 되돌아 보면 아빠는 모든 것을 자신의 통제 하에 두려고 했고 그것이 잘 안되면 미친듯이 발광을 했죠. 저와 오빠는 아주 많이 맞으면서 자랐고 아빠는 그럴때마다 사랑해서 그렇다는 말도안되는 이유를 붙이며 저희를 아빠의 명령에 굴복하게 만들었었죠. 언제나 반복이었어요. 아빠가 경제적으로 잘 안풀리는 것도 엄마 탓, 우리가 아빠에게 순종적이지 않은 것도 엄마탓, 처갓집에서 인정 받지 못하는 것도 엄마탓, 사람들에게 인정 못받는 것도 엄마탓, 우리 남매가 친가를 싫어 하는 것도 엄마 탓 등등 모든 것을 엄마탓을 했어요. 어린시절 기억은 아빠 기분 상하지 않게 비위 상하지 않게 늘 조심했던 기억만 많이 있습니다.(아빠는 본인이 완전무결한 사람인 줄 아는 것 같아요.)
길어져버렸네요,
저는 아빠가 결정해주는대로 살았기 때문에 무언가를 결정하는 능력이 없고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곧 서른을 바라보는 저에게 몇가지 깊은 고민이 생겼습니다.
1. 친구
(5인 이상 모이면 말을 거의 안하는게 되는 타입이에요. 4인 이하의 소그룹이 되면 말을 좀 잘 합니다)
마음 터놓을 친구가 남편 말고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먼저 연락오는 친구도 한 명도 없구요. 같이 있으면 나는 불편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되구요. 이 나이 먹도록 제대로된 친구 하나 없다는 것이 인생에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이거는 정말 누구한테 털어놓지도 못하는 고민이라 답답해요ㅠㅠ 물론 제가 먼저 연락해서 만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매번 그렇게 되니 엄청 지치고 인간관계에 회의감생겨서 마음의 문을 더 닫게됩니다. 안그래야지 하면서도 나는 마음의 문을 열았는데 상대방은 열어주지 않을때 받는 그 상처가 싫어서 저도 마음의 문을 못열겠어요. 이걸로 상처 안받으려고, 남들이 나한테 연락 안하는건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각자의 삶이 바빠서 그런거다. 이렇게 마음을 다독여봐도 잘 안되네요ㅠ
2. 사람과의 대화
저는 소그룹(본인포함 4인이하)으로 모일 경우에만 말을 좀 잘 하는 타입인데, 사람이 많아지면 다들 농담식으로 주고받고 하잖아요 저는 그걸 잘 못하겠어요. 말을 아예 못하는건 아닌데, 농담조로 툭툭 말을 주고받고 나면 내가 한 말로 상대방이 상처 받지는 않았는지, 기분나쁘진 않았을지, 말 실수 한거는 없는지 몇날 몇일을 고민하게되고 뭔가 실수를 한것 같다 싶으면 그렇게 마음이 괴로울 수가 없어요. 이것도 스스로 괜찮다 별거아니다 라고 다독여보려고 해도 후회되는 마음이 다 잡히지는 않아요ㅠ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모이면 말을 잘 안하게 돼요. 옛날에는 발표도 잘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말하기가 싫고, 그러다보니 말하는 능력도 점점 저하되는 것 같아요. 내 생각을 제대로 표현 못하겠고,, 이렇게 변해버린 제 자신을 볼때 참 구슬퍼요.. 무엇이 나를 이렇게 변하게 만들었나 싶으면서요..(물론 이전의 나보다 좋아진 점도 아주 많지만요)
3. 직장
멘탈이 약한건지 의지력이 약한건지.. 일이 조금만 힘들어도 그만두고 싶은 생각밖에 안들어요. 2번 고민에서 제가 말을 잘 못한다고 했잖아요.(근데 이거는 남들은 못느낄 수도 있어요. 나만 느끼는 고민일 것 같습니다.) 암튼 회사에서는 말을 논리적으로 빠르게 잘 해야하고 거래처와의 말싸움도 아주 빈번한데... 저는 그냥 상대방의 입장도 다 이해가 가서 말싸움이 잘 안됩니다ㅠ 적성에 안맞는다는 기분이 들고 그러다 보니 점점 일에 애정이 식어가요. 근데 원래 다들 이렇게 힘들게 살잖아요? 왜 나만 못견디겠는지 왜 나만 이렇게 약해빠졌는지 고민이 돼요.
일 그만두면 뭘 하고 싶냐고 주변에서 물어보면 사실 하고 싶은게 있어도 말을 못하겠어요. 저는 소설을 써보고 싶은데 그렇게 말하면 주변에서 너무 비웃을거란걸 아니까.. 그냥 아직 모르겠다. 일단은 그냥 쉬고싶다. 이렇게 말하게되네요..
4. 마지막 고민. 무력감과 게으름
저는 사실 약간 우울질이 있는 사람인데요, 우울해지면 가장먼저 나타나는 현상이 집이 점점 어질러지고 설거지가 쌓이고, 건강하게 밥을 안챙겨먹습니다.(요리x, 과자나 배달음식으로 때우게 됨)
그리고 계획한것을 아예 이행하지 못하게됩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먹고 누워있고.. 그렇게 몇일 반복하면 그런 내가 싫어져서 더 우울한 분위기에 빠지게됩니다ㅠ 우울에 휩싸이지 않고 계획적으로 살아서 하루하루를 보람되게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ㅠㅠ
예전보다는 마음과 정신이 많이 건강해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4가지 고민들은 나이가 들면서는 더더욱 어디에도 말 못하는 고민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요. 근데 마음을 아주 강하데 짓누르고 있어서 어떻게든 해결해보고 싶어서 사연을 남겨봅니다... ㅠ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