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끝에는 항상 허무함만이 남아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게 있어요. 매일같이 10시간이상은 기본으로 공부하며 준비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험일이 한걸음씩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때마다 이 시간의 끝에 마주하게 될 것은 허무함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시험을 아예 못봐버린다면 실력이 부족했다거나 준비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피드백을 할 수 있지만, 시험을 잘 치면 시험이 운좋게 쉬운 것만이 나왔다거나, 찍어서 우연히 맞췄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과가 좋지 않다면 제 노력의 문제이지만, 결과가 합격권에 들어간다면 제 노력이 아니라 운 때문일 것입니다. 겸손이 아니며 자랑이 아닙니다. 원하던 학교에 지원하려고 할 때 저의 성적은 약간 부족했습니다. 그전까지 주위 친구나 부모님으로부터 그렇게까지 해야겠냐는 말을 들어가며 꽤나 열심히 노력을 하며 성적을 3년간 상승시켜 최종적으론 전교권의 성적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서접수기간에 평소 가깝게 지낸 선생님으로부터 걱정스러운 표정과 함께 현실적으로 그 학교에 진학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발버둥치면서 이악물고 버티면서 왔지만 조금 모자라다는 겁니다. 정말 속상했지만 그래도 원서는 넣었습니다. 그런데 그 학교에 합격을 하게 된 거에요. 정말 기뻤지만 저는 제가 합격한 이유를 알아버렸습니다. 그 해에 지원자가 미달이었기에 사실상 지원만하면 다 합격이었던 겁니다. 합격의 기쁨과 무엇인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그리곤 기쁨보다 그 알 수 없는 차갑고 어두컴컴한 우주와도 같은 세상에 저는 지금까지 지내왔습니다. 그 후로 시간이 흘러 목표하던 큰 시험을 준비할 때 시험이 운좋게 제가 공부한 부분에서 나와서 좋은 성적으로 합격한 경험도 있습니다. 합격했다는 사실은 기뻤지만 마찬가지로 '그래서 어쩌라고'같은 느낌이 기쁨을 밀어냈습니다. 너무 공허하고 차가웠습니다. 이 기분이 싫어서 주위 사람들에게도 축하를 받으면 나아질까해서 여러 사람과도 만났지만 공허함은 그대로 남아 지금까지도 무언가를 준비할 때 항상 드리워져 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건 무엇인가요 제 주변에서는 제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싫어했던 것 같습니다. 헛수고라느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없다느니, 대충하라느니. 제가 무언가 열심히 하는 모습은 그저 우습게만 보이나봅니다. 남들이 저를 뭐라그러든 저는 이악물고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저의 노력을 의미없는 발버둥이라고 생각하는 것만큼은 버티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뿌듯함 성취감도 있지만, 이전의 노력들이 허무하고 하찮게 느껴집니다. 열심히 한 노력과 약간의 운이 있었기에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제 노력은 너무나 티끌같고 보잘 것 없고 의미가 없고, 안쓰럽게만 보이는 발버둥인 것처럼 느껴져 한없이 작아지게 됩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감성적인 위로와 낙관적인 희망으로는 이 냉소적인 허무함을 도저히 이길 수가 없습니다.

트라우마공허해무기력해혼란스러워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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