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을 견디는 이유가 있을까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우울증|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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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을 견디는 이유가 있을까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A4dydwl
·3년 전
고3, 마지막 1학기 중간고사를 보는중입니다. 이때까지 해온것들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만 같은 소리가 들립니다. 사실 노력을 많이했다고 보긴 어려울지 몰라도 매사에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위해 살았습니다. 그게 옳다고 생각했고, 어떻게보면 그렇게 살았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거니까요. 문제는 역시 고등학교에 오고부터였던것 같아요. 중학교를 전교1등으로 졸업하고, 연달아 고등학교까지 전교1등으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압박감과 경쟁을 해야한다는 불안감에 시달렸고, 불면증과 우울증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자살과 자퇴를 입에 달고살았고, 담임선생님과 위클래스 상담도 받았지만 큰 소용이 없었고, 이는 1학기 기말고사 무렵 야자를 그만두면서 괜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야자를 그만두고 집에서 공부를 조금 하고, 가만히 생각을하거나 나와 대화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어느정도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고, "떨어지면 어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는거고, 다른애들과 비교하지 말고 내 결과만 바라보자." 라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결코 이 결론이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고등학교에 적응하는 방법으로서는 알맞지 않은 방법이 아니었나 합니다. 결국은 경쟁을 회피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말았으니까요. 2학기부터는 다시 야자를 시작했고, 성적도 2.0으로 조금은 아쉬울지 몰라도 나름 만족스럽고 순조롭게 1학년을 마쳤습니다. 겨울방학 방과후도 참여했고, 그렇게 2학년 생활을 기다리던 중 코로나19가 터졌습니다. 스스로 정신적인 번아웃증상이 있다고 생각했던 터라 이 기회에 조금 쉬는 시간을 주고, 자기주도학습을 하면서 정신수양(?) 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마음처럼 잘 되진 않았지먼 4월 중순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어느정도 루틴이 잡혔고,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정말 좋으신 분이라 불안하고 부정확한것이 많은 2020년을 순조롭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시간 비대면수업이 아닌 동영상들과 격주등교 등 시간이 갈수록 나태해지기 시작했고, 어느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던 마음은 내가 공부를 안했으니 어쩔 수 없지 라는 생각으로 변질되어 저에게 면죄부를 주고있었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저희 반 친구들의 대부분의 성적이 향상 그래프를 그렸지만 저만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하는데 행동이 개선될 수가 있나요. 그 결과는 뻔하겠죠. 이 시기를 거치며 2학년 2학기 성적은 결국 2.3으로 떨어졌고, 입학했을때와 비교해서 20kg씩이나 체중이 늘어났습니다. 점점 나태해지고 속으로 자기합리화를 반복하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나도 멋있는 삶을 살고싶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고싶다. 1년정도가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활동이 하나 있습니다. 윤리와 사상시간에 내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삶의 모습을 쓰는 활동이었습니다. 저는 그간의 생각을 바탕으로 '나의 이상을 현실로 이끌어내고자 노력하는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만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한게 당연한것이겠죠. 하지만 1년간 무엇을 했나 적어보라 한다면 글쎄요, 몇가지 기억이 나긴 합니다만 죽을만큼 노력했느냐는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3학년이 되었고, 12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시험들과 대학교 입학이라는 청소년기 가장 큰 과제를 눈앞에 두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를 제외하고, 지난 5년간 학교생활을 돌이켜보면 정말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살았습니다. 활동면에선 최선을 다했다 자부할 수 있지만, 성적면에선 죽을만큼 최선의 노력을 다해 공부했느냐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런적은 없었을겁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사귄 친구 중에 너무나도 간절해서 자해까지 해가며 공부에 집중하는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저는 그친구만큼 간절하지 않습니다. 외식경영가라는 정말 뚜렷한 진로를 가지고 요리에 흥미, 취미를 두고있지만 그것을 꼭 하고싶어서 미칠 것 같은가, 너무나도 간절한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루고는 싶지만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면서 이루고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그렇게까지 경쟁에 치여가면서 너덜너덜한 상태로 꿈을이루고싶지는 않다'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은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한 부분도 있지만, 앞으로 살아갈 부분에 있어 경쟁력을 기르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앞서말했듯이 저는 경쟁을 회피한 사람입니다. 적당히를 보고 살았지만 어떻게든 그 결과가 좋은 방향으로 나타나버린만큼, 해야만 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라면서 경쟁 자체는 무시하고싶어하는 모순적인 사람입니다. 학업의 경우 노력대비 좋은 결과가 자꾸 나오다보니(시험공부 일주일해서 2점 초반) 더 위에 있는 무언가를 자꾸만 바라게되버립니다. 지금 가장 가고싶은 대학교는 숙명여대입니다만 현재 성적으로는 교과전형이 아슬아슬합니다. 이번에 인원도 줄었구요. 결국 이번 1학기 성적을 올려야 안전하게 넣을 수 있다는 의미인데, 즐기는 사람은 승리하려하지 않는다고 했었나요. 저는 지난 5년간 특정 등급이나 성적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하며 공부를 한적은 없었습니다. 내 성적만을 바라보며 안주하던 사람이, 나와 다른이의 성적을 비교하며 상대적인 위치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 스트레스가.... 정말 무시 못할 정도더군요. 상대적인 위치를 바라보다보면, 절망만이 기다립니다. 한편에선 쌓아온 모든것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지난 목요일, 금요일에 주요과목 2개, 진로과목 2개의 시험을 치뤘습니다. 진로과목은 상관이 없지만 주요과목이 아주 처참하더군요. 목요일은 정말 한숨만 쉬고 살았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문제를 풀다가 울었습니다. 같은 범위에서 이전에 풀었던 부분은 다 맞았는데, 오늘 푼 부분은 절반을 틀리고야 말았습니다. 갑자기 숨이 턱 막히고 너무 무서웠습니다. 주요과목 두개도 벌써 망쳐서 만회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잘못하면 대학 원서도 넣어보지 못할까봐 무서웠습니다. 솔직히 노력을 한다고 해서 지금과 별 차이가 없을까, 혹은 결과가 더 나쁘게 나올까 두려운것도 있습니다. 시험에서 10점을 올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몇십배의 노력이 필요하단걸 압니다. 그걸 해낼 수 있다는걸 보여줘야만 하는 시기라는것도 압니다. 그렇기에 가장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이 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토록 경쟁을 혐오스러워하면서도 경쟁에 뛰어들어 삶을 견뎌내는 이유가 무엇일가요. 견뎌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건가요? 아니면 단순히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졌기때문에 이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인가요? 그렇다면 저도 살아가기 위해서 몸을 내던져야 하는걸까요. 이때까지 회피만 하고 살아왔습니다만, 막상 현실을 마주하니 정말 벼랑 끝에 몰린 듯한 느낌입니다.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제발 제 날개가 되어서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그냥 신세한탄좀 해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불안해강박답답해혼란스러워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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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Ius22
· 3년 전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저도 님이랑 비슷한 성적으로 입학해서 고1 중간치고 울면서 자퇴랑 검정고시 친다고 친구랑 부모님께 벼뤘는데 벌써 고3이 됐네요... 긴 글 읽으면서 제가 3년동안 했던 생각이랑 너무 비슷해서 솔직히 놀랐습니다... 어쩔 수 있나요 그냥 묵묵히 하는 수 밖에요. 그래도 꿈이 있으시니 다행입니다. 더 노력하시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서도 최소한 후회는 하지않지 않을까 싶네요 앞으로도 건승하시를 응원하면서... 열심히 이겨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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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jj
· 3년 전
우리 모두는 경쟁하는 사회에 살고 있어요. 이런 삶을 견딘다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냥 눈 앞에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나간다고 표현하는 게 조금 더 맞을 것 같아요. 물론 후자의 표현이 덜 고통스럽기도 하고요. 님이 하신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삶에 대한 관점의 차이만 있을 뿐. 어떤 관점을 가질지는 님의 선택입니다. 다만 유념해야할 점은, 경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순위를 알고자 하겠죠. 그 과정은 너무 괴롭고 에너지 낭비가 심할거에요. 그래서 덜 고통스러운 나에게만 집중하는 관점도 있는 거죠. 나에게 집중하면 내가 할 수 있는만큼 열심히 살고,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후회없고 좋은 일일거라는 믿음이 생기도 하니까 행복한 순간들이 좀 더 많겠죠? :) 겁 먹지 말아요. 간절하지 않아도 되어요. 결국은, 다 잘되는 방향으로 갈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