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와서 살면서 처음 일어나는 일이 너무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우울증|자살|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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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고등학교에 와서 살면서 처음 일어나는 일이 너무 많다. 어른들과 또래들에게 인정받았던 아이는 온데간데없고 턱없이 부족한 아이만 남아있을 뿐이다. 초등학생 때 장학금을 받고 대학교 영재원을 다니던 아이는 중학생이 되어 우울증을 달고도 처절하게 공부해 3년 내신 전교 1등으로 졸업했다. 다니는 학원이라고는 유명하지도 않은 작은 수학 학원 하나뿐이었고 취미로 주 2회씩 음악을 배울 뿐이었다. 독서실에 가본 적도 없는, 진짜 '혼자 공부해서 잘 된' 아이였다. 아이는 자사고에 합격했고 자신의 위치를 다시금 깨달았다. 3월 모의고사 수학에서 전교 180명 중 136등을 했다. 등수가 낮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아이는 우울증을 떨쳐내지 못했다. 매일 같이 전학, 자퇴, 자살을 떠올렸다. 아이는 두려웠다. 생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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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in
· 3년 전
안녕하세요. 방금 가입했는데 너무나 시선을 잡아끄는 글이라 처음으로 댓글을 써봅니다. 누구도 타인의 고통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너무나도 제 처지와 비슷한 글이라 순간 흠칫했어요. 저도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며 초등학교 때부터 모범적인 학생으로 주변의 기대를 받았고, 중학교에 입학하여서도 등수와 주변의 인정에만 집착하여 좋은 성적을 내는 데에만 급급했습니다. 그렇게 중학교 2학년을 보내고 저를 돌아보니, 결국 1등이라는 결과는 스스로를 갉아먹어 나온 등수였더군요. 3학년 때는 심하게 우울했습니다.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이대로 사라져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가득했지요. 그러나 정말로 죽을 수는 없었고, 주변을 실망시키기도 무서웠는지 그 와중에도 점수에 집착했습니다. 너무나 하기 싫어서 엉엉 울면서, 억지로 펜을 쥐고 공부했어요. 그러나 쌓아뒀던 상처가 너무 컸던 탓일까요, 3학년 말에 무기력증과 우울증이 제대로 터졌어요. 그때부터는 정말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하는 저를 막아서며 하루하루 살아있기도 버거웠거든요. 그러나 그런 제 모습이 주변 사람들에게는 게으름으로 비춰졌던 모양입니다. 원래는 저 역사 자사고 진학을 계획하였지만, 3학년 때 떨어진 점수로 인해 일반고 진학을 권유받았고, 결국 근처 일반고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입학 성적 우수자로 장학금과 동시에 기대를 받았지만, 모든 의욕을 소진해버려 도저히 무엇을 할 의욕이 나지 않았습니다 . 지금도 당장 월요일이 시험이지만 스트레스만 받고 있을 뿐, 열심히 하지 않고 있네요. 작성자님께서는 그래도 노력해서 중학교 마무리도 잘 하셨고, 저처럼 두려워 회피한 것이 아니라 용기있게 자사고 진학도 하셨잖아요. 자사고는 작성자님처럼 정말 잘하는 친구들만 모인 곳이고, 일반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처럼 좋은 성적을 거두기 정말 힘들다는 것도 이미 알고 계시겠죠. 그래도 평생 좋은 성적만, 최정상의 등수만 보다가, 갑자기 낮은 등수라니, 저라도 정말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을 것 같아요. 진부한 말이지만, 어디에서든 최고가 될 수도 없잖아요. 평생 한 번이라도 1등을 해 보자 못한 사람들이 많고, 지금까지 해 온 노력의 결실 또한 정말 빛나는 시간들이잖아요. 등수가 떨어진 것이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전부 결정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우울증은 병이에요. 치료가 필요한 질병. 애초에 노력으로 , 떨쳐내기 위한 시도로 극복이 가능했으면 질병으로 분류되지도 않았겠죠. 우울증으로 인해 자신의 잠재력조차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정말 한계 그 이상을 해내신 거에요. 그리고 136등은 그렇게 낮은 등수가 아니에요. 만약 저였다면 전교 꼴지를 했을지도...하하... 아무리 성능 좋은 자동차라도 쉬지 않고 달려가다 보면 결국 언젠가는 멈추기 마련이잖아요, 지금이 바로 그 때에요, 잠시 쉬어감이 필요한 시간. 작성자님처럼 성숙한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정말 끝까지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은 나밖에 없어요. 그런데 나를 가장 믿고 지지해줄 내가 나를 비난하고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남들의 인정을 받는다 해도 영원히 인정받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저도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혐오하는 처지에 무슨 말은 하는가 싶지만, 지금 느끼실 감정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어서, 자그만한 위로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긴 글을 쓰게 되네요. 스스로에게 수고했다고, 정말 잘했다고, 대단하다고 말하고 한번만 꼬옥 안아주세요. 지금까지 정말 잘 달려왔고, 잠시 쉬면 나아질 거에요. 그리고 주변과의 비교로 더욱 상처받지 마세요. 사람마다 삶의 템포는 모두 다른 거잖아요. 비교를 해도, 남의 장점과 내 단점만 비교하니까 결국 스스로만 더 상처받는 결과가 될 뿐이에요. 유일한 비교 대상은 바로 나, 어제의 나에요. 어제보다 한 번 더 웃었으면, 나에게 칭찬 한 마디, 격려 한 마디 더 해줬으면 그 자체가 발전이 아닐까요. 그리고 지금 그 학교에서 버티기 너무 힘드시다면, 전학이나 검정고시도 한번 고민해 보세요. 작성자님의 실력으로는 일반고에서 좋은 성적을 충분히 거두실 수 있을 거고, 자퇴하고 수능 준비를 해도 잘 하실 거에요. 지금 스스로가 너무 힘든데, 꾸역꾸역 버티고 있을 이유가 없지 않나요. 엄청난 심리적 압박과 우울감에 빠져 있을 때에는 , 하루하루 생존하는 것만 해도 정말 대단한 거에요.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언젠가 아, 살아있기를 잘했구나, 하는 날이 오겠죠. 적어도 저는 그런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어요. 작성자님께서 너무 힘드시지 않으면 좋겠고, 버티기 힘드실 때는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사실 가입하자마자 바로 작성하는 글이라 개별 연락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제가 들어드릴게요. 지금까지 정말 수고했어요, 힘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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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
@eunin 진짜 은인이네요..ㅎㅎ 또 울음이 터져서 혼자 좀 울다가 자려고 누웠어요. 예상치도 못한 위로와 격려를 받아서 여러 감정이 들어요..ㅎ 감사해요... 정말... 감기 때문에 몸도 안 좋은데 기숙사를 나갈 수가 없어서 더 슬펐어요ㅎ 주변 사람들이 재수 없어할까봐 말하지도 못한 고민이었는데 이렇게 진지하게 들어주시고 조언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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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in
· 3년 전
아무것도 해 드린 게 없는데, 은인이라뇨....😅 조금이나마 마음이 나아지셨다면 정말 다행이에요. 아까도 말했지만 저도 처음에 보고 제 이야기를 하는 갓만 같아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쓰면서 저도 저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 왔는지가 떠올라서 울컥했고, 마치 저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를 쓰는 느낌이었어요. 울고 계신다니 마음이 아프지만, 너무 힘들 때는 우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요. 실컷 울고 나면 홀가분해져서 잠도 더 잘 올 거고, 힘든 마음도 많이 해소될 거에요. 따뜻한 차라도 한 잔 마시고, 좋아하는 노래라도 들으면서 자요.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하루가 될 거에요 :) 항상 응원할게요 🤗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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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
@eunin 후회하지 않을 오늘 하루를 보낼게요ㅎ 마카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