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팔자라는게 있는걸까. 나는 평범하고 유복한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공황|불면증|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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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정말 팔자라는게 있는걸까. 나는 평범하고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반장도 맡을만큼 명랑하고 밝게, 난 똘똘하게 자랄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결코 평범하게 살아오지 않았다. 자아가 확립되지 않던 어린 시절, 겪었던 일들은 아물듯 말듯 진물이 쏟아져 계속 덧나고있다. 나의 첫경험은 나의 의지와 상관 없이 이루어졌다. 내게 왜 이러냐고 소리지르던 내게 ‘네가 예뻐서 그래.’ 작게 속삭이던 귓속말이 아직 귀에 맴도는 것 같아, 귀에 바람만 스쳐도 소름이 돋는다. 나는 미성숙했다. 그러나 조숙했다. 가족들이 받을 상처가 걱정되어 내 상처를 묻었다. 그러나 내가 받은 상처는 그게 시작이었다. 내게 상처를 준 남자는 마치 자랑이라는 듯 떠들고다녔고, 학창시절의 미성숙한 아이들은 나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갔다. 중학교 2학년이었다. 나는 가깝던 친구들에게 내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은 하나 둘 점점 멀어져갔다. 그들에게 말했던 내 속사정은 양념이 묻힌 채, 불 위에 올린 고기처럼 가위질 당했다. 그 후로 값싼 동정따위, 알량한 친구따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모두의 안줏거리가 된 나는 아무에게도 맘을 제대로 터놓을 수도 없는 상태로 1년을 아슬아슬하게 버텨냈다. 기운이 없어 맞서 싸우지도 못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나의 밤을 모두가 욕했다. 평소 행실바른 친구마저 나를 향한 동정 뒤에 숨어 저질스러운 말들을 뱉고 다닌걸 알게된 나는 너무도 상처받았다. 주위에 누구도 내 편이 없단걸 깨닫고 마지막 발악을 했다. 의자를 던지고, 소리를 지르고, 멱살을 잡고. 아무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나는 도망치듯 아무 말도 없이 3학년 2학기 말에 전학을 갔다. 아무도 모르게 전학가기 전 마지막 날, 눈치없던 선생님이 나의 전학 소식을 알렸고, 내게 마지막 인사는 없냐 물었을 때 조소하며 그런게 있을리가 없지 않냐며 반 친구들을 훑던 때, 한때 나와 친했었던 친구의 후회어린 눈빛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완전한 남은 믿을만한 존재가 못되었고, 가족은 왜 평범하게 살지 않냐며 내 기둥이 되어주지 못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진학했다. 나는 가고싶지 않다 했지만, 그렇게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나름 괜찮았던것 같았다. 한달 뿐이지만. 가까운 지역으로의 이름뿐인 전학은 더 자극적인 소문을 몰고 올 뿐이였다. 평범하게 웃으며 잘 지내던 친구들이 나를 은근히 따돌리는걸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었다. 더한 환경도 버텼었는데, 잠깐의 온기는 사람을 더 나약하게 만들더라. 그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하던건 가족이었지만. 전후사정을 알 수 없는 부모님은 내게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 이미 지치고 아픈 나를 억지로 틀 안에 가둬두려고했다.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학교는 다니지 않게 되었다. 몇년의 시간이 흘러도 내 나이는 거기에 멈춘 것 같다. 사람들 사귀는데 문제는 없다. 그러고싶지 않을 뿐. 몇겹의 가면을 두르고, 눈치를 보고 그 사람이 원하는 성격의 나를 연기한다. 그러면 척지지 않고 원만한 관계는 유지할 수 있다. 내가 쳐놓은 원 안으로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다, 가족조차도. 나는 그들을 모두 용서했지만, 트라우마는 극복되지 않았다. 때때로 불면증으로, 환청으로, 악몽으로, 공황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내게 찾아와 상처를 헤집고 간다. 평범한 삶에 대한 부러움은 곧 후회가 된다. 이제 나조차 내 편이 아니다. 죽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그냥 내 삶은 서서히 죽어가는거다. 극복할 의지도 없다. 눈물도 말랐고, 감정도 요동치지 않는다. 폭풍전야같아 조금 두려울 뿐이다. 그래도 괜찮다. 애쓰지 않아도, 맘쓰지 않아도. 그저 물살 따라 떠다니는 해파리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언젠가 모든 이야기에는 마침표가 찍어진다. 흘러가는대로 서서히 죽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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