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이 넘으면 죽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막상 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등학교|이력서|포트폴리오]
알림
심리케어센터
마인드카페 EAP
회사소개
black-line
비공개_커피콩_아이콘비공개
·3년 전
스무살이 넘으면 죽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막상 스무살이 넘으니 죽을 기력도 없더군요. 하루 하루 살다보니 스물 세살이 됐어요. 아 이제 죽을때가 됐다, 싶었을때 조증이 왔고 정신과 치료를 시작했어요. 나는 고졸이고요. 스물 한살에 집에서 가출했어요. 아버지는 나한테 30만원을 던져주면서 나가라고 했어요. 그 돈으로 고시원에 들어갔습니다. 보증금 없이 월 18만원. 슈퍼싱글 침대 하나만 겨우 들어가는 사이즈의 작은 방. 햄버거집 알바를 하면서 월세를 내고 공부를 했어요. 뭘 해야 할지 생각할 틈도 없었어요. 잘할 수 있는건 고등학교때 배운 포토샵 조금. 그걸로라도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장 배가 고프니까 죽겠다는 생각도 못 하더라고요. 그 때는 햄버거집에서 식대 대신 주는 햄버거로 하루 한끼 먹으면서 살았어요. 지금도 빵, 그것도 햄버거는 쳐다도 못 봐요. 너무 지겹도록 먹어서 그런지 냄새만 맡아도 신물이 올라오거든요. 이상하죠. 온통 꼬인 줄 알았던 인생인데 어느 순간부터 풀리기 시작했어요. 프리랜서 마켓에서 만원, 이만원씩 받아가며 했던 알바들이 어느 새 포트폴리오가 되어 있었어요. 배터리가 고장난 노트북으로 더듬더듬 만든 것들이요. 구직 사이트에 올려둔 이력서를 보고 어느 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단기라도 괜찮다면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어요. 거절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6개월간 계약직으로 일을 했어요. 계약이 끝나갈 때쯤, 사장님이 아는 업체에 소개를 해 주셔서 일을 계속 할 수 있었어요. 주급, 일급이 아니라 연봉을 받으면서 일하는게 참 좋더라고요. 그렇게 돈을 모으면서 차근차근 환경을 바꿨습니다. 반평짜리 고시원에서 원룸으로, 투룸으로. 작년에는 물론 거의 대출이긴 했지만 매매 계약도 했어요. 새로 지은 깨끗하고 아담한, 엘리베이터가 있는 빌라에 처음 들어오던 날 가방을 내려놓고 밤새 울었습니다. 스물 한 살 새벽 두시, 30만원을 들고 집에서 쫓겨나던 날 차라리 그날 죽었어야 했다고 생각한 적도 많습니다. 구질구질하게 살지 말고 깔끔하게 죽을 걸 그랬다고. 매일 아침 독한 약들을 먹으면서 하염없이 생각했었어요. 이제 스물 아홉입니다. 십년만 더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십년 후에는 또 십년만 더 살고 싶어지겠죠.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