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는 되지만 열받는 상황입니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ADHD|우울증|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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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는 되지만 열받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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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직원 7~8명 정도의 소규모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현재 팀장이랑 저랑, 다른 직원 한명은 말하자면 창립멤버예요. (팀장은 저랑 동갑이고 다른 직원은 1살이 많습니다.) 아시잖아요. 중소기업의 창립멤버들이 어떻게 멀티플레이어가 되어가는지. 디자이너로 들어왔지만 마케팅부터 OA까지 회사의 거의 대부분의 잡일들을 했고요, 첫 1년동안은 7시이전에 집에 들어가는 일이 드물 정도로 일을 했어요. 정규 퇴근시간은 6시였지만 칼퇴는 꿈도 못 꿨죠. 그렇게 이악물고 셋이서 회사를 키워서 지금의 규모가 만들어졌습니다. 해본 적 없는 판로를 개척해나가면서요. 물론 지금이라고 퇴근을 일찍 하는건 아니에요. 오늘만도 9시가 다 되어서 퇴근을 했으니까요... 저는 원체 예민한 성격이고, 만성적인 우울증과 ADHD를 앓고 있어서 스트레스에 대단히 취약한 편입니다. 제가 이런 정신질환이 있다는 걸 회사 대표나 팀장도 이미 알고 있고요. 그렇게 남들보다 역치가 낮아서인지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되면 쉽게 몸이 아프게 됩니다. 역류성 식도염과 편두통이 있는데, 어떤 일 때문에 짜증이 나거나 신경이 곤두서면 머리가 미친듯이 아프거나 위가 미친듯이 꼬여요. 최근에는 갑상선 기능에 문제가 생겼었고, 손목의 인대가 찢어져서 수술까지 했습니다. 정신과 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가야하는 병원만 한손에 다 꼽기 어려울 정도네요. 이 회사에 들어온 지 8개월차의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신입은 아니고, 경력직으로 들어왔습니다. 이 사람도 지병이 있어서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해요. 이건 채용될 때부터 대표와 이미 합의된 사항이라고 합니다. 사내 내규상 월차는 경력 1년차부터 쓸 수 있지만, 이 디자이너는 한달에 2~3일 가량을 결근합니다. 주로 목~금에 몰려있고, 어떤 날은 이틀 모두를 결근할 때도 있습니다. 이 회사는 쇼핑몰을 운영합니다. 쇼핑몰은 월요일부터 수요일이 가장 바빠요. 그래서 창립멤버 때부터 정해진 룰이 있습니다. 월차는 목요일이나 금요일에만 쓰기. 주 3일은 하지 않기. 이 말은 공휴일이 있는 주에는 월차를 쓰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상황이 이해가 되실까요. 한달에 적으면 1~2주, 많으면 2~3주를 이 디자이너는 결근을 합니다. 그러는 날이면 저도 덩달아 쉬지를 못해요. 결국 저는 이 디자이너가 검사를 가지 않는 주를 팀장에게 물어보고, 비는 날에만 월차를 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지난주부터 위경련이 점점 심해져서 식사가 어려울 수준이라 진료를 최대한 빨리 받아야 했어요. 이번주 월요일에 팀장한테 얘기했습니다. 다음주쯤 진료를 받아야 할거 같은데 금요일에 월차를 써도 되는지. 다음주에는 다른 디자이너가 검사 예약이 있다고 합니다. 그 다음주는 창립멤버 중 다른 직원이 월차를 냈대요. 또 그 다음주는 석가탄신일이 있네요. 저는 한달을 더 기다릴 만큼 상황이 여유롭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번주 금요일밖에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월차 날짜를 잡았습니다. 내일이 월차이기 때문에 오늘 최대한 많은 것들을 마무리하고 가야 합니다. 8시 넘어서 대표가 퇴근하고 팀장과 저만 사무실에 남았을 때였어요. 팀장이 갑자기 말합니다. "00씨가 잘못했다는건 아닌데요..."로 시작하는 대화입니다. 팀장의 말은 이렇습니다. 창립멤버 세명 중 저와 팀장을 제외한 나머지 한 명이 7~8개월동안 월차를 한번도 쓰지 못했답니다. 그 직원의 일을 대체할 수 있을만한 사람이 팀장이나 저 밖에 없는데, 저도 팀장도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눈치가 보였던 거겠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화제가 갑자기 저한테 돌아오네요. 그래서 00씨는 그 병원을 왜 가냡니다. 꼭 거길 가야만 하느냐, 집 근처에 주말에 하는 병원은 없느냐, 이런저런 사적인 질문입니다. 병원을 가지 말라는건 아니지만, 누구는 8개월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있는데 기분이 좀 그렇답니다. 다른 직원이 차별받는거 같을까봐 신경이 쓰인답니다. 평소에 몸관리를 좀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00씨만 스트레스 받는거 아니고 다 같이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요, 그 직원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근데 그게 제 잘못은 아닌 거잖아요. 저라고 아프고 싶어서 아픈게 아니고요, 애초에 월차 스케줄이 꼬일대로 꼬이게 된 원인이 따로 있는데, 그 디자이너한테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저한테 쓴소리를 하는게 너무 듣기가 싫더라고요. 제가 그 디자이너보다 일을 덜 한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입사한 이래 그 디자이너가 야근을 한 적이 손에 꼽거든요. 같은 디자이너지만 업무량이 아무리 쌓여 있어도 자기가 할 만큼만 딱 정해놓고 그 이상은 안한다고 손절을 쳐요. 저라고 6시 땡치면 다 놓고 퇴근하고싶지 않을 리가 없는데, 그래도 내가 더 많은걸 할수 있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잔업들을 한건데요. 거의 6개월 가까이 월차날을 온통 검사로 허비하느라 놀아본 적도 별로 없는데요. 다른 직원이 월차를 못쓰고 눈치보는게 저때문이라는 듯이 말을 하네요. 약물치료를 시작하고부터는 참 드문 일이 되었는데, 오랜만에 잠깐 죽고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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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aeun112
· 3년 전
열심히 일하셨는데 돌아오는게 질타같은 느낌이라 더 힘드셨겠어요..ㅠㅠ 심지어 힘든와중에도 이리저리 키워왔던 애정이있는 회사인데요... 많이 억울하실만 하네요..